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달인 낮은산 너른들 15
김남중 지음, 조승연 그림 / 낮은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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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달인 / 김남중 / 낮은산>

마주하기 꺼려지는 불편한 현실을 동화로 얘기하는 작가들이 있다. 그중의 한 명이 김남중 작가다. 그의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지만 [미소의 여왕], [살아있었니], [동화없는 동화책] 등을 읽을 때 참 힘들었다.

이 책의 시작은 꽤나 유머러스해서(이 작가의 강점이기도 하다) 불편함을 잘 몰랐다. 주인공 이소령이 부모한테 버려지고 삼촌과 살게 되며 김진기라는 못된 녀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소령이가 자신의 모든 포인트를 걸고 "지식왕"에 올린 질문에 대한 각양각색의 답변을 읽을 때, 찐빵삼촌이 싸움비법을 전수해 주면서 먼저 욕을 가르쳐주는 대목을 읽을 때, 약간 남성적인 김남중표 유머를 맛볼 수 있다.(왠지 그의 작품에서는 성별이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짠빵삼촌에게 특훈을 받은 소령이가 김진기를 들이받은 후부터 불편한 현실은 독자 앞에 계속 그 불편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댓가로 삼촌은 찐빵삼촌에게 인계해 주려던 순대트럭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어렵게 사는 이들이 힘들게 세운 행복한 계획은 자꾸만 어긋난다.

소령이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싸움이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김진기와 벌인 주먹다짐 말고도 세상에는, 이를 악물고 덤벼야 하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있다는 것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약한 주먹을 쥐고라도 일어서야 하는 싸움이 있다는 것을.

삼촌과 진희이모의 마지막 남은 삶의 터전은 이 싸움으로 무참히 깨졌다. 독자인 나조차도 설마설마했던 찐빵삼촌마저 먹고 살기 위해 그들을 깨부수는 용역깡패의 모습으로 등장하던 날, 그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삼촌은 교도소에 갔다.

작가는 의연히 버티는 소령이를 통해 '싸움의 달인'이 되는 길을 힘겹게 얘기하고 있으나, 참 어렵다. 이 책을 읽을 어린이들은 커녕 어른인 나에게도 어렵다....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차려도 안 될 일은 안 될 터이다.... 라고 내 안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그런 생각과 먼저 싸우는 것이 싸움의 달인이라고 다른 누군가가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사회시간에 '경제성장의 그림자' 라는 주제를 공부하고 있다. 빈부격차, 노사갈등, 물질만능주의 등을 다룬 수많은 동영상을 폴더 안에 가득 모아놓고 그것을 하나하나 보고 선별하는데만도 한나절이 걸렸던 수업. 알량한 동영상 몇 개로 이끌어간 수업은 들인 시간이 무색하게 참으로 어줍잖았다. 싸워본 적 없는 내가 싸움을 얘기하는 것 또한 어줍잖고, 싸우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

그저 '정의로운 것'이 무엇이냐 라고 나 자신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없이 질문하는 것이 이런 불편한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아이들에게 확신있게 말해줄 만한 답을 알지 못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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