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파! 사계절 아동문고 112
강인송 지음, 안난초 그림 / 사계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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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해변에 노을이 지고 있고 열대의 식물들이 우거진 사이에서 세 아이가 훌라춤을 추고 있다. 이 표지그림이 주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뭔가 따뜻하면서도 시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열정적인 모순된 느낌의 조화라고 할까. 이 느낌을 고루 섞으니 편안함이라는 느낌이 나온다.

 

이 느낌은 나의 갈망이기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난 어젯밤에도 꿈에서도 애를 쓰느라 잔 것 같지도 않게 자고 일어나 무거운 발을 끌면서 출근했다. 월요병이었나.... 나는 어딘가 엄청 먼 곳으로 이사를 갔고, 하지만 직장은 바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난 출근 시간을 감내하며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이들은 초등학생이었고, 전학수속을 밟아야 하기에 오늘 제시간에 출근하기가 어렵다는 걸 아침에서야 깨달았다. 교감선생님한테 전화하면서 5교시에 있는 영어를 1교시로 옮겨주시면 2교시까지는 빨리 가보겠다고 했다. 꿈에서라도 통 크게 오늘 하루 결근하겠습니다!” 하지 못하는 나. 아이들을 새 학교에 넣고 서둘러 길을 가는데 어느새 이사간 곳이 아닌 늘 다니던 출근길을 가고 있었다. 내가 다니는 출근길엔 다리가 하나 있는데 비가 많이 오면 침수돼서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한다. 그곳이 바로 물에 잠겨 있었다. 지금 한시가 촉박한데 말이야! 물에 잠긴 정도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높은 곳으로 피해요!!” 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허둥지둥 뛰면서 정말 망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의 하루는 그럭저럭 평탄한 편이다. 직장일이 쉽지는 않지만 남의 돈 벌기야 누구나 어려운 거고... 그런데도 난 편안하지 못하다. 이 책의 태양이와 비슷한 점이다. 태양이는 춤을 잘 춘다. 댄스학원을 다니는데 거기서 알아주는 실력자다. 최종선발에 뽑힐 것으로 자타가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장님과 독대한 자리에서 원장님은 태양이를 선발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바로 즐거움이 없기 때문이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다음 동작에만 집중하느라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이 없다는 거다.

 

나는 춤과는 거리가 멀지만 느긋하지 못함은 태양이와 비슷하다. 그리고 멋이 없다는 점도? 태양이는 상처받고 댄스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러다 얼떨결에 학교에서 '후무후무누쿠누쿠아푸아아' 라는 희한한 이름의 동아리에 떠밀리다시피 들어갔는데, 이건 하와이에 사는 물고기 이름이라나. 고정멤버라곤 리나 한명 밖에 없는 이 동아리에 태양이와 재재가 함께 들어가게 됐다.

 

리나한테서 배운 훌라춤은 그동안 격정적으로 추던 춤에 비하면 참 심심해 보였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이쪽 저쪽으로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손동작 좀 하는 그게 훌라춤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는 않은가보다. 태양이와 재재는 점점 그 매력에 빠져갔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그들은 자기주도적 페스티벌을 열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미세한 충돌은 알로하 정신과 관련된 것이었다. 태양이는 여기서도 완벽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본성을 버리지 못해서 전전긍긍한다. 자신이 안무를 완벽히 외운 것은 물론이고, 잘 안되는 재재한테까지도 스트레스를 준다. 리나는 태양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다. 그건 알로하 정신이 아니라는 거다.

 

알로하 정신이 뭐냐고 따지는 태양이에게 리나는 모두를 위한 마음이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거지.” (60)

연습 제대로 안해서 망쳐도 알로하 정신이라고 할거냐며 태양이는 따진다.

어떻게 항상 다 괜찮고, 다 즐거워? 그게 말이 돼?”

웬만하면 다 같이 좋은 거. 그게 알로하고, 그게 훌라야” (61)

 

페스티벌은 용케 열었지만, 그들 차례에선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그동안의 연습이나 준비로 커버되는 일이 아닌.... 인생에서 부딪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렇다. 하지만 그 위기는 더 큰 격려와 웃음과 감동으로 넘어갔다. 확실히 알겠다. 이런게 알로하 정신인 것을. 열정과 편안함이 손잡은.

 

작가님은 훌라를 사랑하고 즐기는 분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따뜻하게 쓸 수 없다. 작가의 경험의 세계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처음보는 이런 소재로 동화를 즐길 수 있게 작가님에게 찾아온 그 경험이 고맙게 느껴진다. “!”는 시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구령과 함께 즐거운 춤이 시작된다. 나도 어디선가 이 즐거운 구령을 붙이고 웃음과 함께 즐거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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