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동화 아니면 비문학을 주로.... 어른책 자체를 별로 안읽음^^;;;한강 소설도 안 읽었다. 채식주의자가 엄청 화제가 됐을 무렵, 그때 도서실 담당이던 때라 수서는 했지만 읽진 않았다.뭔가 되게 불편하단 소릴 들어서다.오늘 선배쌤과 만날일이 있었는데 작별과 채식을 맞바꾸었다. 작별도 아직 안읽었지만 쌤이 읽고싶어하셔서 일단 바꿨다. 어제 1교시가 도서실 시간이어서 갔는데 벌써들 다 빌려가시고 두권 남았더라고. 그중에 한권을 차지했다. 왜 그렇게들 빠르셔?ㅎㅎ이 책은 과연, 내가 잘 읽을 책은 못되었다.1편 채식주의자는 공감할 수 있었다. 공감이란 말은 주제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고통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해는 가 닿았다. 압도적인 폭력에 노출된 기억이 얼마나 각인되는지. 그 폭력의 행사자에게 적의가 생겼다. 그게 피할 수 없는 가족이라면? 인생의 첫번째 운은 태생인거다. 그런 면에서 난 풍족하진 못했어도 태생의 운이 엄청나게 좋았던 거다. 때로 너무 싫고 가당찮은 인간을 길에서라도 보게 되면 "개새끼! 마누라가 불쌍하다." 혹은 "저런게 시아버지면 이혼하겠다." 이런 욕을 속으로 뱉는데, 가족의 기억을 불행으로 채워주는 폭력인들이 생각보다 꽤 많은 것 같더라구? 그런것들 어떻게 해야돼? 죽여버릴 수도 없고.ㅠㅠ피가 가득한 숲을 통과하는 그녀의 꿈이 너무 생생한데, 그건 인간 세상의 시스템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간은 피에 발을 담그고 산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모른다.ㅠ2편 몽고반점은 빠르게 넘겼다. 뭐라고 감상을 하기 힘들다.3편 나무불꽃을 가장 천천히 읽었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관점이 그나마 나와 가장 가까웠다. 그녀의 고통에 근접할 수는 없지만.... 사실 정신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는 그녀가 가장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다 못해 마지막엔 모든 섭식을 거부하는데, 그때 강박하고 억지로 주입하는 치료방식도 폭력이라 생각되었다. 여기에서 존엄사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목도 내겐 몹시 고통스러웠다."바보같이.기껏 해칠 수 있는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게 그거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동생을 보면서 그녀가 한 생각이다. 영혜는 이런 말도 했었다."........ 왜, 죽으면 안되는 거야?"영혜는 이제 자신이 인간이 아닐 수 있다는 것에만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된것 같았다. 숲에서 비를 맞으며 나무가 되려 했던 모습을 보아도.한강의 작품을 이제야 겨우 보았지만 들은바에 의하면 그는 고통을 깊게 그려내는 작가인 것 같다. 읽기도 고통스러운데 쓰는 일이야 오죽할까. 왜 이런 일을 자임하게 되었을까. 운명의 영역일까.이 책은 다른 작품에서 다루어진 5.18이나 4.3 같은 역사의 고통이 아닌 개인의 고통을 다뤘다. 하긴 역사의 고통도 개인의 고통들의 총집합인 거지. 고통이란 면에선 다를게 없겠지. 생생하게 날이 선 고통의 서슬이 시퍼랬다. 인생사의 고통과 슬픔의 깊이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그걸 모르는 나는 아직까지 헛살았다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도 모르고 싶고.ㅠ(하지만 작별하지 않는다는 대출했으니 읽어볼거다. 어쩌면 다른 책도. 그다음 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