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간질 / 서현 / 사계절>

지난주에 간질간질 그림책을 배송받고 읽어주마 약속했는데 바로 특별휴가... 1주일만에 만난 오늘, 그거 안읽어줄거냐 조른다. 기억력도 좋은 녀석들.^^

이 책은 읽어주는 것이 바로 놀이다. 주인공 아이의 몸동작은 바로 저학년 장난꾸러기들의 몸짓 그자체다. 동작이 나오면 지원자들이 나와서 해본다. 교실은 난리가 나지만 그만큼 즐겁다. "오 예!" 이 장면은 모두가 같이 한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구호와 동작 중에서 가장 일사불란하다.ㅎㅎ

다 읽고 알라딘에 있는 티저영상도 같이 보았다. 일어나 춤추는 아이들을 막지 않았더니 교실은 축제판이었다. 한바탕 대동놀이(?)를 한 셈? 고맙다. 그림책에 열광하는 예쁜 아이들이 올해 내새끼들인 것이. 또 이런 흥겨운 그림책을 그려주시는 작가들이 계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몹시 힘들고 슬픈 기간이 올해 있었다. 어쩐지 교실이 몹시나 평안하더라니 죽으라는 법은 없기에 그런가보다. 겹쳐져 힘들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날 살려주는 고마운 아이들에게 읽어줄 재미있는 그림책을 또 탐색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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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에너지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3
최영민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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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책들이 다양하게 나오다보니 에너지에 대한 책도 꽤 많이 나와있다. 어린이들의 독서 수준에 맞게 골라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그중에서 독서능력이 상당히 좋은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분량도 꽤 될 뿐 아니라 내용도 쉽지 않다. 표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겹을 벗겨 속사정과 배경까지도 자세히 설명한다.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은 이정도의 내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고, 단순한 서술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지적 욕구에 대한 충족감을 느낄 것이다. 초등 고학년 중에 이 책을 재미있다며 읽을 아이는 10% 이내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요즘은 어린이용 책이 중학생에게도, 혹은 어른이나 교사에게도 큰 도움을 주곤 한다. 이 책은 그럴 수 있는 책이겠다.

 

희망버스는 과거를 여행하는 타임머신이다. 주제는 '에너지'이니 <에너지 역사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에너지의 역사가 그리 중요할까? 책을 읽어보니 중요했다!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불을 발견한 구석기시대서부터, 화석에너지,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발전은 에너지의 발전과정이었고 인류의 위기나 전쟁 또한 에너지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현대 세계의 판도도 그러하다. 에너지는 국력이고 권력이다. 인간은 이것을 좇는 동물인고로, 에너지원을 쟁취하고 안정적으로 보유하려 하는 욕심은 다른 명분에 포장된 채로 갈등과 전쟁을 일으키곤 한다. 10개 가진 자가 1개 가진 자에게 나눠 주는 일은 없는 법, 에너지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에서 나온 부작용(각종 환경문제들)은 사용자들만이 짊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사용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이것은 또다른 불평등이라 하겠다.

 

더구나 이 시대에는 현재 한창 사용중인 에너지원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대체에너지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태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을 언급하고 있고 당장은 실현가능성이 없지만 핵융합에너지가 연구중에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재생에너지를 설명한 책들은 많이 있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 점은 에너지의 개발과 사용에 따르는 기술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의 구조와 성격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변함에 있다. 그 모델로 독일 윤데라는 마을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마을은 열병합 발전소 등을 운영해서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고 있다. 에너지 자립을 이루면 밀양 송전탑 갈등 같은 것은 없어도 된다. 에너지 공급의 중앙집중 방식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야 하고 마을이 살아나야 한다. 나처럼 귀찮은 것 싫어하고 혼자를 추구해서는 곤란하다. 지금보다 조금 불편하고, 지금보다 조금 골치아픈 것을 감수해야 미래를 보전하고 기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알려준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상당히 독보적인 내용을 갖고 있다고 높이 평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끌만한 거슬림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화자인 서연이의 태도와 말투다. 어떤 연유로 에너지역사여행에 참여하게 됐든, 그게 기꺼웠든 아니든 간에 자신을 안내하고 지도해 주는 선한 의도의 사람들에 대한 불손한 말과 태도는(혼잣말이었을지라도) 좀 거슬렸다. 그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에도 벗어난다. 서연이가 화자이기 때문이다. 화자는 독자와도 대화하는 사람이다.

 

나는 아주 옛날사람도 아닌데 이런 것에 좀 예민하다.ㅎㅎ 아마 이런 거슬림이 일반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한 번 아쉬움을 지적해 봤다. 이러한 0.5%의 아쉬움만 제외하면 에너지 관련 새로운 시각과 대안을 제시한 훌륭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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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이 사는 집 - 제4회 비룡소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허가람 지음, 윤정주 그림 / 비룡소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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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야기 만들기 수업을 좀 업그레이드 하면서 이야기의 첫머리를 몇 개 만들었다. 맘에 드는 첫머리를 골라 이어지는 이야기를 쓰는 수업이었다. 그 첫머리 중 하나는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비어있던 옆집에 묘령의 사람이 이사를 왔다. 나는 호기심이 생겼지만 이사온 날 그와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며칠 후, 놀이터에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마침 나오던 그와 마주쳤다. "안녕" 그가 인사를 건넸다...."

많은 아이들이 이 첫머리를 골랐다. 그런데 아이들이 쓴 이야기를 보고 난 비명을 지를 뻔했다. 모든 아이들이 유괴와 끔찍한 범죄를 연상해서 글을 썼던 것이다. 결말은 다행히 범죄에서 벗어난다든지, 아니면 비극으로 끝난다든지 조금씩 달랐지만 범죄를 연상한 건 누구나 똑같았다. 나라면 "이 의문의 이웃을 처음엔 경계했지만 그가 나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해서 우리는 행복한 모험을 했다...." 이런 식으로 끌고 나갔을 것 같은데, 정말 충격이었다. 한편으론 슬펐다. 우리가 가르친 대로 아이들은 사고하고 있을 뿐이다. 모르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의심해야 하고 조금의 빈틈도 주어서는 안된다. 때로는 아주 가까운 곳에 나를 노리는 범죄의 손길이 있다.... 우리가 하는 안전교육의 내용을 까놓고 말하면 이런 말이 된다.

그런데 <늑대들이 사는 집> 이 책은 역사깊은 범죄적 이미지까지 깨어놓는다. 바로 늑대의 이미지다. 늑대같은 놈. 이거 한마디면 대충 통할 수 있는 이미지에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혼합되어 있지 않은가. 음흉함, 사나움, 잔인함 등.... 이 책에서 그것이 깨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따뜻하고 아기자기한지 흐뭇하다못해 눈물겨울 지경이다.

'늑대들이 사는 집'엔 뾰족귀, 넓적귀, 처진 귀 이렇게 세 마리의 늑대가 산다. 세마리가 각각 주인공인 세 편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뾰족귀가 주인공인 표제작 <늑대들이 사는 집>에서는 눈보라가 심한 어느날 양 오누이가 '제발로' 그들의 집을 노크한다. 늑대와 양이라니. 수많은 옛이야기에서 다룬 이들의 뻔한 관계. 모든 상황은 그 뻔한 관계를 향해서 가는데도, 결국 뻔함을 벗어나는 이 재미와 훈훈함.^^

두번째 이야기 <버섯국>에서는 넓적귀가 주인공이다. 세 늑대의 놀이이자 일과인 카드놀이를 하다 꼴등을 한 넓적귀는 벌칙으로 버섯을 구하러 나간다. 하지만 버섯 대신 몽글왕자를 만나게 되고 그를 돕는 기사의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바람에 버섯을 구해오지 못해 친구들에게 한소리를 들었지만 다음날 그들의 뒷마당에는....

세번째 이야기 <이상한 나무뿌리>에서도 늑대들은 카드놀이를 했고 벌칙으로 지하실에 다녀올 늑대를 뽑았다. 이번엔 처진귀였다. 지하실에 내려간 처진귀는 벽돌 틈 사이에서 조그만 나무뿌리를 보았다. 마싹 마른 나무 뿌리가 불쌍해 보인 처진귀는 물을 흠뻑 주었다. 그러자 나무뿌리는 무섭게 자라는 것이 아닌가? 빨리 잘라버리지 않으면 기둥을 휘감고 금방이라도 집을 무너뜨릴 기세였다. 늑대들은 톱을 가져왔지만 누구도 나무를 차마 자르지 못했다. "이제 따뜻한 집에서 편하게 카드놀이하는 것도 끝이구나..." 라며 슬퍼하면서도 말이다.
다행히 엄마가 가르쳐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 세마리 늑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고정이미지의 늑대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인정 많고, 마음 약하고, 생명을 사랑하고, 친절하고 배려하는 어리고 귀여운 늑대! 친구로 삼고 싶은 다정하고 친근한 늑대의 이미지만 살아남아 있었다.

작품을 통해 이렇게 이미지의 전환을 가져오는 작업은 작가에겐 어려운 과제이면서도 큰 쾌감을 가져오는 일이었을 것 같다.(그래서 작가분들이 부럽다^^;;) 독자로서도 참 재미있고 즐길만한 시간이다. 읽어주기로도 아주 좋은 책이다. 연작 세 편이니 한 번에 한 편씩 읽어주면 되겠다.

이 책을 통해 주변인들의 선함에 대한 환상을 갖고 경계심을 늦추는 것이 좋을까? 굳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은 현실이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착한 존재들이 훨씬 더 많고 선한 의도가 앞선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 그러니 나도 착한 삶을 사는게 바보는 아니라는 것도.
뭐 이러니저러니를 따질 것 없이 재미있으니까 읽는다. 그것이 이야기의 본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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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 1~2 세트 - 전2권 달고나 만화방
남동윤 지음 / 사계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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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대해서 안다고는 말할 수 없는데,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는 몇 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남동윤 작가다. 재작년 겨울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을 읽고 팬이 되었다. 과하지 않아 거부감 없는 그림체도 좋고, 폭소는 아니라도 웃음이 떠오르는 정감있는 스토리 능력은 더욱 좋다. 신간도서를 검색하다 이분의 새 작품이 나온 것을 봤다. 그것도 한꺼번에 두 권이나! 반가워서 바로 구입했다.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 1,2>다.

지난번 책도 교실이야기지만 이번엔 특히 고민해결에 대한 이야기라니 교사로서는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주제였다. 기대대로 요즘 아이들의 많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전작처럼 강귀신 선생님의 4학년 1반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다. 몇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4학년 1반인 아이들. 다시 만나서 반갑다!^^

아이들의 고민을 열거해보면 이렇다.
학원이 가기 싫은 려은이.(엄마의 욕심으로 너무나 많은 학원에 다닌다)
그와는 반대로 부모님 없는 집에 밤까지 혼자 있어야 해서 심심한 경식이.
동생이 괴롭혀서 힘든 수정이.
성격이 소심해서 걱정인 민수.
친구가 너무 부러워서 짜증나는 봉실.
초라한 집이 부끄러운 단비.
긴 이야기로는 이렇게 6편이 들어있고 사이사이에 한쪽짜리 짧은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4-1 출석부에 있는 17명의 고민이 다 들어가 있다.

학급 아이들 중 특별히 악한 아이는 없고 작가가 그려내는 캐릭터들이 워낙 따뜻한지라 요즘 선생님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왕따나 학폭사안에 해당되는 살벌한 고민은 없다.(소심이 민수의 경우가 그에 가깝다고 볼 수는 있겠다. 옛이야기처럼 고양이의 보은으로 훈훈하게 해결되었지만^^)

이 고민들의 해결에 강귀신 선생님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하지만, 선생님과 관계없이 해결된 사례도 많다. 공통적인 것은 선생님과 아이가 마주 앉았고, 선생님이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었다는 것이다.(상담선생님이 휴직을 하셔서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설정으로 나오지만....) 이 선생님은 상담에 전문가는 아닌듯 보인다. 웃기려고 넣은 장면이겠지만 살짝 어이없는 언행으로 오히려 상담을 당하기도(?) 한다. 또, 마지막에 '선생님의 고민'에서 남친에게 자기 고민을 털어놓는데,

강선생 : 하지만 난 아이들 이야기를 오래는 못
듣겠어.
남친 : 왜? 너무 감정이입이 돼서? 슬퍼서?
강선생 : 아니, 너무 귀찮아.
남친 : 뜨헉!!
ㅎㅎㅎㅎㅎㅎㅎ 내맘같은 요런 솔직한 장면이 너무 웃기다. 이걸 보고 "이런 선생은 교단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침을 튀기는 인간은 그냥 조용히 상종을 말자.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강선생의 촉수는 늘 아이들을 향해 있다. 내가 그렇듯이. (촉수의 성능은 논외로 하고)

오히려 이 대화에 작가의 주제가 담겨있을 것이다.
강선생 : 내가 다 해결해줄 수도 없고 속상해. 선생님으로서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남친 : 귀신 씨가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한테 힘이 될 거야! 아이들이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잖아. 마음 속에 있는 상처들을 찾고 조금씩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해.
강선생 : 그... 그런가?

내가 교사라 강선생의 고민에 집중했지만 아이들은 이런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친구들의 고민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을 것이다. 읽고 나면 아이들과 '고민'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온작품읽기를 만화로 하면.... 안될까? 그건 좀 어렵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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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21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초승달문고 42
김유 지음, 유경화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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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미각으로 형상화한 재미있는 동화책이다. 귀엽고 먹음직스러운(!) 그림까지 한몫을 한다.

아빠 : 안읽어
엄마 : 산만해
아이 : 안봄
개 : 왈왈
위와 같은 이름의 4인 가족 이야기다.

이 가족의 집에는 책이 많다. 그러나 그 수많은 책의 용도는 '읽는' 것이 아니다. 가장의 이름이 '안읽어' 씨 아니던가! 아빠는 주로 아주 어려워보이는 책을 끼고 다니며 주변의 시선을 즐기고, 엄마는 라면냄비 받침 등으로 사용하며, 봄이에게 책은 장난감이다. 마지막으로 왈왈씨에게 책은 밥그릇이다.

어느날 가족은 선생님이 독후감 숙제를 내주셨던 <맛있는 책 요리점>이라는 책 뒤표지에서 약도를 발견하고 외식을 하러 간다. 네비에도 잡히지 않는 이곳을 찾느라 거대한 책 요리점, 맛없는 책 요리점 등을 잘못 갔다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맛있는 책 요리점엔 손님이 많았고 주인이 친절하게 가족을 안내했다. 앞의 두 요리점처럼 개나 어린이를 거부하지도 않았고 글자를 몰라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먹음직스러웠다. 메뉴판을 볼까.
- 오븐에 구운 사진책
- 문장 사이에 꿀을 바른 책
- 숫자 소스를 듬뿍 올린 책
- 바삭하게 튀긴 글자 책 등......

화장실을 찾던 봄이가 우연히 들여다본 주방에서는 많은 요리사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책을 요리하는 건 처음 봐요. 그런데 요리사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책 한권을 요리할 때도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단다. 그래야 맛있는 책이 될 수 있지."
"맛있는 책은 어떤 건데요?"
"음, 우선 재료가 좋아야겠지. 파릇파릇 신선한 이야기나 깊은 맛이 나는 이야기처럼 좋은 재료에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더해진다면, 맛있는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105~106쪽)

이렇게해서 나온 책요리를 가족은 아삭아삭 야금야금 호로록호로록 냠냠 맛나게 먹고 돌아온다. 그 중 한 메뉴를 설명하는 주인의 말.
"이 요리는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와 재치있는 이야기를 잘 버무린 뒤, 일곱 빛깔 그림을 동그랗게 빚어 이야기 사이사이에 껴 넣었단다."
외식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이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은 뻔하면서도 재미있는 결말.^^

어제 수업중 한 아이가 질문을 했다. "오늘은 책 안 읽어주세요?"
ㅎㅎ 그러고보니 며칠 책을 안읽어줬네. 다음 차례는 이 책이다. 읽어주고 나면 부모님을 졸라 그 책을 사는 아이들도 눈에 띄는데, 이 책이야말로 아이들이 꽤나 졸라댈 것 같다. 왜? 맛있으니까.^^

이 책을 읽고 "너희들한테 가장 맛있는 책은 뭐였어?" 라고 물어보고 싶다. 또한 책요리점의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교사와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책이란 이렇게 감각적으로(여기에서는 미각-가장 강렬하지^^)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되겠다. 앞에서 잘못 갔던 거대한 요리점이나 맛없는 요리점 주인처럼 먹을 수 없는 책을 들이대는 실수를 잘 저지르는게 어른들이니까.

물론 어른이 되어서까지 책을 맛으로만 먹어서는 안되겠지.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이 단계가 반드시 필요한 건 사실이다. 아.... 그러고보니 나는 언제 이 단계를 뛰어넘지? 학교도서실 수서를 하고 새 책이 온 날, 주말에 읽을 동화책 몇 권을 챙기며 입맛을 다시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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