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좀 하는 이유나 2 - 소미가 달라졌다 노란 잠수함 16
류재향 지음, 이덕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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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유나 2편이 나왔는데 반년이 넘어서 찾아읽게 됐다. 전편의 유명세에 기대어 썼다가 2편은 맥빠지는 작품도 있지만 이 책은 여전히 탄탄한 느낌이다. 최초의 독자들은 훌쩍 컸겠지만 여전히 3학년에 머물러있는 유나와 소미. 그리고 호준이. 하지만 똑같은 3학년은 아니다. 적절한 발달단계를 밟으며 커나가고 있다. 그래서 때론
"걔가 그럴수가"
"실망이야"
할 수도 있지만 넓고 길게 봐야한다. 아이들은 크고 있는 중이니까. 그것도 아주 건강하게.

'욕 좀 하는' 이라는 제목의 느낌과는 다르게 이 책은 엄청 모범적이고 순한맛이다. 시시하다는 느낌과는 다른 거다. 깨알재미와 신선함이 있어서 아주 알차게 재미있다. 재미있는데 건전하기까지하면 두마리 토끼 다 잡은 거 아닌가? 전형적인 방법으로 교훈을 주려는 뻔한 서사가 아니고 음식으로 치면 맛있는데 "그거 건강에도 좋아." 이런 느낌이다.^^

1권에서 소미의 욕 의뢰와 소미를 돕기 위한 유나의 노력으로 둘은 절친이 되었다. 유나의 '창의적 욕 퍼붓기'는 일면 성공했지만 의외로 기대했던 느낌보다 예기치 못한 감정이 그들을 덮쳤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무찌르려 했던 임호준을 이해하게 된 계기는 되었다. 호준이도 나름 변했고. 그리고 욕의 부정적 느낌을 가슴에 정통으로 맞은 유나는 이제 웬만해서는 사용을 자제하게 되었다.

2권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호준이가 유나한테 욕 레슨을 의뢰한다. 호준이의 여러 사정을 들은 유나는 1권에서의 마음의 빚도 있고 해서 수락하는데.... 그들이 세우고 시작한 경계(주의사항)를 보면 1권에 비해 훌쩍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인데, 그들의 창의적 욕 공부는 마치 국어 연구와도 같았다는 점이다. 두꺼운 국어사전을 뒤지고 정리하고 조합하면서 하는 연구. 본문 중의 대화나 삽화에 나타난 낱말들을 보면 작가님이 일단 해보신 작업이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든다. 작품이란 그냥 줄줄 써지는 게 아니라 이런 끝없는 궁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겠구나 라는 짐작. 어쨌든 국어사전이 가장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이 정말 맘에 들었다 속담의 유용성이 나오는 점도 좋고. 그런 면에서도 중학년에게 권해주기 안성맞춤인 책이라 하겠다.

2권에서의 또다른 변화는 착한 어린이, 순하고 배려하며 상대에게 맞춰주는 소미의 변화다. 둘의 레슨은 소미 몰래 진행되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소미는 차갑게 돌아서 버렸다. 변해버린 소미를 느끼며 유나는 탄식한다.
"소미가..... 우리 소미가 비뚤어졌다."
그래도 걱정한 것만큼 어렵지는 않게 화해했다.ㅎㅎ

소미의 변화는 그뿐이 아니었다. 소미 또한 나름대로 국어사전을 횔용한 창의적 욕 연구를 독자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 정리의 결과물을 엄마한테 들켰고, 놀란 엄마는 '유나랑 놀다가 물든 것'이라 단정하고 유나 할머니에게 항의하기까지 한다.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부모 유형이라 하겠다. 2권의 가장 큰 위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재미나고 흐뭇하게 해결되고 끝난다.

유나와 소미의 대화에서 욕에 대한 작가님의 철학이 드러나는 점이 인상적이어서 좀 뽑아보았다.

"생각해보니까 욕도 조미료 같은게 아닐까?"
"그래도 넌 하지 마, 소미야. 평소에 네가 하는 말은 국물로 치면 맑고 담백한 맛이야. 건강하고 편안해. 듣고 있으면 내 마음도 그렇게 되고."
"무슨 말인지 알아. 그래도 가끔 필요할 땐 후추랑 고춧가루를 뿌려 볼게." (77~78쪽)

"암튼, 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함부로 판단하고 말하는 게 어찌 보면 욕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 같아." (95쪽)

이제 욕 레슨을 그만두고 싶은 유나는 호준이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까? 그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말 연구와 창의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분야라 가장 적절한 결말이라 생각한다. 박수!!ㅎㅎ

나도 어릴 적부터 욕의 무풍지대에서 살지 않았고 꽤 많은 욕을 구사할 줄 안다. '욕 좀 하는' 축에 드는 거지. 가끔 알만한 사람들과 있을 때나, sns의 친한친구 공개로 욕을 발사할 때가 있는데, 공감하거나 심지어 좋아하는 사람도 있더라는.^^;;;; 세상 모든게 그렇듯이 나름대로 존재 이유는 있는 거겠지. 하지만 많이 할수록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바로 욕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아주 재미있고 설득력있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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