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 책이 좋아 3단계
박효미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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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맘에 든다. 딱 뭔지 알겠는 느낌이다. 세상 무너진 듯이 감정의 홍수가 흘러도, 먹을 건 먹고!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어이없는 느낌도 들지만 나는 한편 안심이 되더라.

사춘기 아이들이 등장하는 단편 다섯 편을 모아놓았고, 연애라는 소재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나는 오랜 경력과 다양한 경험에 의하여 연애를 요란스럽게 하는 아이들을 싫어하게 되었지만, 이 소재의 동화들은 눈여겨본다. 뒷표지에 김서정 평론가님의 이런 평이 매우 반가웠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진정한 연애 동화'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해 왔다. 아이들이 '연애'라는 새로운 충돌을 통해 인간관계의 오묘함과 지난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것을 힘겹게 통과하며 어떤 성장의 단계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훌륭한 작가님들이 이미 꽤 써놓으셨지만, 이 책도 그 목록에 들어가면서 겹치지 않는 특별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평하고 싶다.

첫번째 작품 [체중계의 사랑]에서 담하는 한창 연애가 무르익고 있던 동준이에게 난데없이 차였다.
"그만 만나."
라는 톡 한마디로.
담하는 친구 정민이와 함께 그 이유를 탐구하기 시작했는데, 살 때문이라는 심증이 굳어졌다. 그들은 함께 수영장에 다녔고 최근 담하는 체중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아챈 담하는 분노의 다이어트에 돌입하는데, 정민이한테 이런 소리를 들었다.
"류동재 보라고 살을 빼? 그자식 보라고?"
이후 어떤 계기로 담하가 부끄러움의 현타를 쎄게 맞으며 이 작품은 끝난다. 그 부끄러움은 담하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시험지로 만들어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는 자각이었다.

자기관리는 하는 게 좋다. 비만은 건강에 나쁘기도 하고, 자기만족에도 해가 된다. 하지만 남의 눈에 비친 내가 기준이 되어선 안된다. 연애의 함정 중 하나이다. 담하는 그걸 일찍 깨달았으니 예방주사를 참 빨리도 맞은 거네. 실패한 연애는 이렇게 인생에 약이 되기도 한다.^^

두번째 작품 [사랑의 물 분자]에서는 특이한 공통 관심사로 커플이 된 조하나와 경지완이 나온다. 둘다 '두루마리 연금술 까페' 회원이란 걸 알게 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둘은 많이 다르다. 조하나는 사귄다는 일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하나의 눈에는 때로 지완이 야속하고 성에 차지 않는다.

연금술에 관심을 갖는 하나는 과학수업에서 배운 '화합물' 이라는 말에 주목한다.
"너는 수소고, 나는 산소야. 우리는 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우리가 사귀어서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 내려면 어떤 규칙이 필요해."
이러면서 하나는 둘만의 규칙을 만든다. 서로의 톡에 바로 답한다, 다른 사람을 만날 때는 허락을 받는다 등의, 말하자면 서로 속박하는 규칙이라 하겠다. 이렇게 하나의 연애의 꿈은 거창했으나, 바로 깨져 버렸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무슨 소리야. 내 주인은 나잖아. 네가 아니라고!"
아이고 창피해라. 하지만 이렇게 이불킥 하면서 점점 나은 사람이 되는 거지 뭐. 이 작품을 읽으며 이런 문장을 생각해냈다.
"연애는 화합물이 아니고 혼합물이다."
지난 학기 과학시간에 중요하게 가르친 개념 중에 혼합물이 있었는데 그 뜻은 이러하다. 두가지 이상의 물질이 성격이 바뀌지 않은 채로 섞여있는 것. 오호 이게 연애에도 적용이 되는구나. 세상엔 아직도 깨닫고 발견할 게 천지삐까리란 말이지.^^

세번째 작품은 [전류 차단의 원칙] 오, 이건 또 뭘까. 이 책엔 과학적 개념이 많이 나오네? 이 작품엔 오랫동안 함께 어울린 두 가정이 나온다. 류희재, 류희원 자매의 가정. 또하나는 윤진원 가정이다. 사랑의 불꽃이 튀는 방향은 참 예상하기 어려워서, 어린시절 깨벗고 함께 놀던 아이들이 사춘기로 접어들자 진원이가 '희재누나'를 흠모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둘이 사귀기 시작했다. 근데 더 웃긴건 희원이 마음도 야릇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셋은 적당한 전류가 흐르는 공간에 갇혀 적당한 찌릿함을 즐기며 팔딱거리는 중이었다.

이 상황을 파악한 양가 어른들이 나섰다. 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바로 옛날 구도로 돌아갔다. 그 상황을 작가는 '부도체를 만나서 전류가 차단됐다'고 표현했다. 웃음이 나왔다. 이 어른들의 부도체 역할을 어떻게 봐야할까? 심술궂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도체의 실험은 필요하다. 그래야 그게 유사감정의 유희인지 진정한 사랑인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 대부분이 이 전류놀이를 즐기고 있거든. 그 전류놀이를 동네방네 떠벌리고 자기들 감정으로 남까지 피곤하게 하는 것처럼 민폐가 없어요. 작가님 진짜 짱이다. 내가 이런 작품을 쓰고 싶었는데. 이 작품에 매화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처럼, 소중하고 따뜻한 감정은 오래 살아서 숨쉴 것이니 조급할 필요가 없다구요.

네번째 작품 [나는 여기 있다]는 전학 온 재희의 첫사랑 회상이다. 재희는 자신을 모르는 어떤 상대방을 혼자 지켜보며 좋아했다.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실체를 모르고 내가 만들어가는 이미지로 좋아한다는 면에서 속성이 비슷했다. 그 사랑은 대상을 맞닥뜨린 후에 곧 깨졌다.
"어떤 의미든, 그게 대단하든 별것 아니든, 그 모든 일은 내 생각에서 시작된다."
"가상의 세계는 날 끊임없이 불러들인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곳에만 있을 생각이다. 나는 여기 있다."

마지막 [나는 괜찮나요?]는 할머니, 아빠와 함께 사는 지유의 이야기다. 평생 엄청난 노동으로 자식들을 길러냈지만 이제 손가락이 아파 그럴 수 없는 할머니가 지유의 주 양육자다. 엄마는 없었다. 지유는 그 빈곳을 친구 은지와의 관계로 가득 채워보고자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아픈 깨달음만 얻는다. 이 책 중 유일하게 남녀 연애 이야기가 아니지만 관계의 이야기라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할머니의 온찜질을 위해 대야에 따뜻한 물을 담는 장면으로 이 책은 끝난다.

쓰면서 생각해보니 주인공들이 원하는 관계는 하나도 이루어진게 없었다. 다 실패였다. 하지만 어둡지 않았다. 어쩌면 이 실패는 우리 인생의 일상다반사이고 통과의례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읽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일단 치킨은 먹고! 그다음 괜찮아지는 아이들 모습에 안심도 된다. 이 책에는 표제작이 없다. 제목을 따로 지은 것인데, 그 제목이 전체를 잘 아우른다고 생각한다. 고학년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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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좀 하는 이유나 2 - 소미가 달라졌다 노란 잠수함 16
류재향 지음, 이덕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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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유나 2편이 나왔는데 반년이 넘어서 찾아읽게 됐다. 전편의 유명세에 기대어 썼다가 2편은 맥빠지는 작품도 있지만 이 책은 여전히 탄탄한 느낌이다. 최초의 독자들은 훌쩍 컸겠지만 여전히 3학년에 머물러있는 유나와 소미. 그리고 호준이. 하지만 똑같은 3학년은 아니다. 적절한 발달단계를 밟으며 커나가고 있다. 그래서 때론
"걔가 그럴수가"
"실망이야"
할 수도 있지만 넓고 길게 봐야한다. 아이들은 크고 있는 중이니까. 그것도 아주 건강하게.

'욕 좀 하는' 이라는 제목의 느낌과는 다르게 이 책은 엄청 모범적이고 순한맛이다. 시시하다는 느낌과는 다른 거다. 깨알재미와 신선함이 있어서 아주 알차게 재미있다. 재미있는데 건전하기까지하면 두마리 토끼 다 잡은 거 아닌가? 전형적인 방법으로 교훈을 주려는 뻔한 서사가 아니고 음식으로 치면 맛있는데 "그거 건강에도 좋아." 이런 느낌이다.^^

1권에서 소미의 욕 의뢰와 소미를 돕기 위한 유나의 노력으로 둘은 절친이 되었다. 유나의 '창의적 욕 퍼붓기'는 일면 성공했지만 의외로 기대했던 느낌보다 예기치 못한 감정이 그들을 덮쳤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무찌르려 했던 임호준을 이해하게 된 계기는 되었다. 호준이도 나름 변했고. 그리고 욕의 부정적 느낌을 가슴에 정통으로 맞은 유나는 이제 웬만해서는 사용을 자제하게 되었다.

2권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호준이가 유나한테 욕 레슨을 의뢰한다. 호준이의 여러 사정을 들은 유나는 1권에서의 마음의 빚도 있고 해서 수락하는데.... 그들이 세우고 시작한 경계(주의사항)를 보면 1권에 비해 훌쩍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인데, 그들의 창의적 욕 공부는 마치 국어 연구와도 같았다는 점이다. 두꺼운 국어사전을 뒤지고 정리하고 조합하면서 하는 연구. 본문 중의 대화나 삽화에 나타난 낱말들을 보면 작가님이 일단 해보신 작업이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든다. 작품이란 그냥 줄줄 써지는 게 아니라 이런 끝없는 궁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겠구나 라는 짐작. 어쨌든 국어사전이 가장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이 정말 맘에 들었다 속담의 유용성이 나오는 점도 좋고. 그런 면에서도 중학년에게 권해주기 안성맞춤인 책이라 하겠다.

2권에서의 또다른 변화는 착한 어린이, 순하고 배려하며 상대에게 맞춰주는 소미의 변화다. 둘의 레슨은 소미 몰래 진행되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소미는 차갑게 돌아서 버렸다. 변해버린 소미를 느끼며 유나는 탄식한다.
"소미가..... 우리 소미가 비뚤어졌다."
그래도 걱정한 것만큼 어렵지는 않게 화해했다.ㅎㅎ

소미의 변화는 그뿐이 아니었다. 소미 또한 나름대로 국어사전을 횔용한 창의적 욕 연구를 독자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 정리의 결과물을 엄마한테 들켰고, 놀란 엄마는 '유나랑 놀다가 물든 것'이라 단정하고 유나 할머니에게 항의하기까지 한다.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부모 유형이라 하겠다. 2권의 가장 큰 위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재미나고 흐뭇하게 해결되고 끝난다.

유나와 소미의 대화에서 욕에 대한 작가님의 철학이 드러나는 점이 인상적이어서 좀 뽑아보았다.

"생각해보니까 욕도 조미료 같은게 아닐까?"
"그래도 넌 하지 마, 소미야. 평소에 네가 하는 말은 국물로 치면 맑고 담백한 맛이야. 건강하고 편안해. 듣고 있으면 내 마음도 그렇게 되고."
"무슨 말인지 알아. 그래도 가끔 필요할 땐 후추랑 고춧가루를 뿌려 볼게." (77~78쪽)

"암튼, 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함부로 판단하고 말하는 게 어찌 보면 욕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 같아." (95쪽)

이제 욕 레슨을 그만두고 싶은 유나는 호준이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까? 그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말 연구와 창의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분야라 가장 적절한 결말이라 생각한다. 박수!!ㅎㅎ

나도 어릴 적부터 욕의 무풍지대에서 살지 않았고 꽤 많은 욕을 구사할 줄 안다. '욕 좀 하는' 축에 드는 거지. 가끔 알만한 사람들과 있을 때나, sns의 친한친구 공개로 욕을 발사할 때가 있는데, 공감하거나 심지어 좋아하는 사람도 있더라는.^^;;;; 세상 모든게 그렇듯이 나름대로 존재 이유는 있는 거겠지. 하지만 많이 할수록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바로 욕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아주 재미있고 설득력있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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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 - ‘말’에 관한 여덟 가지 이야기 큰곰자리 76
모리 에토 지음, 시라코 외 그림, 김소연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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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지는 기간이 있는데(권태기?) 거기다 찔긴 감기로 코로나때처럼 무력하게 며칠 앓다보니 동화책은 저 멀리로.... 다행히도 우연히 잡은 이 책이 좋아서 다시 조금 다가앉게 되었다. ‘말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바른 말, 고운 말, 말의 힘에 대한 책이겠구나 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단순한 주제동화 모음집은 아니다. 주제가 각잡혀 있는 느낌보다는 훨씬 더 깊고 유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여덟 가지 이야기마다 각기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삽화를 그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참여했다는데 나는 잘 모르는 이름들이지만 어쨌든 그림체도 느낌도 제각기 다르고 다양해서 좋았다.

‘말’에 대한 이야기지만 어떤 이야기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느껴진다. 그 둘은 접점이 많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작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리쓰와 슈야가 번갈아 화자로 서술하며 그들에게 있었던 일과 그 해결을 보여준다.

둘은 말하는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 리쓰는 좀 망설이고 뜸을 들이는 스타일이다. 그런 리쓰에게 즉답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반면 슈야는 마구 던지는 화법이다. 겨냥도 없이 막 던진다고 할까. 말이 많은 거지 한마디로. 점심시간에 '어느 쪽이 더 좋아?' 라는 밸런스게임 비슷한 그런 놀이를 하고 노는데 이럴땐 리쓰가 문제다. "글쎄...." 라든가 "둘다 좋아" 라고 하면 김새는 거니까. 나라면 그냥 아무거나 댈 텐데 리쓰는 망설인다. 진짜를 대답하고 싶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생각한 것이 바로바로 말로 나오지 않는 한계도 있다.

이 모습에 속터진 슈야는 면박 주는 소리를 한마디 해버린다. 가볍게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어쩌나. 리쓰의 입이 굳게 닫혀버렸다. 신경쓰인 슈야는 야구연습도 포기하고 하교길을 동행하는데, 어색한 침묵은 무겁기만 하다. 행운이었을까. 난데없는 소나기가 쏟아졌고 아이들의 응어리는 씻겨 내려갔다. 하지만 리쓰는 한마디를 꼭 해야 했다.
"나, 맑은 날씨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비도 좋아. 정말로 둘 다 좋아해."
둘이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갈등은 해소되었다. 이후 둘의 말하는 스타일이 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염두에 두게 될 것이다.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 이 책이 참 좋았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교훈을 정해놓고 거기만 좁게 파면 뻔한 이야기가 돼서 재미가 없다. 이 책은 '말'을 소재로 잡았지만 범위는 그보다 훨씬 넓은 느낌이다.

추가로, 슈야의 어머니가 한 말 중에 대화를 공 던지기에 비유한 부분이 있는데, 매우 유용한 비유라 꼭 기억해두고 싶다.
"대화라는 건 상대방 말을 받아서 정확하게 다시 던지는 거야. 너는 혼자서 공을 툭툭 던지기만 하는데, 그래서는 벽에 대고 치는 탁구나 마찬가지라고."
대화는 캐치볼. 정말 좋은 비유다. 던지는 것도, 받는 것도 다 중요하겠다. 슈야의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길다.
"공을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리쓰의 말을 제대로 받아 낸 것인지도 모른다." (19쪽)

두번째 작품 [쟤가 불편해]는 매우 현실적이고 마음이 편해지는 주제를 담았다. 이 작품을 킵해놨다가 어떤 아이들이나 어떤 부모들에게 읽히고 싶을 정도다. 이 작품의 키워드를 '견원지간'이라고 하고 싶다.ㅎㅎ 즉, 너무 싫은 상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라는 문제다. 결론은 포기하라는 거다. (얼마나 편해?ㅋ) 도저히 좋게 엮을 수 없는 관계도 있는 거다. 그럴 때는 인정하고 거리를 두는게 상책.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지도를 한 적이 꽤 있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는 없어. 너희들은 좋은 말로 서로를 대할 수 없다면 당분간 서로 상대하지 마. 얘랑 꼭 사이좋은 친구가 되지 않아도 돼. 단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는 끼어들지 마. 쟤랑 놀지 말라든지 하는 참견은 금물이야. 그것만 명심하고 너희 둘은 떨어져."
이렇게 '절교'를 시켜주는 몰지각한 선생을 봤나? 그런데 이럴 필요가 있을 때가 있더라는 거다. 분명히.

"어떻게도 되지 않는 타고난 궁합이야. 어느 쪽이 잘했다거나 잘못했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야. 고민해봐야 시간 낭비야. 뇌세포 낭비라고."
"마음이 안맞는다는 건 그런거야. 안 맞는 건 안 맞아. 그렇게 이해하고 끝낼 수밖에 없어. 안 맞는 상대가 누구한테나 있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29쪽)
이 대목에서 마음이 편해지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이상적으로는 누구나 사랑하는게 맞지만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니까.

세번째 작품 [도미타에게 보내는 메일]은 제목 그대로 미사토가 도미타에게 보낸 메일이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사토는 학급간 경기에서 엄청나게 실수를 했고, 열심히 연습한 학급 친구들에게 슬픔을 안겼다. 주장으로 아이들을 이끌었던 도미타가 다가와 조용히 치명적인 말을 속삭이고 갔다. 미사토는 충격을 받았지만 다음날부터 도미타는 예전과 다름없이 웃으며 미사토한테 잘해준다. 아마 그 일이 미안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미사토는 그 의도를 짐작하고 고맙게 받아들이면 되는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그래도 말을 하는 쪽에 무게를 둔다. 그 '말'은 꼭 입으로만 해야 되는 건 아니다. 글도 말의 역할을 충분히, 때로는 더 효과적로 해낸다. 그래서 미사토는 메일을 선택한 것이다.

"말이라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말이 없으면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끝나 버릴 때도 있는 것 같아.
우리를 얽매고 있는 말을 푸는 것도, 역시 말을 이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기분이 들어.
그러니까 역시 용기를 내서 이 메일을 보낼게. 보내기로 지금 결심했어." (54쪽)
어린아이의 문장 치고는 참 중요한 진리가 담긴 문장이다. 말이란 남발해서도 안좋지만 필요한 시점에서는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 메일에서 끝난다. 도미타의 답장은 나오지 않았다. 도미타가 이 메일에 담긴 미사토의 진심을 읽고 답장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학급 아이들과 그 답장을 함께 써보고 싶다.

리뷰가 길어지니 몇 편은 뛰어넘고 마지막 작품 얘기를 하겠다. [내일의 말]이라는 작품이다. '유'는 시골학교로 전학왔다. 좋게 온건 아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빠랑 아빠 고향으로 이사한 거라서. 고향으로 오자마자 아빠는 사투리를 쓰기 시작하고,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의 사투리도 구수하다. (역자는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을^^) 시골 사람들 특유의 오지랖인지 유에게 다들 친절하고 잘해주려 애쓴다. 하지만 유는 더욱 기운이 빠지기만 할 뿐이다.

그런 유에게 힘이 나는 말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아주 일상적이고 흔하디 흔한 말이었다. 그렇구나. 예쁜말 고운말은 따로 상품처럼 있거나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일 또 놀자고!"
웃으며 건넨 이 말 한마디였다. 이 말에 유는 내일의 힘을 받았다고 한다. 표지에 쓰여진 "어떤 말은 내일로 이어진다"는 문장이 여기서 나온 거구나.

이 책은 말에 대한 이야기면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삶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쉽지 않지만 무작정 어렵기만 하지도 않고, 정답은 없지만 경계는 있으며 무엇이 어느 쪽에서 다가올지는 모른다는 점에서 말도 관계도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문장이 쉽고 간결하면서도 때로 유머도 있고 감각적 표현도 돋보이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옥의 티를 굳이 하나 고르라면, 표지 그림을 [쟤가 불편해]에서 뽑으셨는데 표지로 쓰기엔 느낌이 썩 조으지 아니했다. 전체적인 메시지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지만 '다른 좋은 그림도 많은데' 라는 아쉬움? 그것만 빼면 다 좋았다. 읽고 함께 나눌 이야기가 무척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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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너스 2야 -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1
전앤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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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야기가 넘치는 세상에 작가들은 또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뱉어낸다. 그중에 ', 이 느낌은 처음이야' 라는 작품을 만나기가 쉬울까? 내 감각의 컨디션이 요즘 좋지 않아서,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쓸어보는 작품을 만나기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만난 이 작품. 확실히 낯선 느낌이었다. 처음 가보는 어떤 길에 혼자 내려진 느낌 같기도 했고 난생 처음 꾸어보는 꿈 같기도 했다.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웃기다가도 끝모를 슬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겨우 열여덟 고딩 아이들의 삶에서 말이다. 이 책은 청소년소설 중 우수작을 뽑는 '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각기 홀로였던 세 청소년이 주연인 이야기다. 화자인 홍미주, 쌍둥이 남매인 김세정과 김세아. 그런데 셋이 얽힌 건 세아가 학교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부터다. 이 설정부터가 슬프다. 왜 어떤 것은 떠나버린 후에야 내 마음에 들어오고 나는 그 안타까움에 더 슬퍼해야 하는가. 모를 때는 평평하던 사건들이 알게 된 후에는 그토록 세밀하고 뾰족한 요철로 내 마음에 자국을 남기는가. 나는 이게 싫어서 많은 일들을 "알고 싶지 않다."는 한마디로 넘겨버리며 산다. 이건 옳은 일인가. 미주 또한 나와 다르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세아의 귀신(이렇게 표현하기 싫은데 딱히 부를 말이 없다)이 미주를 찍어서 찾아와버렸기 때문.

 

판타지도 아니고 어정쩡한 이런 설정을 평소에는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에서는 달리 피할 길이 없는 느낌으로 지켜보았다. 세아(의 귀신)는 미주네 집에 찾아와 아주 눌러앉았다.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한 미주에게 떠나주는 조건으로 세정이를 세 번 만나줄 것을 제안한다. 세정이로 말할 것 같으면 덩치만큼 목소리 크고 무개념 과잉행동으로 비호감의 조건을 다 갖춘 남학생이다. 세아랑 쌍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고 본인들도 굳이 티내지 않아서 아는 아이들만 안다. 사고 현장에 둘은 같이 있었고 직전에 티격태격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는데.... 지금 세정이는 어떤 심정으로 살고 있을까? 과잉행동은 더 심해져 기행으로 보이기까지 하지만 딱히 슬픔에 잠겨 보이진 않는데.....

 

너도 솔직히 세정이가 쪽팔렸던 거 아니냐며 거부하는 미주에게 세아는 말한다.

그래서 지금 후회하고 있잖아. 난 세정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야.”

세정이가 아이들에게 미움받는 게 싫었어. 그건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

 

셋이 혼자였던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혼자는 혼자를 알아보는 걸까. 세아는 전에 미주한테 백일장에 같이 나가보지 않겠냐며 접근한 적이 있다. 수행평가로 제출한 미주의 시에 뭔가가 있다면서.

너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

종점은 바다 같아.

너는 얼어붙은 겨울바다였다가 힘차게 밀려오는 파도였다가 갇혀버린 별 같아.

이런 대목에선 문예창작을 전공하시고 고등학교 문학교사라는 작가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 같다.

 

미주가 혼자가 된 이유는 화자인 미주가 하도 천연덕스럽게 밝혀서 초반부터 알게 된다. 미주의 어린시절 상처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세정이의 상처가 밝혀지는 순간은 안타깝고 충격적이었다. 세아도 죽고 나서야 알았다니... 그래서 세아는 바로 떠나지 못하고 미주의 곁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나오는 대목이 난 맘에 들었다.

마이너스 1과 마이너스 1을 합치면 0이 아니고 마이너스 2. 김세정과 내가 딱 마이너스 2라고. 근데 우리가 굳이 만나야겠니?”

미주야, 마이너스가 꼭 나쁜 거야?”

?”

함께 있어서 외로움이나 슬픈 게 줄어들 수도 있잖아.”

그렇구나. 우리가 마이너스 2면 어떻고 마이너스 3이면 어떨까. 내가 플러스여야만 누구 옆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 미주가 기억도 안나는 500원 도움을 세아한테 빚졌고 다른 친구에게 베풀었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빚지고 다른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갚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 아닐까. 진로수업 선생님의 '사람인'자 해설처럼 서로 등을 기대고.

 

죽고 나서야 친해진 세아를 떠나보내는 미주의 마음이 그려진다. 얼어붙은 겨울바다 앞에 서있는 심정으로 보냈을지도 모르지만 갇혀버린 별은 이제 자유롭게 어디선가 빛날 것이다. 세정과 미주는 서로 기대어 한 친구를, 쌍둥이 누이를 그리워할 수 있겠지.

그런 뜬금없는 순간에 깨닫게 돼. 이제 세아 없구나.”

세정이가 했던 말이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은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어찌어찌 살게 된다는 것도.

 

마지막으로, 우리 교실에 혹시 세정이가 있다면 내가 그 아이의 상처를 간과하고 못마땅해만 해서 마음을 더 굳게 닫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작가가 현장 교사시라 그런지 교사들이 평범하고도 호의적인 모습으로 나와서 마음이 부대끼지 않아 좋았다. 슬픔이 들어있지만 청소년 화자의 엉뚱하고 명랑한 문장 덕에 재밌고 유쾌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을 살아내느라 애쓰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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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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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고, 제목인 이혼도 썩 관심사는 아니다. 우연히 페친이 올리신 이 책 표지를 보았는데, 무슨 맘에서인지 메모해 두었다가 도서관 간 김에 빌려왔다. 400쪽 가까운 분량에 1인칭 시점. 서사는 어찌보면 단순한데, 제법 되는 이 분량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주인공의 심리묘사라 하겠다. 그리고 주인공의 눈에 비친 주변 사람들의 모습.

 

화자인 스미코는 58세 여성이다. 나보다 겨우 두세살 많으니 동시대인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의 젊은 시절과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그 굴레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우리랑 비슷한 게 많구나.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약간 더 고루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 한 편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어느날 스미코는 친구에게서 상중엽서를 받았다. 남편의 부고였다. 그걸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부럽다.’

상당히 극단적인 경우라 볼 수 있지만 이 책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동창들이 모인 자리에서 얘기가 나왔는데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남편들의 유형은 저마다 달랐지만 공통점은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다는 거였다. 섬김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밖에 모르며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남편에게서.

 

스미코는 출산과 함께 전업주부가 되었지만 지금은 급식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파트타임이라고 하지만 일의 강도도 세고 거의 전일제 일인데, 남편은 아랑곳없이 예전 같은 수발을 당연하게 여긴다. 환갑이 다가오는 나이에도 스미코의 일과에 자유시간은 거의 없다. 조금만 집을 비워도 남편의 못마땅한 표정과 말투가 따라붙는다. 아내랑 같이 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없으면 불편하기 때문이지. 이걸 알지만, 그리고 반감도 가득하지만 스미코는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하고 분을 삭이면서 산다. 오랫동안 당해온 가스라이팅은 무섭다. 침잠해 들어간 마음은 좀처럼 솟아오르지 못한다. 이 책은 그 마음에 힘을 붙이고, 일어서고 움직인 스미코의 이야기다.

 

가까운 사람에 대한 혐오는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습관 같은 태도가 쌓여 이루어진다. 나를 보는 표정, 내 말에 반응하는 몸짓, 사소한 일에서도 드러나는 나에 대한 무시와 무배려, 거기에 내가 용납하기 어려운 기본생활습관까지 더해지면 그 인간과의 동거는 지옥이 될 것이다. 스미코의 남편은 흔히 이혼의 사유로 거론되는 폭력이나 외도, 돈사고 같은 것은 없었다. 스미코의 친구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스미코를 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짐작은 간다. 그인간의 숨소리조차 싫어진다는 감정이.

 

이때 스미코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에 이혼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혼을 선택하고 낯선 발걸음에 용기를 낸 모습은 응원받아 마땅하다. 사실 이혼을 망설인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문제였는데, 이건 현실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스미코는 이 이유로 주저앉진 않았고 부족하나마 현실적인 대책으로 준비를 해나갔다. 쉽지 않을 것 같았던 과정은 의외의 반전과 작가 특유의 무겁지 않은 문체로 어둡지 않게 해결되었다.

 

인간에게는 의존적인 욕구가 있다고 한다. 독립과 자유를 추구하는 마음보다 안정과 의존을 바라는 마음이 크면 스미코처럼 늦은 나이에 스스로 서기는 어렵겠지. 많은 사람들이 남은 인생을 헤아려보며 배우자를 평생 친구로 소중하게 여기기도 하고, 뒤늦게 배우자를 만들기도 하며, 스미코처럼 결연하게 벗어나기도 한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속이는 핑계에 묻혀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미코의 두 딸에 대한 마음도 공감한다. 둘 다 장성하여 타 지역으로 독립했다. 큰딸은 비혼주의자이고 작은딸은 결혼했는데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엄마의 전철을 밟고 있는 느낌이다. 장성해도 자식은 자식이겠지. 엄마의 인생에 동의할 수 없는 딸들에게 새로운 반전을 보여주고 용기를 주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엄마라면, 실패한 엄마는 아니다.

 

시골 마을에서 스미코와 같이 쭉 살아온 친구들, 일찍이 도쿄 등의 도시로 나간 친구들 등 다양한 친구들과의 만남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그 대사들과 심리묘사가 어찌나 적나라한지 인간의 솔직한 바닥을 보게 된다. 가장 표면에 보이는 것은 남에 대한 질투,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핑계와 합리화, 그걸 위해 친구들의 삶을 이용하는 모습 등이다. 친구의 불행을 걱정하는 자리에서까지도 말이다. 특별히 욕할 일도 아니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일본 작가의 소설들은 이질감이 없어선지 쉽게 읽혀서 좋다. 여성을 응원하는 책이지만 이걸 딱 성별의 문제로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가깝든 멀든 타인(나 아니면 다 타인이다)에 대한 고려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삶의 태도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을 힘들게 하고 결국 너 자신도 외로워진다구. 예전엔 니가 잡은 물고기가 참고 살았는지 모르지만 더 이상 그런 세상이 아니니까. 이제 용감히 속박을 벗고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게 당연한 시대니까. 나이도 이유가 되지 않는 시대니까. 이렇게 더 좋은 세상이 되어가는 건가. 부디 그렇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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