고제는 알고 있다 손잡고 걸어요 1
김기정 지음, 조원희 그림 / 낮은산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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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작가가 쓴 책이 엄청 많은데 다 읽어보진 못했고 <바나나가 뭐예유?>랑 <박뛰엄이 노는 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 읽어보지 못했으니 단정할 수 없지만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두가지라고 나는 느끼고 있었다.
- 애들은 마음껏 놀아야 된다.
- 동화는 재밌어야 된다.
그래서 난 본 적도 없는 이 작가에게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늘 유쾌하고 유머빼면 시체인 사람"

오늘 읽은 이 책에서는 기존의 그런 느낌이 많이 빠졌다. 대신 뭉클함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건 작가의 서문에서부터다. 이런 출생의 비밀(?)을 가진 사람이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정말 훌륭하게 자랐다. 그건 가족들 뿐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의 지지의 힘이었으리라. 이런 성장과정에서 작가는 더 단단한 유머정신(?)을 갖게된 것 아닐까 혼자 짐작해본다. 그리고 유쾌함 속에 약한 존재에 대한 애틋함과 지지가 보이지 않게 숨어있었던 것 아닐런지. 이 작품은 그것이 온전히 드러난 작품이 아닐런지.(이렇게 느낌만 가지고 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나의 걱정]은 아이들이 국어시험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9. 다음 중 걱정이 되는 때는 언제인가요?
(1)동생이 내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어요
(2)아빠가 맛있는 빵을 사오셨어요
(3)할머니가 많이 아프세요
(4)어젯밤부터 비가 와요
(5)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아요
학교에서 이런 시험문제를 본 적은 없다.^^;; 그래도 뭐 의도에 따라 나올 수도 있겠지. 하여간에 채점하시던 선생님은 이 문제를 4명이나 틀렸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아이들의 생각을 묻는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재미있다. 그런데 승준이만 대답을 못하고 울먹인다. 승준이의 답은 5번이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아요.

친구들은 곧 알게 된다. 승준이의 동생 구준이 때문이라는 것을. 구준이는 태어나 한번도 일어나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아이라는 것을. 엄마 아빠는 교대로 구준이 옆에 붙어있어야 하고 때로 발작도 일으키기 때문에 승준이는 부모님께 투정을 부릴 수가 없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119가 오는 것 아닐까 걱정이 된다. 그러니 승준이의 답은 5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9번 문제를 모두 맞게 해주었다. 그리고 승준이를 꼭 안아 주었다. 이후 아이들의 놀이터는 한 군데 더 늘었다. 그건 구준이의 침대 옆이었다. 친구들은 승준이가 더이상 5번답처럼 걱정하지 않길 바랬기 때문이다.

[2학년 2반 꼬마와 꺽대]는 읽다가 아이들이 읭? 할 것 같다. 두 아이가 유급하여 2학년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이건 어른이 된 이들의 옛날 이야기라고 알려줘야겠다. 나 어릴 때도 유급은 없었는데?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선입견과는 달리 이 둘은 알고보니 아주 선했고 저마다의 재능을 갖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는 날, 모두 함께 박수를 쳤고 어깨동무한 채 함께 그 학교를 졸업했다.

마지막 이야기이자 표제작 [고제는 알고 있다]의 고제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다. 현장학습 때 고제를 '맡게' 된 '나'는 고제를 놓치지 않으려 따라다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고제 행동의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가 때맞추어 아이들에게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도덕 시간에 아름다운 사람에 대하여 배우고 있다. 교과서에 나온 레나 마리아나 이태석 신부님 이야기는 매우 적절하고도 감동적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금 당장 흉내내기에는 멀고 어렵다. 이 동화들을 읽고 '여기 나온 어떤 사람이 아름답니? 그 사람이 왜 아름다웠니?' 하고 묻는 것이 아이들의 삶과 더 가까울 수 있겠다. 지금 서있는 곳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아름다움에 가까운지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가슴 서늘하고 앞이 안보이는 현실의 이야기들을 동화로 읽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런 따뜻한 이야기들도 참 좋다. 가만 보면 상처받은 마음 때문에 못된 인간들이 많아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조금 더 많다.(훨씬이라고 썼다가 자신 없어서 조금이라고 바꿈^^;;)

분류상 이 책은 1,2학년용에 들어 있는데 교사가 읽어주기로는 고학년에게도 좋을 것 같다. 이야기주머니에 잘 챙겨 넣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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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독립선언 두 번째 이야기 -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 이야기 교사독립선언 2
실천교육교사모임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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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아는 이름의 선생님들께 친구요청도 보내고 하다보니 내게 페이스북은 직업상의 소통공간이 되었다. 즉 페친이 모두 동일직업군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숨은 고수들이 우리 교육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100명도 안되는 페친을 보며 느끼는 소감이 이러하니 내가 모르는 고수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들은 치열하게 배우고 성찰하며 실천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었다. 때로는 고정된 내 시각을 흔드는 매우 불편한 시각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면 나는 이 나이에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는데 그건 마치 지금까지 헛살아왔다는 말처럼 들리니 불편한 흔들림에 나를 내맡기는 일과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컸던 건 속시원함과 자랑스러움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직업군의 사람들의 생각과 실천을 구경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 중 일부가 들썩들썩 하더니 순식간에 전국단위의 모임을 만들어내고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다. 작년에 세종과 익산에서 모이더니 올해는 창원에서 모였다. 이 책은 그 중 2차, 익산모임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모임들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서울에서 전라, 경상도까지 달려갈 만큼 열정적이지도 부지런하지도 않다. 아니 그래도 5년만 젊었더라면, 떨쳐 일어나 도전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쯤 하면 그만둘텐데(정년까지 한다면 몇년 더?), 뭐하러 나를 흔들어. 평생 흔들다 볼짱 다 볼래?'
'2,30대 교사들이 모이는 곳이라잖아. 괜히 가서 꿔다논 보릿자루같이 앉아있지 말고, 집어쳐.'

그러던 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읽는다. 10년이라 했지. 10년이 짧은 세월인가? 10년 남은 자는 정체되어도 되는가? 그건 아니라고 이 책은 말해준다. 1년이 남았더라도 우린 늘 새로워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연구와 토론과 실천과 공유로 답답한 교육을 바꿔보고자 한다.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는 그 당연한 일을 하려고 하며, 부딪치는 어려움은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려 한다. 난 이 모임을 응원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얌전히(?) 구경이라도 가보고 싶다.

그날의 강연자 또는 진행자인 열두 분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동료들에게 자신들의 교육실천과 생각을 이렇게 드러낼 수 있는 분들이 부럽다. 특히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를 깨달은 것은 이성우 선생님의 글에서였다.

"모든 사물은 대립적인 두 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 두 속성을 연관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만이 사물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대립적이라는 이유로 각각의 범주를 따로따로 생각하는 양자택일의 사고에 익숙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배움에 흥미를 잃으며, 교육이라는 것이 삶과 동떨어져 이루어짐에 따라 지겹고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위선과 허구를 답습하는 관념의 놀음으로 전락하고 만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움이 되고 학교가 희망의 교육공동체로서 그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들이 이원론적 사고를 극복하고 교육과 관련한 범주쌍을 통합적 시각으로 이해하는 인식론적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

어렵다. 이제 가진 것 슬슬 나눠주며 살아도 모자랄 판에 배우고 또 배워야겠다는 자각은 그리 유쾌한 것은 못 된다. 하지만 10년을 버티기 위해 아마도 나는 그래야 할 것이다. 실천교사모임의 이야기를 언제나 관심있게 읽는 독자가 될 것이다. 이들은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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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달인 낮은산 너른들 15
김남중 지음, 조승연 그림 / 낮은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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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달인 / 김남중 / 낮은산>

마주하기 꺼려지는 불편한 현실을 동화로 얘기하는 작가들이 있다. 그중의 한 명이 김남중 작가다. 그의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지만 [미소의 여왕], [살아있었니], [동화없는 동화책] 등을 읽을 때 참 힘들었다.

이 책의 시작은 꽤나 유머러스해서(이 작가의 강점이기도 하다) 불편함을 잘 몰랐다. 주인공 이소령이 부모한테 버려지고 삼촌과 살게 되며 김진기라는 못된 녀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소령이가 자신의 모든 포인트를 걸고 "지식왕"에 올린 질문에 대한 각양각색의 답변을 읽을 때, 찐빵삼촌이 싸움비법을 전수해 주면서 먼저 욕을 가르쳐주는 대목을 읽을 때, 약간 남성적인 김남중표 유머를 맛볼 수 있다.(왠지 그의 작품에서는 성별이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짠빵삼촌에게 특훈을 받은 소령이가 김진기를 들이받은 후부터 불편한 현실은 독자 앞에 계속 그 불편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댓가로 삼촌은 찐빵삼촌에게 인계해 주려던 순대트럭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어렵게 사는 이들이 힘들게 세운 행복한 계획은 자꾸만 어긋난다.

소령이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싸움이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김진기와 벌인 주먹다짐 말고도 세상에는, 이를 악물고 덤벼야 하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있다는 것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약한 주먹을 쥐고라도 일어서야 하는 싸움이 있다는 것을.

삼촌과 진희이모의 마지막 남은 삶의 터전은 이 싸움으로 무참히 깨졌다. 독자인 나조차도 설마설마했던 찐빵삼촌마저 먹고 살기 위해 그들을 깨부수는 용역깡패의 모습으로 등장하던 날, 그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삼촌은 교도소에 갔다.

작가는 의연히 버티는 소령이를 통해 '싸움의 달인'이 되는 길을 힘겹게 얘기하고 있으나, 참 어렵다. 이 책을 읽을 어린이들은 커녕 어른인 나에게도 어렵다....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차려도 안 될 일은 안 될 터이다.... 라고 내 안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그런 생각과 먼저 싸우는 것이 싸움의 달인이라고 다른 누군가가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사회시간에 '경제성장의 그림자' 라는 주제를 공부하고 있다. 빈부격차, 노사갈등, 물질만능주의 등을 다룬 수많은 동영상을 폴더 안에 가득 모아놓고 그것을 하나하나 보고 선별하는데만도 한나절이 걸렸던 수업. 알량한 동영상 몇 개로 이끌어간 수업은 들인 시간이 무색하게 참으로 어줍잖았다. 싸워본 적 없는 내가 싸움을 얘기하는 것 또한 어줍잖고, 싸우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

그저 '정의로운 것'이 무엇이냐 라고 나 자신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없이 질문하는 것이 이런 불편한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아이들에게 확신있게 말해줄 만한 답을 알지 못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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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질러, 운동장 창비아동문고 279
진형민 지음, 이한솔 그림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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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님의 야구동화 <플레이볼>을 재밌게 읽은 내게 이 책이 또 눈에 띄었다. 표지만 보아도 딱! 야구동화였다. 그런데 읽어보니, 정통 야구이야기라 볼수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막야구' 이야기라고 할까. 아님 제목대로 운동장 이야기라고 할까.^^

세상에서 야구가 가장 재미있는 김동해는 학교 야구부에 들어갔다가 쫓겨난다. 중요한 시합에서 자기네 팀이 아웃된 걸 솔직하게 말했다가 팀과 감독님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 공을 좋아하는 공희주는 야구부에 들어가려 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두 아이는 야구에 대한 미련으로 운동장을 서성대다 만나 의기투합하게 된다. "우리도 야구부를 만들자!!"

현관에 공고문을 붙이는 일부터가 이들에겐 난관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의 야구부는 "막야구부"가 된다. 근데 아주 딱맞는 작명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가진 건 공밖에 없는 이 아이들은 신발주머니를 베이스로, 모자를 글러브로 사용해야 했고, 배트 대신 주먹으로 공을 쳤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인원과 구성원이지만 상황에 맞춰 경기를 진행하면 되었다. 감독도 교사도 심판도 없지만 문제될 게 없었다. 이렇게 어설퍼도 신나는 막야구는 운동장 한쪽 구석에서 날마다 계속되었다.

여기에 브레이크가 걸렸으니, 김동해를 쫓아낸 그 감독님이 운동장 사용을 금지시킨 것이다. '학교의 명예를 지키는' 야구부에게 방해된다는 이유로. 막야구부가 굽히지 않자 이번에는 운동장 넓이를 전교생 수로 나눠 그중 막야구부 인원수 만큼만 사용하라고 한다. 그 어려운 계산을 마치고 따져보니, 야구를 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공간이 아닌가!

고민하던 아이들은 방법을 찾았다. 부원을 늘리면 면적도 따라서 늘어나는 것. 이들은 부원 확장 작전에 들어갔다. 여기에 수학학원 원장인 공희주 아빠에게서 빼내온 족집게 수학문제가 주효했다. 선생인 나는 이 부분을 그냥 흘려볼 수가 없었는데, 정답지가 없는 쪽집게 문제를 풀면서 저절로 협동학습과 반복학습과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과정을 흥미있게 지켜보았다. 학습의 장소는 교실이 아닌 '운동장'이었다.^^ 이렇게 해서 많은 부원을 확보한 막야구부는 운동장을 많이 차지하게 된다.

이 책에선 흥미진진한 경기장면이 마지막에 한번 나온다. 운동장 사용을 두고 벌이는 야구부와 막야구부의 한판 대결! 종목은 막야구!^^ 과연 결과는??

작가가 제목에 '운동장'을 넣은 이유를 짐작해본다.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일차적인 공간이 바로 운동장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운동장마저 아이들에게 온전히 주지 못한다. "축구나 야구같은 구기종목 금지" 이건 우리 학교 점심시간과 방과후의 운동장 사용 지침이다.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지나가다 공에 맞아 다친 사건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고 그 중에 한 건은 꽤 심각한 부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내려지는 조치는 늘 이렇다.
"금지".

방과 후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맘껏 뛰놀다 저녁 먹으러 집에 들어가는 아이는 이 시대에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놓아먹이는 말 같은 희귀한 아이가 지금 우리반에 둘이나 있다. 무척 건강한 아이들이겠지? 슬프게도, 모든 관계적 문제들과 사소한 비행들이 모두 이 아이들의 손끝에서 나온다. 부모님을 불러 상담할 때 아이를 좀 관리해 주십사 부탁하는 말은 운동장에서 데려가라는 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말이었고, 나는 이 과정에서 자괴감을 심하게 느꼈다. 모두가 운동장에 있다면 이런 고민을 안해도 되는게 아닐까?

교사들을 위한 놀이연수도 많고 책도 많이 나왔다. 막야구부가 날마다 마음껏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굳이 그런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부 놓아먹이는 아이들에게만 말고, 모두에게 운동장을 돌려주는 길은 없을까? 이 재미있고 상큼한 책으로 작가가 던져준 화두가 무척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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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볼 높은 학년 동화 34
이현 지음, 최민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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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야구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지만 나도 한때는 야구 광팬이었다. 그 한때란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고1,2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초딩때 우리집엔 TV도 없었는데, 아버지가 라디오로 고교야구를 들으셨다. 전남 태생인 아버지는 군산상고 광주일고 경기때는 식음을 전폐하고 몰입하셨다. 경기에 이기면 자기가 신통력을 부렸노라고, 애기도 아닌 우리 3남매한테 뻥을 치시곤 했다. 우린 적당히 맞장구쳐 가며 상황을 즐겼다. 경기에 질때는 "아빠~ 신통력 안부리고 뭐해~" 해가면서. 참 손발이 척척맞는 부녀지간이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프로야구가 생겼다. 박철순의 OB가 우승한 원년 이후로, 연고지가 호남인 해태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고교야구에서 보았던 광주일고 출신 선동렬! 그가 활약하는 해태의 경기는 우리 가족 모두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이땐 TV도 샀으니 더욱 신나는 관전) 도루왕 김일권, 강타자 김성한, 위기에 강한 한대화 등등은 지금도 기억하는 멋진 아저씨들! 이다. 한국시리즈까지 끝나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이 쌀쌀해서인지 야구가 끝나서인지 모를 쓸쓸함이 나를 휘감던 느낌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현 님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본격 야구 동화가 나왔다고 해서 당장 구입했다. 이 책을 검색하며 어린시절 아버지랑 읽던 박수동 화백의 <번데기 야구단>이 기억났다. 깨알같은 재미가 가득하던. 중학생때 눈물 철철 흘리며 읽던 이현세 님의 까치 만화들도... 그중 <공포의 외인구단>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었지. 정말 재밌게 읽었지만 나이든 지금에 와서 읽는다면 현실성이 없다며 한소리 할 것이다. 떨거지들을 모아 만든 팀이 전문 팀을 이기고 대회에 나가 우승하고 이런건 당최 말이 안된다.(번데기 야구단엔 여자아이도 있었지 아마?^^)

이 책은 어떨까? 현실성 없는 외인구단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야구 이야기지만 야구 이야기만도 아니었다. 부모님의 헤어짐 이야기, 외로움에 마음의 병을 갖게된 동생 이야기, 천재성 있는 아이 옆에서 노력파 아이가 겪는 좌절 이야기, 성공 가능성이 극히 적은 운동선수라는 진로에 대한 갈등 이야기 등.... 이 와중에 어떤 아이는 야구를 포기하고, 어떤 아이는 불확실한 길을 묵묵히 간다. 이 책의 마지막 경기는 지는 게임이었다. 번데기야구단 같은 극적인 역전승이 전혀 아니었다. 방황하다 경기에 늦은 동구는 감독님께 고개를 깊이 숙이고 말한다.
"감독님, 인자부터 제가 던지겠습니다. 오늘 경기 끝내겠습니다."
이 말은 승리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패배를 견디겠다는 말이었다.

아, 그런데 이 지는 경기가 너무 멋져서 코끝이 찡했다. 질 줄 아는 이 멋진 녀석들. 송중기보다 더 멋진 초딩 녀석들. 선택한 길은 다 다르지만 그 길에서 최대한 찌질해지지 않기. 엄마미소가 지어진다.

5학년 체육에선 야구형게임이 주로 나온다. 월요일 체육시간부터 아이들과 티볼에 한번 재밌게 빠져 봐야겠다.
플레이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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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5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