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아는 이름의 선생님들께 친구요청도 보내고 하다보니 내게 페이스북은 직업상의 소통공간이 되었다. 즉 페친이 모두 동일직업군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숨은 고수들이 우리 교육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100명도 안되는 페친을 보며 느끼는 소감이 이러하니 내가 모르는 고수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들은 치열하게 배우고 성찰하며 실천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었다. 때로는 고정된 내 시각을 흔드는 매우 불편한 시각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면 나는 이 나이에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는데 그건 마치 지금까지 헛살아왔다는 말처럼 들리니 불편한 흔들림에 나를 내맡기는 일과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컸던 건 속시원함과 자랑스러움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직업군의 사람들의 생각과 실천을 구경했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 중 일부가 들썩들썩 하더니 순식간에 전국단위의 모임을 만들어내고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다. 작년에 세종과 익산에서 모이더니 올해는 창원에서 모였다. 이 책은 그 중 2차, 익산모임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이 모임들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서울에서 전라, 경상도까지 달려갈 만큼 열정적이지도 부지런하지도 않다. 아니 그래도 5년만 젊었더라면, 떨쳐 일어나 도전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쯤 하면 그만둘텐데(정년까지 한다면 몇년 더?), 뭐하러 나를 흔들어. 평생 흔들다 볼짱 다 볼래?''2,30대 교사들이 모이는 곳이라잖아. 괜히 가서 꿔다논 보릿자루같이 앉아있지 말고, 집어쳐.'그러던 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읽는다. 10년이라 했지. 10년이 짧은 세월인가? 10년 남은 자는 정체되어도 되는가? 그건 아니라고 이 책은 말해준다. 1년이 남았더라도 우린 늘 새로워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연구와 토론과 실천과 공유로 답답한 교육을 바꿔보고자 한다.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는 그 당연한 일을 하려고 하며, 부딪치는 어려움은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려 한다. 난 이 모임을 응원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얌전히(?) 구경이라도 가보고 싶다.그날의 강연자 또는 진행자인 열두 분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동료들에게 자신들의 교육실천과 생각을 이렇게 드러낼 수 있는 분들이 부럽다. 특히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를 깨달은 것은 이성우 선생님의 글에서였다."모든 사물은 대립적인 두 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 두 속성을 연관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만이 사물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대립적이라는 이유로 각각의 범주를 따로따로 생각하는 양자택일의 사고에 익숙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배움에 흥미를 잃으며, 교육이라는 것이 삶과 동떨어져 이루어짐에 따라 지겹고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위선과 허구를 답습하는 관념의 놀음으로 전락하고 만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움이 되고 학교가 희망의 교육공동체로서 그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들이 이원론적 사고를 극복하고 교육과 관련한 범주쌍을 통합적 시각으로 이해하는 인식론적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 어렵다. 이제 가진 것 슬슬 나눠주며 살아도 모자랄 판에 배우고 또 배워야겠다는 자각은 그리 유쾌한 것은 못 된다. 하지만 10년을 버티기 위해 아마도 나는 그래야 할 것이다. 실천교사모임의 이야기를 언제나 관심있게 읽는 독자가 될 것이다. 이들은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