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사고력 - 인류 진보의 핵심적인 역할 비판적 사고력 시리즈
마르크 가스콘 지음, 에두아르드 알타리바 그림, 손성화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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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쪽 정도의 그림책 타입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얇은 분량과 화면을 꽉 채운 그림에도 불구하고 저학년용은 아니다.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용어 자체가 고학년은 되어야 다룰 용어이기도 하니까. 여러 분야와 사례를 통하여 비판적 사고력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책인데, 설명이 최대한 짧게 되어 있어서 쉽게 전반적 내용을 개관하기는 좋지만 뭔가 좀 자세히 알고 싶은데 라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한 책에 여러가지 컨셉이 공존할 수는 없으니, 이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이나 더 알고 싶은 것이 생겼다면 그또한 이 책의 역할인 것이다.

비판적 사고력의 필요성이 대두된지는 꽤 되었다. 하지만 욕먹을 각오를 하고 내 느낌을 써본다면 지금 어떤 사람, 혹은 학생이 행사하고 있는 태도는 비판적 사고력이 아니라 '비난적 사고력'인 경우가 매우 흔하다. 그건 여러가지 다른 말로도 표현이 가능하다. 자기중심적 사고력, 내로남불 사고력, 프로불편러 사고력, 내놔 사고력.... 등등이다. 자신은 하지 않을 것을 남한테만 요구하는 이런 태도를 기반으로 하는 사고력을 비판적 사고력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판적 사고력은 자기 자신이 축적해온 것까지도 부정할 수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언제나 유연하게 인정한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이 책의 마지막장 제목을 먼저 언급하자면 [천재의 조건:태도가 차이를 만든다] 이다. 요즘 아이들 지도하면서 '태도'에 주목하게 된 나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결론이었다. 비판은 무례와 억지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겸손이 바탕일 것이며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 항상 자신을 점검할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객관화? 그게 가능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비판이다.

이 책은 역사, 환경, 사업(경영), 인권, 디지털, 과학 등의 분야에서 비판적 사고력의 역할, 혹은 부재시의 문제점을 알려준다. 서론 장에서 다룬 큰 비극, 스웨덴 전함, 타이타닉호, 챌린지호 등의 비극이 새삼 끔찍했다. 제너럴 모터스나 리먼 브라더스 등 잘나가던 대기업들의 몰락 원인도 결국 거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차별과 불평등의 극복에 비판적 사고력이 필수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온라인 정보와 소셜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지대한 지금이야말로 비판적 사고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대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피부에 닿도록 느끼고 있는 문제다. 어어 하는 사이에 휩쓸려갈 수 있는 홍수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책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훈련이 무엇인지까지 알려주진 않았지만 바로 이런 책을 비롯한 독서가 그 첫째 아닐지 모르겠다. 심심풀이 책도 나름의 유용성이 있지만 도약을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독서에도 도전할 필요가 있다. 이걸 학급에서 해보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손쉽게 되지는 않는다. 두번째는 스스로의 탐구, 세번째는 소통과 공유, 토론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 또한 '내가 틀릴 수 있다'를 늘 유념하려고 한다.

이 책에 환경 관련 장이 따로 있는데 (3.인간은 자연의 일부) 결국 궁극적으로 생존을 위해서는 이 분야의 비판적 사고력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건 세상 전체의 시스템을 뒤흔드는 비판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후손들의 터전을 지킬 수 있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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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는 아이 장애공감 어린이
뱅상 자뷔스 지음, 이폴리트 그림, 김현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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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도 꽤 관심을 가지고 보는 편인데, 학급의 어린이들은 도서실에 데려가면 만화, 만화, 만화에만 눈을 번뜩이면서도 그래픽노블에는 눈길을 잘 주지 않아 안타깝다. 지난 학기말에 국어 마지막 단원 제재가 만화여서 만화와 그래픽노블들을 단체 대출하여 교실에 일정기간 두고 읽었는데 이렇게 손쉽게 넘어가지 않는 그래픽노블들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아이고 어찌나 아깝던지. 그래도 눈이 밝고 깊은 아이들이 한두 명은 있기 마련이라 (많을 때는 서너 명도?) 그 아이들과는 감상을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책은 사실 어른도 읽는 책이니까, 읽을 때가 되면 읽겠지 라는 기대를 해보면서. 이 책은 브뤼셀 국제만화축제 최고작품상 등 그래픽노블 부문 여러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책의 원제(Incroyable!)는 결말을 가지고 지은 것 같고, 번역 제목은 결말 이전의 어려움을 가지고 지은 것 같다. 내 생각은 원제가 훨씬 나은 것 같아서 번역 제목도 그에 준해서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긴 하지만, 이 제목도 나름대로 고심해서 지으신 것 같다. ‘숨을 참는’ 아이는 어떤 이유에서 그러고 있는 걸까.

아이의 이름은 루이다. 11살 남자아이다. 아이의 행동은 독자를 조금 긴장시킨다. 이 아이는 어떤 아이인 걸까? 과격하게 문제가 되는 행동은 없지만, 사람들과의 대면을 피하고 혼자 있고 싶어하며 혼자만의 생각과 혼잣말의 내용과 행동에서 강박 증세가 짐작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다소 특이하다 할 수 있는 루이의 곁에 보호자가 보이지 않는다. 보통은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더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할 텐데.... 엄마는 없는 것 같고, 아빠도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게다가 그 목소리는 만날 똑같다. “잠깐만 기다려, 곧 갈게....”

루이의 옆을 지키는 것은 말을 탄 벨기에 국왕(?)이다. 필리프라는 이 존재는 물론 실존인물이 아니고 상상 속의 존재다. 국왕이라면서 혀짧은 소리를 하는 이 우스꽝스러운 어른은 루이의 친구이며 조언자이고 루이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며 때로는 루이의 분풀이에 쪼그라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루이가 몰두하는 일은 정보카드를 작성해서 주제별로 분류하여 모아두는 일이다. 1500장이나 작성했다고 한다. 우와, 이런 취미는 너무 좋은 거 아니야? 지적인 호기심과 정보 수집과 정리의 능력. 완전 학자의 자질 아닌가. 지금의 현실에도 가끔 이런 아이들이 보인다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은데.... 아쉽게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참 다행이게 루이는 그럭저럭 학교생활을 유지한다.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는다. 돌아가며 발표수업을 하게 되었을 때 루이는 눈에 띄고 싶지 않아 아주 흔한 주제를 골랐지만, 발표 당일 아주 운 나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런데 그걸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루이는 기껏 준비한 자료 대신 즉흥 발표를 하기 시작하는데, 오히려 성공이었다. 루이의 머릿속엔 1500장의 정보카드가 있잖아. 그중 최근 것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으니 완전 실감나는 발표였다. 아이들은 환호를 보냈고, 선생님도 놀랐다며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갈 것을 제안하신다.

루이가 ‘숨을 참는’ 아이였어도 이렇게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것은 그 증세가 무기력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가만 보면 루이는 뭔가를 하고 싶어 했고 성취에 뿌듯해하는 아이였다. 실수도 있었지만 여차저차하여 전국대회까지 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런저런 궁리와 시도를 하는 루이를 보면 엉뚱할지는 몰라도 훌륭하고 대견하다. 지금의 학생들 중에 이럴 수 있는 아이를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하지만 누구의 조력도 받지 못하고 나아갈 수 있는 아이는 없을 터, 부모가 나오지 않는 이 아이에게 삼촌과 선생님의 도움은 생수와 같았다.

아이가 아빠를 표현하는 부분에서 속이 상했다.
“아빠는 한 번도 제시간에 온 적이 없어.
아빠는 별이야.
끊임없이 움직이는 별.
눈 앞에 있는 것 같지만
내 눈에 보이는 건 진짜 아빠가 아니야.
아빠랑 나는 수만 광년쯤 떨어져 있어.”

한편, 아이가 소중히 여기는, 겉에 하트가 그려진 그 통의 정체가 엄마의 유골함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나중의 더한 반전에 더욱 놀랐다. (심한 스포지만 그냥 씀)
“안 만날래.
난 엄마 안 보고 싶어.
엄마는 미쳤어.
살아있는 엄마보다 죽은 엄마가 더 좋아.
난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아!”

엄마는 심한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해 병원에 몇 달째 입원해 있다. 엄마도 안쓰럽지만, 그걸 외면하면서 강박적으로 하루하루의 일과를 소화해내는 루이는 더 안쓰럽다. 루이는 금기처럼 들어가지 못하던 엄마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그 옛날 엄마 아빠의 사랑의 증거인 편지를 보게 됐고, 삼촌의 다정한 설득도 들었고, 그 말탄 친구 필리프와도 이별했다. 이 모든 과정이 루이의 성장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병원에 들어선다.

첫 장에 버려진 바나나껍질이 왜 나오나 했다. 그리고 체홉의 말도. “무대 위에 권총이 있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총을 쏜다.” 그 말 그대로, 바나나껍질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고 주제를 이끌어갔다.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놀라워요!”를 (아마도 원제인 Incroyable!) 외치게 된 결말로 향해갔다.

해피엔딩이어서 다행이었다. 현실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려운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구석구석 잘 짜여진 그래픽노블이었다. 아마도 다시 읽는다면 보이는 것이 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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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학습자와 함께하는 국어 수업 - 말하기에서 쓰기로 넘어가는 교실 함께 걷는 교육 17
한희정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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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선생님은 만날 기회는 거의 없어도 내 마음에 늘 의지가 되는 동료다. '이런 동료가 있어서 감사한' 교사이기도 하다. 힘든 길을 마다않고 가면서 꿋꿋이 헤쳐나가는 걸 보면 나랑은 종류가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그는 공부로 무장한 사람이다. 그래서 목소리만 큰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탄탄함을 가지고 있다. 특히 비고츠키 번역 작업에 참여하였고, 비고츠키 아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학업은 학위만 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장적용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서 동료교사들에게 널리 소개하고 알릴 만하다. 그 학업을 풀어쓴 이런 책이 나온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이 책은 그리 두껍지도 않고 문장도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어버릴 책도 못된다. 가볍지만 묵직하다. 내 독서력 탓도 있겠지만 보기보다 시간이 꽤 많이 걸렸고, 집중해서 읽어야 했다.

 

4년쯤 전에 나온 저서 <초등학교 1학년 열 두달 이야기>도 한 톨 버릴 부분 없는 명저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국어수업 부분을 좀더 상술하였고, 특히 다양한 발달단계의 학생들을 함께 이끌고 가야하는 교실 상황에 대한 고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제목이 이렇게 나왔을 것이다. <느린 학습자와 함께하는 국어수업>

 

느린 학습자가 없는 교실은 없다.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요즘, 여기에서 자유로운 교사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1학년 수업을 논하는 책이지만 2학년 담임들도 취할 내용이 많이 있고, 전학년에 걸친 통찰을 준다고 생각한다. 초등교사라면 한번 정독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저자가 제시한 발달단계에 대한 표를 살펴보면, 1학년은 대부분 7세의 위기에서 초기학령기 어디쯤에 위치할 것이라고 우리는 예상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 '전 학령기'(개똥이)의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 지역마다의 차이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현장의 체감인 것 같다. 올해 우리학교 1학년의 상황이 1학년 선생님들 뿐 아니라 관리자님들과 타학년 선생님들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로 심각했다. 교육과정의 평균적 내용으로 지도하면 되겠지 라고 무심히 생각하고 있었다가는 맨붕을 면치못할 이런 교실상황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반면 초기학령기(소똥이)를 넘어서 중기학령기(말똥이)에 도달해 있는 빠른 학생들도 있기 마련이다. 한 교실에 이렇게 세 가지 발달단계가 공존하는 가운데 학급살이가 이루어져야 한다. 크게 잡아서 세 단계이지, 세분한다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똥이가 좌절하거나 소외되지 않고, 소똥이가 발전하면서, 말똥이도 시시해하지 않는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 그 실마리가 보인다. 읽은 교사들이 또다른 사례들을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그것들을 모으고 공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이 그 문을 열어주길 기대한다.

 

저자는 "생각과 말, 행동에 지성(인식)의 층을 끼워넣는 과정" 이라는 표현을 여러번 사용하셨는데, 이 말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그 의미를 곰곰히 씹어봤다. 어떤 생각에서 쓰신 표현인지 다는 아니지만 조금 알 것 같았다. 처음 나온 문장을 조금 줄여서 옮겨보면 이렇다.

 

"너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는지 차근차근 알려줘야 합니다. 나의 맥락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타자의 맥락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해요. 이것이 일곱 살의 위기를 건너가도록 도와주는 핵심이며, 생각과 말, 행동에 지성(인식)의 층을 끼워넣는 과정이에요." (20)

 

이것을 '체험의 공동일반화'(21)라는 용어로 설명하셨다. 외적인 시선(타자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이처럼 생활지도에서도 유용하지만 국어수업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많은 아이들이 이게 안되는 교실은 초기에 난장판으로 보이겠지만 저자처럼 차근차근 알려줄 때 알아듣고 배워가는 아이들이 생기면 조금씩 안정된 교실이 되어간다. 이후에도 비슷한 설명이 또 나온다.

"이것이 체험의 공동일반화입니다. 내 맥락에서의 체험을 너의 맥락에서도 이해할 수 있게 전체적인 맥락을 조망해서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57)

 

쓰기의 선 역사는 읽기가 아니라 몸짓과 그리기(50) 라는 설명에서 나의 오개념을 바로잡기도 했고, "초기문해력 단계의 어린이들에게 똑같은 자모음자를 반복하여 쓰게하는 연습은 학습활동의 층위를 하강시킬 수 있습니다." (93) 라는 설명에서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난 30년이 넘어가는 경력에 1학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만약에 했다면 이런 활동을 무심코 시켰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한글을 익히는 것도 다양한 발표와 활동을 통해서 해야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잘 보여준다.

"1학년 교실에서 쓰기 학습의 의미는 단순히 쓰기 기능을 숙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에 인지적 층을 삽입하는 것, 내적 자아와 외적 인격 간의 분화를 촉진하는 것... 등의 정신기능을 숙달해 가는 과정" 이라는 설명 (61)이 매우 의미있고 무겁게 다가온다. 사실 나는 오래 전 취학 전에 아무 교육기관도 다니지 않은 상태에서 저절로 글을 다 익혀서 혼자서 읽고 쓸 줄 알게 되었는데, 어떤 과정으로 그렇게 됐던건가? 신기하기도 하고, 교실에도 다행히 그렇게 마치 자연발생처럼 깨우쳐가는 학생들도 있으니 교사가 너무 심하게 부담되지는 않는 마음으로 적절한 활동을 구성하고 발전 과정을 흥미롭게 관찰하며 잘 안되는 학생들을 도우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전에 저자샘의 교실에서 열린 번개연수에 가본 적이 있는데, 기본적인 책상배치를 ㄷ자로 하셨다. 나도 저학년일때는 이 배치를 선호하는데, 16명 넘으면 여유가 없고, 20명 넘으면 너무 좁다. 16명 선에서 학급당 인원수가 형성되면 좋겠고 20명은 절대 넘지 않으면 좋겠다. 이 배치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자샘이 발표를 시키는 방식과도 관계가 있다. 대답을 독식하지 않도록, 손을 들어 지명하는 방식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게 좋겠다(94)고 나와있다. , 모두가 돌아가며 대답하는 것이다. (생각 안나거나 모를 때 '통과' 가능) 저학년 교실 하면 '저요! 저요!' 하고 조르는 광경이 먼저 연상되는데, 그럴 때 적극적인 아이들만 참여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일상적인 발표를 모두 돌아가며 하게 하는 저자의 방식이 옳다고 여겨진다. 이 방식에 가장 적절한 배치가 ㄷ자이며, 적정수준의 학급당 인원수가 필수적이다.

 

[주말 지낸 이야기] 활동은 아이들의 입말이 쓰기로 나아가는 과정을 아주 잘 보여준다. 난 주말이야기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유치원때 실컷 했던것?) 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저자의 방식을 보고는 무릎을 쳤다. 돌아가며 말하고 끝인 단순한 층위가 아니고 아주 세심한 여러 층위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일단 아이들의 일상 경험을 수업의 소재로 가져온다. 그것을 함께 공부하는 텍스트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체험을 언어화하는 연습을 하고, 그것이 교사의 손끝에서 글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며 말이 어떻게 글이 되는지 관찰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은 스스로 서사를 구성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게 된다.

"말하기에서 쓰기로 넘어가는 교실에서 활용하는 여러 활동은 함께하는 것에서 개별적으로 하는 것으로 진행합니다. 서로를 모델링하며 함께 의미를 구성해가고 그 활동을 바탕으로 개별활동을 하는 거예요." (107)

즉석에서 구성된 텍스트는 바로 출력하여 학생들의 활동교재가 되고, 뿌듯한 결과물이 되며, 교사에게는 발전 과정이 담긴 기록물이 된다. 주말 보내기에 대한 보호자의 부담이 문제로 떠오를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조언 코너도 있어서 매우 공감하고 납득했다.

 

주말 이야기 뿐 아니라 학교 내의 경험, 즉 수업 이야기도 비슷한 방법으로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활동으로는 [소감 나누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수업 활동 후에 돌아가며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하고 교사는 아이들이 보는 화면에 이것을 받아 적는다. 의미 구성과 문자 구성에 교사가 조력하고 시범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교사의 조력에서 점차 학생들의 주도적 활동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렇게 입력한 텍스트를 날짜별로 저장하면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는 교사의 기록이 되겠다. 나도 기록을 남기는 편이지만 산발적인 경우가 많아 전체를 조망하기 어려운데, 수업이 바로 기록으로 이어지는 이 방식을 꼭 적용해 보겠다고 결심한다.

 

[낱말 불리기 수첩]도 각 개인의 쓰기 능력 발달에 함께하는 친구 같은 도구다. 2학년 담임을 했을 때 돌멩이는 어떻게 써요?” 이런 식으로 물어보러 나오는 아이들이 꼭 있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칠판에 써주곤 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날이 지나면 지워지는 것이라서, 각자의 수첩을 가지고 1년간 낱말을 불려가는 방법이 훨씬 좋겠다고 생각된다. 그건 또 그 아이의 발전의 기록물이 되는 것이며 복습의 자료도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 수첩을 소중히 여긴다면 참 보기 좋을 것 같다.

 

[사진 보고 글쓰기] 아이들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서사로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와같이 저자가 고안하고 실천한 방법들에는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지만 든든한 이론적 바탕이 들어있어 교사가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학생들의 발달을 이끌어내고 더하여 관찰과 진단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검증된 방법이니 일단 따라해보고 좋은 방법과 사례들이 더 모이면 막막함이 훨씬 줄어들 것 같다.

 

이후 [함께 쓰는 그림 글쓰기], [주제가 있는 글쓰기]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 어디쯤에서 쓰기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여기까지는 지난한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발전된 학생들을 보면 교사는 그동안의 어려움을 다 잊게 될 것이다. 각자의 속도가 다르니 모두를 기대하면 안되겠지만 처음의 단계에서 조금씩이라도 진보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대견해하고 기뻐할 심리적 여유가 우리에게 있으면 좋겠다. 그것은 신뢰와 지지에서 나오지만 그얘길 여기서 풀면 끝이 안 나겠지.^^;;;;

 

3월 초 진단활동부터 시작하여 학습이 무르익은 후반부의 주제글쓰기까지, 모든 활동을 이행적 쓰기 프로그램이라고 명명하였다. (저자의 논문 제목이기도 함) 마지막장에는 지금까지 상술한 각 프로그램들을 다양한 도표로 정리하여 이해를 돕는다. 각각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비고츠키 아동학의 이론적 기반 위에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보게 된다. 저자는 이행적 쓰기 프로그램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182) 라고 하셨다. 동학년이 이 책을 토대로 수업을 함께 나누며 시기에 맞는 적용을 함께 논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성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진다. 저자의 연구와 실행이 이 척박해진 교육의 현장에서도 그렇게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나가는 말에는 보편적 학습 설계에 대한 언급도 살짝 나온다. ‘변주라고 하신 표현에 무척이나 공감한다. 말처럼 쉽지 않고, 매시간 혹은 완벽히 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이것 또한 일상에 젖어들 수 있도록 늘 염두에 두어야겠다. 이 책이 그 출발이다. 수업이라는 예술적 행위의 출발. 어렵쥬? 너무 쉬우면 재미없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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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지음, 이은경 그림, 김정하 옮김 / 북스그라운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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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 마음에서 울컥 올라오는 욕망은 "뭔가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건 '배워서 나아지고 싶다'는 것이고 '뭔가 못하던걸 해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시적인 감정이다. 나는 이제 퇴직을 꿈꾸는 나이많은 직장인에 불과하고, 이것저것 실짝 맛을 봤지만 나란 인간 참 재능은 없는 인간이구나 결론을 이미 내렸었기 때문이다.ㅎㅎ 그저 그럭저럭 했던 공부로 대학에서 딴 자격증 하나로 지금껏 버텨왔고 이제 무사한 퇴직만을 기원하고 있는 중인데.... 그러니 헛된 바람은 가능하지 않다. 그저 내가 즐거워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된다. 과정을 즐기는 것. 그것에 담긴 가치. 그게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것 또한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처음보는 스페인 작가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에데베 어린이 문학상'을 받았다고도 한다. 고학년 정도 어린이들에게 적당하기도 하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 느낌도 강하다. 주인공인 수탉 카실도는 말하자면 '퇴물' 성악가다. 명예와 부와 자신감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우울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다가온 모처럼의 기회. 근데 그건 너무 어처구니없고 불가능하고 자존심도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집세도 못내는 형편에 찬밥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지라 그는 할 수 없이 그 일을 수락했다.

그 일이란 거북이들의 노래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원더풀' 이라는 이름의 그 합창단은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노래 경연대회에 참가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우승을 바라고 있었다. 상금을 받아 그들 중 한 거북이의 아들의 지병을 치료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목표가 모든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크리스마스까지는 석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현실은 카실도에게 아주 미치고 환장할 상황이었다. 거북이들은 너어무 느렸고 (괜히 거북이가 아니겠지), 기본적인 음악성조차 없었다. 발성 자체가 되지 않거나, 소리를 내도 그 소리가 음정이 실리지 않은 괴성이거나 등등. 그들은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수업료 때문에 일을 하는 카실도는 괴롭다. 말을 꺼낼 기회만 보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거북이들은 의심이 없었고, 호의가 가득했다. 어떻게보면 오지랖이 너무 넓은게 탈이기도 했다. 카실도에게는 그게 참기 어려운 점이었다. 이 부분 나랑 너무 비슷해서 가슴이 뜨끔했다.

아프다고 수업을 하루 쉬기로 했던 날, 거북이들이 하나 둘씩 찾아와 집에 가득해졌다.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던 카실도에겐 스트레스 상황이었다. 거북이들은 좀처럼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꼭 필요한 일들을 해주었다. 음식을 만들어주고, 집 구석구석 문제있는 곳을 수리해주고 등등. 하지만 원하지 않던 하루에 화를 못참은 카실도는 결국 분노를 폭발시키고 말았다. 화를 내는 김에, 그들의 '주제파악' 까지 시켜주면서.

원더풀들은 사과하고 조용히 돌아갔다. 하지만... 노래수업은 종료되었다. 카실도는 괴로웠다. 우연히 레논 부인을 마주치게 되어 그는 용서를 구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날은 불편하셨을 거예요. 이해해요. 저희가 선생님의 영역을 침범했어요. 때때로 원더풀은 필요 이상으로 흥분을 한답니다."
카실도가 감동한 건 당연한 일.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들에 큰 교훈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에게 모욕을 당하면 똑같이 갚아줘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레논 부인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선생님, 오래전 일 때문에 평생을 세상에 화풀이하며 살아가는게 의미있다고 생각하세요? 분명 아니겠죠?"
내가 마음속에 새겨야 할 구절이기도 하고, 요즘 사람들이 한번쯤 곱씹어볼 말이기도 하다. 특히 화해와 회복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사소한 싸움까지 극단으로 치닫게 만드는 학부모들. 그 아이들이 자기 부모보다 이 거북이 부인에게 배웠음 한다. 요즘 어떤 부모들은 자기 자식에게 '화'를 가르치는 것 같다. 그 아이 한 명의 화를 빼내는데 수많은 어른의 손길이 필요했다. 담임 한 명으로는 어림없었다. 그나마 여럿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능했다. 완전히 빼냈다는 건 아니고 조금 둥글어지는 정도가 그렇다.ㅠㅠ

이어지는 두 번의 반전이 있다. 희망과 긴장. 그리고 좌절. 다시 긴장과 환희와 희망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꼭 영화의 공식 같았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지만 재미있고 응원하게 되고, 기분 좋은 영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야금야금 읽어주며 아이들의 반응을 즐기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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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 : 백 년이 넘은 식당 - 2023 뉴베리 아너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리사 이 지음,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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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쪽 정도. 조금 두껍긴 해도 어려운 책은 아닌데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초반엔 정신없이 넘어갈 정도로 아주 재밌진 않았던 게야... 그래도 도중에 놓기는 싫어서 끝까지 읽었다. 뒤로 갈수록 흥미로웠고 작가의 풍부한 장치와 크고작은 메시지들이 보여 읽는 재미가 점점 커져갔다.

한국계 이민 3세인 태 켈러의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도 뉴베리상 수상작인데 이 작품도 뉴베리상을 받은 걸 보면 이 상은 타 문화권의 전통을 반영한 이민자의 서사에 관심이 있는 걸까, 그런 소재에 후한 점수를 주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수상작을 다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두 권을 보고 내릴 판단은 아니지만.... 두 작품은 소재가 전혀 다르지만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이야기이며 이민 3~5세 정도의 아이들이 모종의 사연으로 조부모와 함께 하게되어 듣는 이야기라는 점에선 비슷했다.

이 책은 중국계 미국인 3세인 리사 이의 작품이고, 차별과 혐오에 대한 메시지가 매우 강하게 부각되어 드러난다. 로자 파크스 여사가 버스 안의 흑인차별에 맞선던 때가 20세기 중반, 아직 100년도 되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이 책의 화자인 메이지의 고조할아버지 러키 첸이 미국으로 건너와 정착하려 애썼던 때는 19세기.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심했을까. 초기 이민자들은 주로 험하고 위험한 일에 종사했다. 러키도 철도 공사장에서 소중한 친구를 폭발사고로 잃었다. 거의 목숨을 건 도박같은 일이었다. 절박한 이들의 처절한 삶을 안정된 삶을 사는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무리다.

1대 이민자 러키의 치열한 삶의 결과로 일구어낸 중국음식점 '황금성'은 지금 3대인 '오파'와 '오마'가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란 뜻) 메이지의 외조부모들이다.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고향 '라스트찬스'를 떠났던 엄마는 오파가 아프시다는 소식에 메이지의 방학을 맞아 부모를 보러왔다. 이 짧은 기간동안 메이지는 조부모와 아주 찐하게 만났다. 그 만남의 이야기가 이 책이다.

이 책의 작가가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것, 서사를 밋밋하게 이끌지 않고 많은 재료와 양념을, 그러니까 맛깔나는 장치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걸 여러군데서 느꼈는데, 몇가지만 적어보자면 이런 것이다.

1. 현재와 과거의 교차구성
이건 흔한 구성이긴 하지만.... 지금 여기(메이지의 여름방학, 황금성)의 이야기와 그때(러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러키의 이야기를 메이지에게 들려주는 사람은 오파(할아버지)다.

2. 포춘쿠키의 문구
포춘쿠키의 정확한 기원은 모르지만 황금성의 특색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메이지는 타자기를 이용해서 포춘쿠키에 직접 문구를 넣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작가의 소소한 메시지가 반영된다. 그걸 읽는 재미가 꽤 컸다. 작가의 유머도 느껴지고. 내게는 가장 매력적인 소재로 느껴졌다.

3. 할아버지가 가르쳐주는 포커의 판 읽기
이제 오파는 병이 깊어져 집에만 계시게 된다. 할아버지에게 식사를 가져다주고 상대하는 일을 주로 메이지가 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카드놀이였다. 난 카드놀이를 시시하게 봤는데 그것도 나름 꽤 심오한 세계더라구?^^ 특히 오파는 '판을 읽는 법'을 제대로 가르친다. 그게 이어지는 서사에 적절히 등장할 때 아주 재미있었다. 특히 한 위선자를 응징할 때, 쫄깃하고도 통쾌했다.

4. 황금성의 벽에 걸린 사진들
황금성을 거쳐갔던 사람들의 사진이다. 거기에 황금성의 100년 역사가 담겼다. 황금성은 단순 식당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겐 오아시스였고 누군가에겐 생명의 환승역이었다. 사람은 올챙이적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겨우 자리잡았는데, 이제부턴 편하고 싶지, 어려운 이들이 옆에 복작이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이게 내 수준이고, 황금성의 운영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사진들은 이 책에서 연결과 연대의 상징이었다. 오파의 장례식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19세기도 20세기도 넘긴 21세기지만 차별과 혐오는 남아있고, 계속 새로운 형태로 재생산된다. 그곳 미국 뿐 아니라 여기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지. 이 책을 읽어낼 독서수준이 되는 학생들이라면 함께 읽고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책읽기 좋아하는 6학년은 가능할 것 같고 중학생 정도면 무난히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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