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에너지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3
최영민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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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책들이 다양하게 나오다보니 에너지에 대한 책도 꽤 많이 나와있다. 어린이들의 독서 수준에 맞게 골라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그중에서 독서능력이 상당히 좋은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분량도 꽤 될 뿐 아니라 내용도 쉽지 않다. 표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겹을 벗겨 속사정과 배경까지도 자세히 설명한다.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은 이정도의 내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고, 단순한 서술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지적 욕구에 대한 충족감을 느낄 것이다. 초등 고학년 중에 이 책을 재미있다며 읽을 아이는 10% 이내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요즘은 어린이용 책이 중학생에게도, 혹은 어른이나 교사에게도 큰 도움을 주곤 한다. 이 책은 그럴 수 있는 책이겠다.

 

희망버스는 과거를 여행하는 타임머신이다. 주제는 '에너지'이니 <에너지 역사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에너지의 역사가 그리 중요할까? 책을 읽어보니 중요했다!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불을 발견한 구석기시대서부터, 화석에너지,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발전은 에너지의 발전과정이었고 인류의 위기나 전쟁 또한 에너지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현대 세계의 판도도 그러하다. 에너지는 국력이고 권력이다. 인간은 이것을 좇는 동물인고로, 에너지원을 쟁취하고 안정적으로 보유하려 하는 욕심은 다른 명분에 포장된 채로 갈등과 전쟁을 일으키곤 한다. 10개 가진 자가 1개 가진 자에게 나눠 주는 일은 없는 법, 에너지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에서 나온 부작용(각종 환경문제들)은 사용자들만이 짊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사용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이것은 또다른 불평등이라 하겠다.

 

더구나 이 시대에는 현재 한창 사용중인 에너지원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대체에너지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태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을 언급하고 있고 당장은 실현가능성이 없지만 핵융합에너지가 연구중에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재생에너지를 설명한 책들은 많이 있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 점은 에너지의 개발과 사용에 따르는 기술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의 구조와 성격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변함에 있다. 그 모델로 독일 윤데라는 마을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마을은 열병합 발전소 등을 운영해서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고 있다. 에너지 자립을 이루면 밀양 송전탑 갈등 같은 것은 없어도 된다. 에너지 공급의 중앙집중 방식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야 하고 마을이 살아나야 한다. 나처럼 귀찮은 것 싫어하고 혼자를 추구해서는 곤란하다. 지금보다 조금 불편하고, 지금보다 조금 골치아픈 것을 감수해야 미래를 보전하고 기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알려준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상당히 독보적인 내용을 갖고 있다고 높이 평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끌만한 거슬림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화자인 서연이의 태도와 말투다. 어떤 연유로 에너지역사여행에 참여하게 됐든, 그게 기꺼웠든 아니든 간에 자신을 안내하고 지도해 주는 선한 의도의 사람들에 대한 불손한 말과 태도는(혼잣말이었을지라도) 좀 거슬렸다. 그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에도 벗어난다. 서연이가 화자이기 때문이다. 화자는 독자와도 대화하는 사람이다.

 

나는 아주 옛날사람도 아닌데 이런 것에 좀 예민하다.ㅎㅎ 아마 이런 거슬림이 일반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한 번 아쉬움을 지적해 봤다. 이러한 0.5%의 아쉬움만 제외하면 에너지 관련 새로운 시각과 대안을 제시한 훌륭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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