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성 : 백 년이 넘은 식당 - 2023 뉴베리 아너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리사 이 지음,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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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쪽 정도. 조금 두껍긴 해도 어려운 책은 아닌데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초반엔 정신없이 넘어갈 정도로 아주 재밌진 않았던 게야... 그래도 도중에 놓기는 싫어서 끝까지 읽었다. 뒤로 갈수록 흥미로웠고 작가의 풍부한 장치와 크고작은 메시지들이 보여 읽는 재미가 점점 커져갔다.

한국계 이민 3세인 태 켈러의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도 뉴베리상 수상작인데 이 작품도 뉴베리상을 받은 걸 보면 이 상은 타 문화권의 전통을 반영한 이민자의 서사에 관심이 있는 걸까, 그런 소재에 후한 점수를 주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수상작을 다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두 권을 보고 내릴 판단은 아니지만.... 두 작품은 소재가 전혀 다르지만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이야기이며 이민 3~5세 정도의 아이들이 모종의 사연으로 조부모와 함께 하게되어 듣는 이야기라는 점에선 비슷했다.

이 책은 중국계 미국인 3세인 리사 이의 작품이고, 차별과 혐오에 대한 메시지가 매우 강하게 부각되어 드러난다. 로자 파크스 여사가 버스 안의 흑인차별에 맞선던 때가 20세기 중반, 아직 100년도 되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이 책의 화자인 메이지의 고조할아버지 러키 첸이 미국으로 건너와 정착하려 애썼던 때는 19세기.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심했을까. 초기 이민자들은 주로 험하고 위험한 일에 종사했다. 러키도 철도 공사장에서 소중한 친구를 폭발사고로 잃었다. 거의 목숨을 건 도박같은 일이었다. 절박한 이들의 처절한 삶을 안정된 삶을 사는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무리다.

1대 이민자 러키의 치열한 삶의 결과로 일구어낸 중국음식점 '황금성'은 지금 3대인 '오파'와 '오마'가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란 뜻) 메이지의 외조부모들이다.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고향 '라스트찬스'를 떠났던 엄마는 오파가 아프시다는 소식에 메이지의 방학을 맞아 부모를 보러왔다. 이 짧은 기간동안 메이지는 조부모와 아주 찐하게 만났다. 그 만남의 이야기가 이 책이다.

이 책의 작가가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것, 서사를 밋밋하게 이끌지 않고 많은 재료와 양념을, 그러니까 맛깔나는 장치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걸 여러군데서 느꼈는데, 몇가지만 적어보자면 이런 것이다.

1. 현재와 과거의 교차구성
이건 흔한 구성이긴 하지만.... 지금 여기(메이지의 여름방학, 황금성)의 이야기와 그때(러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러키의 이야기를 메이지에게 들려주는 사람은 오파(할아버지)다.

2. 포춘쿠키의 문구
포춘쿠키의 정확한 기원은 모르지만 황금성의 특색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메이지는 타자기를 이용해서 포춘쿠키에 직접 문구를 넣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작가의 소소한 메시지가 반영된다. 그걸 읽는 재미가 꽤 컸다. 작가의 유머도 느껴지고. 내게는 가장 매력적인 소재로 느껴졌다.

3. 할아버지가 가르쳐주는 포커의 판 읽기
이제 오파는 병이 깊어져 집에만 계시게 된다. 할아버지에게 식사를 가져다주고 상대하는 일을 주로 메이지가 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카드놀이였다. 난 카드놀이를 시시하게 봤는데 그것도 나름 꽤 심오한 세계더라구?^^ 특히 오파는 '판을 읽는 법'을 제대로 가르친다. 그게 이어지는 서사에 적절히 등장할 때 아주 재미있었다. 특히 한 위선자를 응징할 때, 쫄깃하고도 통쾌했다.

4. 황금성의 벽에 걸린 사진들
황금성을 거쳐갔던 사람들의 사진이다. 거기에 황금성의 100년 역사가 담겼다. 황금성은 단순 식당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겐 오아시스였고 누군가에겐 생명의 환승역이었다. 사람은 올챙이적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겨우 자리잡았는데, 이제부턴 편하고 싶지, 어려운 이들이 옆에 복작이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이게 내 수준이고, 황금성의 운영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사진들은 이 책에서 연결과 연대의 상징이었다. 오파의 장례식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19세기도 20세기도 넘긴 21세기지만 차별과 혐오는 남아있고, 계속 새로운 형태로 재생산된다. 그곳 미국 뿐 아니라 여기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지. 이 책을 읽어낼 독서수준이 되는 학생들이라면 함께 읽고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책읽기 좋아하는 6학년은 가능할 것 같고 중학생 정도면 무난히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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