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는 통합교실 이야기 - ADHD, 틱, 자폐 스펙트럼, 우울증, 느린 학습자도
천경호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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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으며 오호, 이렇게 하면 되는구만. 알겠어, 실시!’ 라면 당장 열 권이라도 읽겠는데, 그럴 수가 없다는 점이 힘든 점이다. 알아야지 할 수 있는 점도 분명히 있지만 아는 걸로 끝이 아니다. 사람을 길러내는 일은, 더구나 어려움을 가진 아이를 길러내는 일은 결국 몸과 마음의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천경호 선생님의 기록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앞섰다. 그가 대외적으로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부장은 기본적으로 하고 계실텐데 그런 분이 학생 한 명에게 기울인 관심과 노력, 시간을 보며 아이고 난 이렇게 못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나처럼 마음이 조급하고 여유가 없는 사람은 돌발 상황으로 미리 세워둔 계획이나 루틴이 깨질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분하고 느긋한 눈으로 학생을 쫓아가기 어렵다. 실제로 학교라는 곳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고. 여러 역할들이 화살처럼 빗발치는 그곳에서 꿋꿋이 아이 옆에서 천천히 걸어가시는 저자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내겐 다른 게 아니라 그게 가장 존경스러운 점이었다.

 

이제 통합교실은 특별한 사명감이 있는 누군가가 맡아주는 곳이 아니라 아주 일반적인 상황이 되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학급에 특수교육 대상자나 느린 학습자들이 늘어났다. 특히 정서적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건 확실히 체감된다. 이런 경향에 대해서 연구가 있다면 자세히 알고 싶다. 어쨌든 이제 모든 교실이 통합교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통합교실이 아니라 그냥 교실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에도 동의한다. 예전에 어느 특수교육과 교수님의 강연에서 앞으로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경계는 의미 없어질 것이다.”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어서 잊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바로 그렇다. 앞에서 나는 저자의 학식보다도 마음가짐과 태도를 높이 샀는데 그건 전제와 출발이고, 이제 우린 공부를 해야 한다. 당황하지 않고 맞닥뜨리기 위해서. 이 책은 저자의 그 과정을 담은 교실 이야기이다.

 

1장은 ADHD와 틱을 가진 정모와 함께한 이야기, 2장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진웅이와 함께한 이야기다. 앞에서 저자의 인내심에 감탄한 것은 모두 이 과정을 보고 느낀 감정이다. 그 과정에서 또 한가지 배운 것은, 학급의 비장애학생들의 관점과 시선을 잘 매만져 주신 점이다. 사실 이같은 아이들과 한 학급에서 지내는 것은 비장애 학생들에게 때로 괴로운 점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불평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며, 그건 교사에게 2중의 고통을 안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보듬어 함께 가려는 마음이 이 사회에 필요한데 그 교육은 가정과 교실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사의 처신과 지도는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그런 점에서도 매우 뛰어났다. 많은 참고가 된다.

 

페친들 중에 글이 참 좋은 분들이 많은데, 그중의 한분이 오늘 우리 안의 우생학이라는 책을 소개하시는 중에 어디선가 인용한 말씀이 확 화닿았다. 우생학적 사고는 공동체를 위해 배제하고 소위 좋은 사람들로 만든 공동체가 더 나은 공동체로 간다는 사고이다. 그러나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선 누군가를 배제하는 집단은 멸종했고 더 많은 수를 포함시키는 집단은 번성했다고 한다. 페친쌤이 그 책을 소개하시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갈수록 배제가 일상화된 이 사회에서 모두를 품고 가는 일의 중요성을 말씀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학급의 아이들에게도 이 일이 매우 중요하다. 배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시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을 설득할 때는 단호하면서도 매우 섬세해야 한다. 말공부를 오래 하신 저자는 이런 면에서도 강점이 있었다.

 

1년의 고생이 열매로 보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 쓸쓸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기대를 하지 않고 노력만 한다는 건 인간이 되어가지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좌절하진 않았으면 한다. 그 열매가 언젠가 맺힐 수도 있고, 안맺힌다 해도 화낼 일은 아닌 것. 가장 적절한 방법을 늘 더듬어 찾으며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말이 쉽지에 해당되는 일이지만.....

 

3장에 나오는 '아이, 아이, 아이들'은 정말 모든 교실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읽기만 해도 바로 우리반 누구와 줄 그어지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이중 꽤 많은 경우가 경계선지능에 해당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은 우리가 주의해서 볼 점이다. 처신에는 상황판단이 전제되고, 판단은 인지적인 기능이므로 납득되지 않는 처신을 하는 아이들 중 지적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당연히 있을 수 있겠다. 이런 경우 비난하지 말고 천천히 알아듣게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다시 반복하고 확인하고 하는 지도가 필요하다. 경계선 지능의 비율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에겐 교육과정을 따라 수업하는 것 자체도 무척 힘겨운 일일텐데 특별한 지원이 있지는 않다. 갈수록 많아지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볼 때, 교육부가 과연 천문학적인 돈을 지금 거기에 때려박는게 맞는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는 걸 보면 하나 가진 것까지 빼앗아 100에다가 몰아줄 테세다. 제발 정신차리라고 말하고 싶다. 뭣이 중한지 정말 몰라? 알고 싶지도 않지?

 

그 외 입을 열지 않는 아이, 밥을 너무 안 먹는 아이, 반대로 말하는 아이, 이런저런 나쁜 태도를 가진 아이들이 나온다. 딱히 진단명을 붙이기 애매하지만 지도하기에는 극강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아이들.... 되도록 이런 아이들을 맡지 않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저자는 어떤 아이들에게든 다음과 같은 믿음을 잃지 않는다.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요인은 많습니다. 무엇이 지금의 아이를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모든 아이는 자기를 실현하려는 경향성이 있다는 점이요....(중략) 아이들은 누구나 스스로 해내고 싶어 하고, 잘하고 싶어 하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걸 이해하고 응원해 주기를 바랍니다....(중략) 차이에 주목하기보다 서로의 인간다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모두의 마음에 공감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통합교육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224)

발췌해서 쓰고 읽어보니 역시 말이 쉽지에 해당하는 말처럼 들리네. 하지만 차근차근 걸어서 도달한 문장에서 느끼는 힘은 다르다. 선생님들이 모두 그렇게 이 문장에 도달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보호자님들이 학교의 권고를 무시하고 자녀의 문제행동을 외면하길 바라지 않는다. 필요한 검사를 받고 진단에 따라 치료도 하기 바란다. 하지만 그게 만능키가 아님도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약물만으로는 나아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아이가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상호작용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206)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어려움을 두고 노력 부족이니 능력 부족이니 하며 비난할수록 아이는 스스로 무력해지기 쉽다. 아이가 무력해지면 스스로 자신을 폄하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자신과 타인을 함부로 대하기 쉽다. (209)

쉽지 않은 일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직면하지 않으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모든 짐을 교사가 홀로 져야 한다는 식의 불가능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 사랑만이 해결이라는 식의 하나마나한 소리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적절한 협력과 지원, 조기 진단과 개입의 필요성을 대변하기도 했다4장 '통합교육을 위한 한 걸음'에서 통합교육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말씀에 매우 동의한다. 교실에서 교사는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이끌어주어야 할 의무 뿐 아니라 나머지 학생들의 수업 또한 질 높게 이루어주어야 할 의무와 소망을 갖고 있다. 현실적으로 막막한 상황에서 어려움에 발을 구르는 교사들을 질책하는 사람들을 볼 때 내가 혼나는 것처럼 속상했었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일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나무라면 장애를 드러내고 함께 도와 아우를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지향은 숲이다. 이 책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숲을 조망해주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이 책에 있는 상황 중 일부는 올해 나의 상황이기도 하면서 내년에 나의 상황일 확률 100퍼다. 갈수록 찐해지는 기운을 느낀다. 그렇다면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었다. 한 권 읽었다고 뛰어들었다기엔 그렇고, 발을 담갔다고 할까. 이제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공부하고 부딪치고 (깨지고) 수정하고 또 공부하고.... 이것이 숙명이 된 것 같다. 힘들지 않은 직업 없으니 칭찬이나 응원을 바라지는 않는데, 협업과 소통, 지원의 길은 열려 있으면 좋겠다. 학교가 내부 폭발의 압력솥이 아니라 순환과 확장의 한 지점이 된다면 좋겠다. 이 책의 지향을 모두가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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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정 죽집 - 2024년 제3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13
우신영 지음, 서영 그림 / 비룡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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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올해의 상을 휩쓸으셨네? 동화쪽 수상도 하나 더 있고 혼불문학상까지 받으셨다.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시티 뷰>를 검색해보니 이 동화랑은 분위기가 완전 딴판.... 그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대단한 작가님을 또 알게 되었구나.

 

소개를 보니 소설 시티 뷰는 매우 서늘한 듯한데 이 책은 한없이 따뜻하다. 냉온탕을 오가는 글쓰기가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사실 세상이 바로 그러하다. 한없이 서늘하고, 또 어느 구석엔 이런 따뜻함도 남아있다.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도 있고, 철저한 단절과 남을 해치는 잔인함도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남아있는것들을 그렸다고 느껴졌다. 이야기의 배경과 소재부터도 그렇다. 요즘 동화에 음식점이나 가게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 책의 배경은 죽집이다. 죽집이라고 옛날 것은 아니잖아? 요즘 프랜차이즈 죽집이 얼마나 잘되는데.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이 죽집에는 오직 한가지 메뉴. 팥죽만 판다. 가끔 단골들이 조르면 팥칼국수를 추가할 뿐.

 

더구나 얼마전엔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앓아누우셨다가 겨우 털고 일어나 죽집 문을 다시 열었지만 예전 같지 않다. 더구나 건물 주인에게 이 자리에 마땅한 세입자가 나타났다는 얘기도 듣게 된다. 말하자면 가게를 비워달라는 정중한 통보였다. 할머니는 순순히 인정하고 이제 그만 죽집을 접으려 한다.

 

하지만 죽집의 다른 식구들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다른 식구란 할머니의 손때가 묻은 도구들이다. 팥을 끓이는 가마솥, 젓는 주걱, 담는 사발, 칼국수를 미는 홍두깨, 앞치마를 다리는 인두. 이중에 가마솥이 이 책의 화자다. 가마솥이 화자인 책은 아마도 처음일 듯?^^

 

규중칠우쟁론기의 바느질 친구들처럼 이 죽집 친구들도 서로 견제도 하고 얄미워하기도 하지만 죽집 사수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하나로 뭉친다. 여기에 은혜 갚은 ○○역할의 고양이. 할아버지가 팥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셨던 이 고양이의 꾹꾹이에서부터 이 책의 모든 마법은 시작된다.

 

할머니가 출근하시기 전 신새벽에 죽집 친구들은 협력하여 신메뉴를 만든다. 그건 죽은 아니었고, 팥을 이용한다는 점은 같다. 팥냥이와 정체모를 그림자가 매일 새벽 죽집 앞에 먹음직스러운 식빵을 놓고 가고, 친구들은 비장의 레시피로 팥빵을 만든다. 그 빵은 홀로 남아 허전한 할머니의 마음과 비어있는 속을 채워주는 음식이 되었고,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선물이 되었다. 표면에 고양이 발바닥 문양을 찍어서 일명 고양이빵’.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그 고양이빵은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까?

 

급식에 팥죽이 나오는 날이 1년에 한 번은 있다. 동짓날이지. 그때 담아준 팥죽을 다 먹는 아이를 거의 못 봤다. 나는 밥을 덜고 대신 죽을 맛있게 먹는데. 아이들은 아까운 팥죽을 잔반통에 그냥 붓는다.ㅠ 그런 요즘에 죽집, 그것도 팥죽만 파는 죽집이라니. 더구나 설탕도 절대 쓰지 않으시는 덤덤한 팥죽을.

 

이 책에는 팥냥이를 비롯한 이중의 보은이 들어있다. 작은 은혜가 있어 따뜻하고, 그걸 갚으려 하는 마음은 곱하기로 따뜻하다. 안읽어봐서 모르지만 시티 뷰라는 소설에는 이런 존재들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정답은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도 있다던가. 읽어보지 않아서 내용은 잘 모르지만 그 책에서 말하는 다정함, ‘아름다운 아이와 영화 원더에서 말하는 친절함, 타인에게 마음을 써주는 작은 행위들. 이런 것들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지 않을까. 이제야 죽집의 이름을 불러 본다. 바로 다정 죽집!

 

오래된 맛과 오래된 도구들, 오래된 가치를 버무려 이렇게 상콤 따뜻한 이야기가 나오다니 감탄을 안할 수가 없네. ‘온기를 전하고 싶어서 쓰신 작가님의 의도는 온기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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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분식 -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승달문고 52
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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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이 있지만 저학년 동화를 대상으로 하는 초승달 문학상이 신설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그 첫 수상작이다. 처음 등장한 작가님인 것 같은데 이미 꽤 많은 작품을 써보신 것 같은 능숙한 필력이 느껴진다.

 

이 책은 많이 선택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상작 프리미엄도 있는데다가, 제목이 짧으면서도 인상적이고, 표지가 너무 먹음직스럽다. 내용까지 총체적으로 맛있는! 느낌이 든다. 나도 오늘 몇 권의 읽을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을 가장 먼저 골라 들었다. 노란 톤의 바탕 아래 그려진 분식과 닭강정이 너무 탐스러워 저절로 책에 손이 간다. 집게 사이에 쓰여진 <해든분식>이라는 제목도, 거기에 매달린 아이의 모습도 재미가 가득 담겼을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변신 판타지는 수많은 작품에서 사용되어서 헤아리기도 어렵다. 동물이나, 식물, 또는 물건... 심지어 쓰레기로 변신하는 이야기까지도 나왔었지. 여기서의 변신을 보고 풋, 웃어버렸다. 몇 달 전 방영되었던 넷플릭스 드라마와 똑같은 변신이라니! 그 드라마 엄청 화제였고 내 주변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난 1화만 보고 그만두었는데.... (재미는 있었다 꽤 웃기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드라마의 변신이 어떤 결말로 갔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아마도 두 작품은 변신의 출발은 같되, 과정과 결말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드라마의 문법과 저학년 동화의 문법은 다를 테니까.

 

해든분식을 운영하는 엄마의 둘째딸 강정인.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다. 이 책의 대표 독자로 2학년을 설정하신 것인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1,2학년보다는 2,3학년에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아주 단순하지는 않아서 3학년까지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2,3학년 담임이라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하고 싶을 정도로 내용이 재미있다.

 

더 좋은 건 모든 캐릭터의 건강함이다. 주변에 있을듯한 현실적인 캐릭터이며 평범한 우리가 겪는 자잘한 감정들을 다 겪으면서도 모든 길목에서 빛을 찾아 나아갈 것 같은 신뢰를 주는 캐릭터들. 때문에 저렇게 황당한 변신이 되었어도 저걸 어째, 하는 마음은 잠깐. 웃으며 지켜보게 된다. 언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인가. 마지막 순간에는 저절로 외치게 된다. 그래, 그거지!!^^

 

바쁘게 분식을 만들어 팔며 자매를 키우는 엄마도, 엄마끼리 친해서 어릴적부터 가까이 지냈던 준찬이도(그러고보니 엄마친구아들이네. 서로의 엄마를 이모라고 부르는 것도 똑같아.ㅎㅎ) 정인이 친구들도. 다 평범하지만 건강하다. 지지고볶으며 사는 건 다 똑같지만 시선이 밝다. 이것이 독자에게까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아프고 우울하고 괴롭고 슬프고 힘겹고 미치겠고 상처주고 이런 것도 인생이고 현실이지만 요즘은 아이들한테서도 가뜩이나 이런 것만 보여서.... 이 작품이 주는 맛은 더욱 특별했다. 여기 나오는 음식들은 사실 건강식은 아니지만, 이 책은 마음의 건강식이라고 할까? 쭉 한잔 마시고 나면 힘이 나는 맛. 이런 작품이 필요했어. 특히 아이들에게는 말이야. 이 책을 잘 챙겨둬야겠다. 읽어줄 날이 머지않아 올 수도 있으니.

(! 엄마들이 읽는 것도 추천한다. 아이랑 같이 읽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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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파! 사계절 아동문고 112
강인송 지음, 안난초 그림 / 사계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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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해변에 노을이 지고 있고 열대의 식물들이 우거진 사이에서 세 아이가 훌라춤을 추고 있다. 이 표지그림이 주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뭔가 따뜻하면서도 시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열정적인 모순된 느낌의 조화라고 할까. 이 느낌을 고루 섞으니 편안함이라는 느낌이 나온다.

 

이 느낌은 나의 갈망이기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난 어젯밤에도 꿈에서도 애를 쓰느라 잔 것 같지도 않게 자고 일어나 무거운 발을 끌면서 출근했다. 월요병이었나.... 나는 어딘가 엄청 먼 곳으로 이사를 갔고, 하지만 직장은 바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난 출근 시간을 감내하며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이들은 초등학생이었고, 전학수속을 밟아야 하기에 오늘 제시간에 출근하기가 어렵다는 걸 아침에서야 깨달았다. 교감선생님한테 전화하면서 5교시에 있는 영어를 1교시로 옮겨주시면 2교시까지는 빨리 가보겠다고 했다. 꿈에서라도 통 크게 오늘 하루 결근하겠습니다!” 하지 못하는 나. 아이들을 새 학교에 넣고 서둘러 길을 가는데 어느새 이사간 곳이 아닌 늘 다니던 출근길을 가고 있었다. 내가 다니는 출근길엔 다리가 하나 있는데 비가 많이 오면 침수돼서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한다. 그곳이 바로 물에 잠겨 있었다. 지금 한시가 촉박한데 말이야! 물에 잠긴 정도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높은 곳으로 피해요!!” 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허둥지둥 뛰면서 정말 망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의 하루는 그럭저럭 평탄한 편이다. 직장일이 쉽지는 않지만 남의 돈 벌기야 누구나 어려운 거고... 그런데도 난 편안하지 못하다. 이 책의 태양이와 비슷한 점이다. 태양이는 춤을 잘 춘다. 댄스학원을 다니는데 거기서 알아주는 실력자다. 최종선발에 뽑힐 것으로 자타가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장님과 독대한 자리에서 원장님은 태양이를 선발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바로 즐거움이 없기 때문이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다음 동작에만 집중하느라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이 없다는 거다.

 

나는 춤과는 거리가 멀지만 느긋하지 못함은 태양이와 비슷하다. 그리고 멋이 없다는 점도? 태양이는 상처받고 댄스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러다 얼떨결에 학교에서 '후무후무누쿠누쿠아푸아아' 라는 희한한 이름의 동아리에 떠밀리다시피 들어갔는데, 이건 하와이에 사는 물고기 이름이라나. 고정멤버라곤 리나 한명 밖에 없는 이 동아리에 태양이와 재재가 함께 들어가게 됐다.

 

리나한테서 배운 훌라춤은 그동안 격정적으로 추던 춤에 비하면 참 심심해 보였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이쪽 저쪽으로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손동작 좀 하는 그게 훌라춤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는 않은가보다. 태양이와 재재는 점점 그 매력에 빠져갔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그들은 자기주도적 페스티벌을 열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미세한 충돌은 알로하 정신과 관련된 것이었다. 태양이는 여기서도 완벽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본성을 버리지 못해서 전전긍긍한다. 자신이 안무를 완벽히 외운 것은 물론이고, 잘 안되는 재재한테까지도 스트레스를 준다. 리나는 태양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다. 그건 알로하 정신이 아니라는 거다.

 

알로하 정신이 뭐냐고 따지는 태양이에게 리나는 모두를 위한 마음이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거지.” (60)

연습 제대로 안해서 망쳐도 알로하 정신이라고 할거냐며 태양이는 따진다.

어떻게 항상 다 괜찮고, 다 즐거워? 그게 말이 돼?”

웬만하면 다 같이 좋은 거. 그게 알로하고, 그게 훌라야” (61)

 

페스티벌은 용케 열었지만, 그들 차례에선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그동안의 연습이나 준비로 커버되는 일이 아닌.... 인생에서 부딪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렇다. 하지만 그 위기는 더 큰 격려와 웃음과 감동으로 넘어갔다. 확실히 알겠다. 이런게 알로하 정신인 것을. 열정과 편안함이 손잡은.

 

작가님은 훌라를 사랑하고 즐기는 분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따뜻하게 쓸 수 없다. 작가의 경험의 세계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처음보는 이런 소재로 동화를 즐길 수 있게 작가님에게 찾아온 그 경험이 고맙게 느껴진다. “!”는 시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구령과 함께 즐거운 춤이 시작된다. 나도 어디선가 이 즐거운 구령을 붙이고 웃음과 함께 즐거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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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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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동화 아니면 비문학을 주로.... 어른책 자체를 별로 안읽음^^;;;

한강 소설도 안 읽었다. 채식주의자가 엄청 화제가 됐을 무렵, 그때 도서실 담당이던 때라 수서는 했지만 읽진 않았다.
뭔가 되게 불편하단 소릴 들어서다.

오늘 선배쌤과 만날일이 있었는데 작별과 채식을 맞바꾸었다. 작별도 아직 안읽었지만 쌤이 읽고싶어하셔서 일단 바꿨다. 어제 1교시가 도서실 시간이어서 갔는데 벌써들 다 빌려가시고 두권 남았더라고. 그중에 한권을 차지했다. 왜 그렇게들 빠르셔?ㅎㅎ

이 책은 과연, 내가 잘 읽을 책은 못되었다.
1편 채식주의자는 공감할 수 있었다. 공감이란 말은 주제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고통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해는 가 닿았다. 압도적인 폭력에 노출된 기억이 얼마나 각인되는지. 그 폭력의 행사자에게 적의가 생겼다. 그게 피할 수 없는 가족이라면? 인생의 첫번째 운은 태생인거다. 그런 면에서 난 풍족하진 못했어도 태생의 운이 엄청나게 좋았던 거다. 때로 너무 싫고 가당찮은 인간을 길에서라도 보게 되면 "개새끼! 마누라가 불쌍하다." 혹은 "저런게 시아버지면 이혼하겠다." 이런 욕을 속으로 뱉는데, 가족의 기억을 불행으로 채워주는 폭력인들이 생각보다 꽤 많은 것 같더라구? 그런것들 어떻게 해야돼? 죽여버릴 수도 없고.ㅠㅠ

피가 가득한 숲을 통과하는 그녀의 꿈이 너무 생생한데, 그건 인간 세상의 시스템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간은 피에 발을 담그고 산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모른다.ㅠ

2편 몽고반점은 빠르게 넘겼다. 뭐라고 감상을 하기 힘들다.

3편 나무불꽃을 가장 천천히 읽었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관점이 그나마 나와 가장 가까웠다. 그녀의 고통에 근접할 수는 없지만.... 사실 정신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는 그녀가 가장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다 못해 마지막엔 모든 섭식을 거부하는데, 그때 강박하고 억지로 주입하는 치료방식도 폭력이라 생각되었다. 여기에서 존엄사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목도 내겐 몹시 고통스러웠다.

"바보같이.
기껏 해칠 수 있는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게 그거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
동생을 보면서 그녀가 한 생각이다. 영혜는 이런 말도 했었다.
"........ 왜, 죽으면 안되는 거야?"
영혜는 이제 자신이 인간이 아닐 수 있다는 것에만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된것 같았다. 숲에서 비를 맞으며 나무가 되려 했던 모습을 보아도.

한강의 작품을 이제야 겨우 보았지만 들은바에 의하면 그는 고통을 깊게 그려내는 작가인 것 같다. 읽기도 고통스러운데 쓰는 일이야 오죽할까. 왜 이런 일을 자임하게 되었을까. 운명의 영역일까.
이 책은 다른 작품에서 다루어진 5.18이나 4.3 같은 역사의 고통이 아닌 개인의 고통을 다뤘다. 하긴 역사의 고통도 개인의 고통들의 총집합인 거지. 고통이란 면에선 다를게 없겠지. 생생하게 날이 선 고통의 서슬이 시퍼랬다. 인생사의 고통과 슬픔의 깊이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그걸 모르는 나는 아직까지 헛살았다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도 모르고 싶고.ㅠ
(하지만 작별하지 않는다는 대출했으니 읽어볼거다. 어쩌면 다른 책도. 그다음 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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