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독립선언 두 번째 이야기 -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 이야기 교사독립선언 2
실천교육교사모임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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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아는 이름의 선생님들께 친구요청도 보내고 하다보니 내게 페이스북은 직업상의 소통공간이 되었다. 즉 페친이 모두 동일직업군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숨은 고수들이 우리 교육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100명도 안되는 페친을 보며 느끼는 소감이 이러하니 내가 모르는 고수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들은 치열하게 배우고 성찰하며 실천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었다. 때로는 고정된 내 시각을 흔드는 매우 불편한 시각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면 나는 이 나이에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는데 그건 마치 지금까지 헛살아왔다는 말처럼 들리니 불편한 흔들림에 나를 내맡기는 일과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컸던 건 속시원함과 자랑스러움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직업군의 사람들의 생각과 실천을 구경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 중 일부가 들썩들썩 하더니 순식간에 전국단위의 모임을 만들어내고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다. 작년에 세종과 익산에서 모이더니 올해는 창원에서 모였다. 이 책은 그 중 2차, 익산모임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모임들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서울에서 전라, 경상도까지 달려갈 만큼 열정적이지도 부지런하지도 않다. 아니 그래도 5년만 젊었더라면, 떨쳐 일어나 도전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쯤 하면 그만둘텐데(정년까지 한다면 몇년 더?), 뭐하러 나를 흔들어. 평생 흔들다 볼짱 다 볼래?'
'2,30대 교사들이 모이는 곳이라잖아. 괜히 가서 꿔다논 보릿자루같이 앉아있지 말고, 집어쳐.'

그러던 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읽는다. 10년이라 했지. 10년이 짧은 세월인가? 10년 남은 자는 정체되어도 되는가? 그건 아니라고 이 책은 말해준다. 1년이 남았더라도 우린 늘 새로워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연구와 토론과 실천과 공유로 답답한 교육을 바꿔보고자 한다.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는 그 당연한 일을 하려고 하며, 부딪치는 어려움은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려 한다. 난 이 모임을 응원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얌전히(?) 구경이라도 가보고 싶다.

그날의 강연자 또는 진행자인 열두 분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동료들에게 자신들의 교육실천과 생각을 이렇게 드러낼 수 있는 분들이 부럽다. 특히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를 깨달은 것은 이성우 선생님의 글에서였다.

"모든 사물은 대립적인 두 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 두 속성을 연관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만이 사물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대립적이라는 이유로 각각의 범주를 따로따로 생각하는 양자택일의 사고에 익숙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배움에 흥미를 잃으며, 교육이라는 것이 삶과 동떨어져 이루어짐에 따라 지겹고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위선과 허구를 답습하는 관념의 놀음으로 전락하고 만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움이 되고 학교가 희망의 교육공동체로서 그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들이 이원론적 사고를 극복하고 교육과 관련한 범주쌍을 통합적 시각으로 이해하는 인식론적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

어렵다. 이제 가진 것 슬슬 나눠주며 살아도 모자랄 판에 배우고 또 배워야겠다는 자각은 그리 유쾌한 것은 못 된다. 하지만 10년을 버티기 위해 아마도 나는 그래야 할 것이다. 실천교사모임의 이야기를 언제나 관심있게 읽는 독자가 될 것이다. 이들은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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