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초승달문고 42
김유 지음, 유경화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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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미각으로 형상화한 재미있는 동화책이다. 귀엽고 먹음직스러운(!) 그림까지 한몫을 한다.

아빠 : 안읽어
엄마 : 산만해
아이 : 안봄
개 : 왈왈
위와 같은 이름의 4인 가족 이야기다.

이 가족의 집에는 책이 많다. 그러나 그 수많은 책의 용도는 '읽는' 것이 아니다. 가장의 이름이 '안읽어' 씨 아니던가! 아빠는 주로 아주 어려워보이는 책을 끼고 다니며 주변의 시선을 즐기고, 엄마는 라면냄비 받침 등으로 사용하며, 봄이에게 책은 장난감이다. 마지막으로 왈왈씨에게 책은 밥그릇이다.

어느날 가족은 선생님이 독후감 숙제를 내주셨던 <맛있는 책 요리점>이라는 책 뒤표지에서 약도를 발견하고 외식을 하러 간다. 네비에도 잡히지 않는 이곳을 찾느라 거대한 책 요리점, 맛없는 책 요리점 등을 잘못 갔다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맛있는 책 요리점엔 손님이 많았고 주인이 친절하게 가족을 안내했다. 앞의 두 요리점처럼 개나 어린이를 거부하지도 않았고 글자를 몰라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먹음직스러웠다. 메뉴판을 볼까.
- 오븐에 구운 사진책
- 문장 사이에 꿀을 바른 책
- 숫자 소스를 듬뿍 올린 책
- 바삭하게 튀긴 글자 책 등......

화장실을 찾던 봄이가 우연히 들여다본 주방에서는 많은 요리사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책을 요리하는 건 처음 봐요. 그런데 요리사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책 한권을 요리할 때도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단다. 그래야 맛있는 책이 될 수 있지."
"맛있는 책은 어떤 건데요?"
"음, 우선 재료가 좋아야겠지. 파릇파릇 신선한 이야기나 깊은 맛이 나는 이야기처럼 좋은 재료에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더해진다면, 맛있는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105~106쪽)

이렇게해서 나온 책요리를 가족은 아삭아삭 야금야금 호로록호로록 냠냠 맛나게 먹고 돌아온다. 그 중 한 메뉴를 설명하는 주인의 말.
"이 요리는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와 재치있는 이야기를 잘 버무린 뒤, 일곱 빛깔 그림을 동그랗게 빚어 이야기 사이사이에 껴 넣었단다."
외식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이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은 뻔하면서도 재미있는 결말.^^

어제 수업중 한 아이가 질문을 했다. "오늘은 책 안 읽어주세요?"
ㅎㅎ 그러고보니 며칠 책을 안읽어줬네. 다음 차례는 이 책이다. 읽어주고 나면 부모님을 졸라 그 책을 사는 아이들도 눈에 띄는데, 이 책이야말로 아이들이 꽤나 졸라댈 것 같다. 왜? 맛있으니까.^^

이 책을 읽고 "너희들한테 가장 맛있는 책은 뭐였어?" 라고 물어보고 싶다. 또한 책요리점의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교사와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책이란 이렇게 감각적으로(여기에서는 미각-가장 강렬하지^^)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되겠다. 앞에서 잘못 갔던 거대한 요리점이나 맛없는 요리점 주인처럼 먹을 수 없는 책을 들이대는 실수를 잘 저지르는게 어른들이니까.

물론 어른이 되어서까지 책을 맛으로만 먹어서는 안되겠지.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이 단계가 반드시 필요한 건 사실이다. 아.... 그러고보니 나는 언제 이 단계를 뛰어넘지? 학교도서실 수서를 하고 새 책이 온 날, 주말에 읽을 동화책 몇 권을 챙기며 입맛을 다시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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