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편지
조현아 지음 / 손봄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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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웹툰을 웹상에서 본 적이 거의 없는 웹알못?이다. 책으로 나온 것은 몇 권 읽어봤지만 강풀의 만화들이나 윤태호의 미생 같이 매우 알려진 작품 정도. 우연히 아주 젊은 작가의 첫 단행본을 보게 됐다. 깜짝 놀랐다. 그림을 빼고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멋지다고 느낄 정도였다. 거기다 빼어난 그림까지 더해지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딸 뻘인 듯한(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20대 초중반?) 젊은 작가의 능력에 감탄과 부러움을 토해내는 내 모습이 웃기다. 그래도 우와~ 앞이 창창한 나이에 벌써 이런 재능을 가졌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걸 어쩌랴? 이건 지극히 아줌마스러운 부러움이다.ㅎㅎ

솔직히 말하겠다. 내가 이 젊은 작가를 부러워하는 건 이 만화에 거슬리는 점이 하나도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무척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고 금기가 많은 나의 취향을 이렇게 만족시킬 수 있다는 건 한옥타브의 음역대 안에서 대곡을 완성시킨 것에 견줄 수가 있다.ㅋ 정말 감탄했다. 이렇게 옳으며, 이렇게 반듯하며, 이렇게 선하며, 이렇게 조심스러우면서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중학생 이소리는 어느날 참지 못하고 나온 한마디 때문에 모두의 표적이 되어버린다. "그만해!"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보다못해서 외친 한마디. 그 한마디만 아니었으면 그럭저럭 지낼 만했을텐데. 표적이 된 이상 제정신으로 견뎌내긴 힘들었다. 할머니 댁에서 학교를 다니던 소리는 다시 아빠한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어릴 때 살던 곳이다.

전학간 첫날. 깊은 트라우마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는 소리. 아이들의 눈빛도 웅성대는 소리도 다 두렵다. 배정된 책상 위에 "죽어라, 나대지 말고" 같은 글자가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책상은 깨끗했다. 서먹함과 두려움에 눈물이 그렁하던 소리는 책상 밑에 붙은 편지를 발견한다. 첫 번째 편지.

첫 번째 편지부터 마지막(열 번째) 편지까지가 이 책의 목차다. 이야기는 편지를 따라가며 전개된다. 누가 편지를 보냈을까? 왜 보냈을까? 다음 편지는 어디에서 발견될까? 왜 거기에 놓여져 있을까? 다음 편지엔 어떤 내용이 있을까?..... 그러다가 이 친구는 지금 대체 어디에 있을까?에 이르면 독자도 소리, 동순이와 함께 애타는 마음으로 함께 찾게 된다. 어디에 있을까 이 친구는? 지금 어떻게 된 걸까?

정글이 된 학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양심을 잃지 않고 꼿꼿이 버티는 작고 어린 영혼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작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이 아이들이 끝내 짓밟히지 않고 손잡으며 우정을 나누고, 그 우정의 한쪽 끝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모습이 대견하고 아름답다.

요즘 유명 연예인들의 과거 학폭 전력이 밝혀지며 시끄럽다. 현실은 아닌 것 같아도 인과응보는 엄연히 있는 것일까? 확실히 그렇다고 하기엔 여전히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작품이 고맙다. 착한 것은 바보같은 것이 아니다. 도덕을 따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누굴 생각해 주고 그를 위해 시간을 내 주는 것은 한심한 것이 아니다. 올바름의 멋있음, 착함의 가치가 널리 퍼져 상식이 된다면 교실의 약육강식은 사라질까?

잔인하지도, 기괴하지도, 엽기적이지도, 선정적이지도, 비꼬지도, 배꼽잡게 웃기지도, 판타지가 멋진 것도 아닌 이런 작품이 선풍적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건 단 하나 튼튼한 스토리의 힘이다. 다음 편지를 애타게 따라가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

이 만화는 네이버 웹툰 연재시 9.98이라는 기록적인 평점을 받으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나같은 꼰대와 취향이 같은 웹툰 매니아들의 안목을 높이 사고 싶다.ㅋㅋㅋ 단행본으로 나오자마자 판매지수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학교도서관 수서목록에도 슬쩍 넣었다. 교사용으로 넣었다가 학생용으로 돌렸다. 아이들아 많이 읽어라. 너희들 눈에는 누가 멋지니? 너희들도 멋져. 절대 멋짐을 포기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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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2019-06-13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연의 편지>를 출간한 손봄북스의 김효석이라고 합니다. <연의 편지>를 따뜻한 마음과 관심으로 전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연의 편지>의 마음을 좋을 글로 풀어주셔서 너무나 감동이였습니다. 혹 실례가 안된다면 올려주신 글을 <연의 편지> 단행본 홍보에 사용해도 될지 의견 여쭙고자 문의드립니다. 바로 답변이 어려우시면 books@sonbom.co.kr 로 연락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진맥진 2019-06-14 13:1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책이 너무 좋아서 리뷰를 쓴 것 뿐인데 감사의 마음을 전해 주시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셔도 됩니다. 정선된 글이 아니고 후다닥 쓴 거라 좀 부끄럽긴 하네요.^^;;; (그리고 게시된 내용을 저도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효석 2019-06-1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네, 게시되는 곳은 books@sonbom.co.kr 으로 메일주소 보내주시면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고양이 3초 그래 책이야 23
양지안 지음, 최담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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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이 이야기는 내가 평상시에 우리집 애들이나 학급의 아이들한테 하던 얘기랑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사실 그건 나 자신한테 하는 이야기도 되는데, 아이들한테 기염을 토하며 말하지만 실은 나도 잘 못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눈꺼풀 올리는데 3초가 걸린다는 게으른 비만고양이 삼초의 이야기와, 또나마을의 재능또나들이 겪는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구성이다. 처음엔 두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 어리둥절했는데 점차 알게 된다. 재능또나들의 이야기는 삼초의 내면(발현되지 않은 정체성)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작년 그 아이에게 읽히고 싶다. 수학과 체육에는 몹시 약했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문학 감상력도 좋은 편이고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 아이. 그 아이는 굴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그 굴 안에는 엄마가 있었다. 애착이 남다른 두 모녀는 굴 안에서 서로만 끌어안고 있었다. 아이를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설득해도 네네 대답만 할뿐 놓지를 못했다. 아이는 게을렀고 무기력했고 비만이어서 외모에 대한 자기비하도 심했다. 저학년도 아닌데 날마다 학교 앞으로 엄마가 마중나와 있었으며 현장학습을 다녀온 날 엄마와 시간이 안맞으면 아이는 울었다. 교문에서 보이는 곳에 자기 집이 있는데도 말이다....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운 활동(특히 체육)이 있는 날은 여지없이 아침에 배가 아프다고 했고, 엄마는 결석 문자를 내게 보냈다.ㅠ 친구들에게서 "어휴...'라는 느낌을 살짝 느끼기만 해도 집에 가서 울고불고 해서 엄마가 여러번 전화했다. 본의아니게 그런 느낌을 풍긴 아이에게는 꼭 사과하게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아이는 일으켜 세워야 했기에, 학교 상담사님과 시간도 잡아주고 외부기관과도 연결해 주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부터 특기를 키워주도록 집밖 활동을 권장해 봤지만 결국 기어들어가는 곳은 굴속이었다. 안타깝지만 더이상 방법이 없었다. 내가 엄마한테 정신 좀 차리라고 화를 냈으면 좀 달라졌으려나.... 그렇게 하진 않았다. 듣자하니 올해는 결석이 더 잦다고 한다.ㅠㅠ

동물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비만 고양이를 보여준 적 있었다. 이 녀석은 움직이기를 끔찍하게 싫어하고 늘 늘어지게 드러누워만 있었으며 하루종일 먹고 자기만 했다. 이 책의 삼초는 TV속 그 고양이보다 더하다. 스스로가 움직임을 어떻게 하는지조차 잊은 듯하다.

한편 또나마을의 재능또나들(정의에 불타는 무술맨 바로착, 논리 수학에 강한 미리알, 걱정이 많지만 언어재능이 뛰어난 또마레, 정신 사납지만 음악연주를 잘하는 릴리아)은 지진을 감지하고 그 근원을 찾아 숲으로 들어간다. 놀랍게도 숲은 좀좀넝쿨이 온통 휘감고 있었으며 휘감는 힘과 속도는 갈수록 강해졌다. 그 가운데에 넝쿨에 휘감긴 한 덩어리가 바로 근원이었다. 또나들이 목숨을 걸고 넝쿨을 제거해주자 그 안에서 나온 또나의 이름은 '천성이'ㅎㅎ(이와 같이 이 책은 작명에서 작가의 의도를 다 볼 수 있다. '또나'도 그렇고.)

다시 삼초에게로. 이 집에 새로 들어온 강아지 팔랑이는 특유의 친화력과 오지랖으로 삼초를 어떻게든 움직이게 해보려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게 해버렸다. 이제 진짜로 못 움직이는 건가? 오히려 이 일로 삼초의 움직임 본능이 살아난다. 삼초는 비로소 캣타워에 올라가 좌중을 굽어본다.^^

결국 무엇인가? 한심한 인종에게도 잠재력은 있다. 그러나 그걸 혼자 끄집어내기는 너무 어렵다. 천성이를 억지로 강가로 끌고간 또나들, 사고이긴 했지만 삼초를 계단에서 떨어뜨려준 팔랑이. 사람에게도 이런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사랑의 채찍질(아니다, 폭력적 느낌이라 말을 바꾸겠다. 자극제!)가 되어줄 존재.

난 작년에 그 엄마나 아이한테 좋은 말로 권유만 하지 말고 뭔가 쎄게 충격을 주어야 했던 것일까...ㅠㅠ 자식들도 언젠간 깨닫겠지 하지 말고 얼굴에 얼음수건이라도 문질러 주었어야 되는 거였나....^^;;;;

정답은 없으니 적절한 지점과 상황에 맞는 방법이 있을 뿐. 뭐라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내가 넝쿨에 얽혀있을 때 그걸 끊어준 존재라면 난 고마워 할 거라는 거. 함께하는 이들은 서로가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늪에 빠져 침잠해가는 모습은 얼마나 안타까운가. 그들이 힘을 내어 걸어나오기를 빈다. 아이들 중에 그런 아이가 있어 이 책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의미있는 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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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선생님과 오싹오싹 귀신 학교 달고나 만화방
남동윤 지음 / 사계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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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윤 작가의 귀신선생님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첫작품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을 읽고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 읽을만한 만화를 만났다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보는 눈은 누구나 비슷한 것인가, 작년에 개정된 3학년 국어 교과서에 들어갔다고 한다. (3학년을 안 맡아서 그 사실을 이번에 알았음^^) 와~~~ 그럼 가을에 있는 우리학교 독서축제 때 강사로 모셔도 되겠다. 우리학교는 해마다 3학년을 대상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하기 때문이다. 이 실무를 함에 있어 학교는 때로 참 갑갑한 곳이다. 구차한 이야기는 생략. 하여간에 성사될지 안될지도 모르면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지만 상상만으로도 설렌다.ㅎㅎ

두번째 <귀신 선생님과 고민해결>에 이어 세번째 나온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이전작들의 인기를 뛰어넘을 듯하다. 하지만 내게는 큰 장벽이 있는 책이었다. 그건 내게 시각정보 인식장애가 있다는 점이다.^^;;; 난 미로책이나 윌리를 찾아라 류의 숨은그림찾기 책이나 매직아이 같은 책들에 매우매우 취약하다. 과학책이나 지도책 같은 정보책들도 적당한 판형에 글과 그림이 적당히 배치되어 있어야지 큰 화면에 여기저기 구석구석 정보가 흩어져 있으면 그걸 인식하는게 매우 힘들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이들은 나랑 달랐다. 그냥 사진을 찍듯이? 쫙 흡수하듯이? 정보를 읽어냈다. 빠르게 파악하진 못하는 아이들도 여기저기 들여다보며 좋아하긴 했다. 이 책도 판형이 좀 큰 편이다. 만화 특유의 칸 분할도 있긴 하지만 펼친화면 가득 들어간 한 컷짜리 장면이 상당히 많다. 거기에 구석구석 들어찬 각종 귀신들, 거기에다 작가가 제시하는 퀴즈 문제들까지.... 아, 시각정보 인식장애 아주머니 눈이 해롱거린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바로 이런 점이 매력이지!!^^ 책정보를 읽어보니 작가는 수많은 놀이책들을 구해서 읽어보고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귀신 학교를 탐험하는 놀이책' 쯤 된다고 할까? 놀이를 표방하니 스토리는 학급의 모든 아이들의 사연이 담긴 전편들에 비해서 살짝 약해진 감이 있지만, 유머는 그대로, 상상력은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4학년 1반의 아이들 중 오싹오싹 귀신학교를 탐험하게 된 아이는 동식이와 소민이 둘이다. 지각해서 뛰어가던 지각대장 귀신과 부딪힌 아이들은 지각대장과 함께 귀신학교로 가는 길에 발을 디딘다. 지각대장의 반은 15학년 2반. 귀신학교답게 길이 너무 험난하고 멀어 찾아가기도 힘들다. 택시를 부르자 등장한 건 저승사자가 모는 배.(배와 저승사자 모두 '사자'의 형상ㅎ) 이 '택시'는 좁고 험난한 물길을 헤치며 귀신과 아이들을 싣고 교실을 찾아간다.

배 안에서 소개한 오싹오싹 귀신학교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분노 귀신을 포함한 모든 귀신을 차별없이 받고 있어. 그것이야말로 학교의 진정한 역할이라 생각하시는 교장선생님의 뜻 때문이야. 분노귀신들을 통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444반을 만들긴 했지만..... 모범 귀신만 받는 다른 귀신학교와 비교하면 우리 학교는 분노귀신이 무서워서 입학을 꺼리는 귀신들이 많아. 그래서 나도 손님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

말하자면 귀신학교의 대안학교 쯤 되는 셈인가... 그래서인지 곳곳에 복병들이 숨어있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다 일행은 그 무서운 444반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심술을 부리는 그들과 맞서 싸울수록 그들은 더욱 커지고 강해질 뿐이었다. 그때 지각대장이 그들을 안아주었다. 너희를 미워하지 않는다며, 너희를 이해한다며.... 그러자 그들의 기세와 표정이 달라졌다. 교장샘은 떨어져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계셨다. 그리고 444반의 폐지를 선포하셨다.

이 장면을 읽는 내 마음은 좀 복잡했다. 이상적으로는 작가의 시각이 백번 옳다. 그러나 그 해결은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물론 한권의 만화에서 그 과정을 표현할 수는 없었으리라.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이 시리즈 10권까지 내는게 목표라고 하셨는데, 그 중의 한 권에서는 그 지난한 과정을 그려 주시려나? 창가에 붙어 울먹거리며 "그냥 도... 도망가요" 하시던 담임선생님은 아무 것도 안하셨을까? 제 분에 못이겨 주먹으로 창문을 깨고 피를 흘리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복도에 흩어진 유리조각을 쓸고 또 쓸다 어두워져 퇴근하던 내 마음을 읽어준 사람은 있었을까? 어두운 퇴근길에서 약 잘 챙겨 먹으라며 전화하던 내가 그 아이를 안아주지 않았을까? 잠시 복잡한 심경에 빠졌다. 하지만 원론은 동의한다. 격리와 처벌은 절대 능사는 아니다.
(또한 귀신학교가 학교라고 현실의 학교에 바로 줄긋기는 오버일 수도 있겠다. 사회의 문제로 크게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스포1-어차피 리뷰 전체가 스포지만 공개하면 안될 거 같은 스포) 귀신 선생님은 언제 나오시는 건가? 했는데 마지막 이야기에서 드디어 나온다. 그것도 귀신들의 우상으로.... 하지만 선생님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아이들! 그녀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스포2) 선생님 손에 이끌려 간신히 이승으로 돌아온 동식이가 집에 도착한 밤, 마침 동식이네 집의 제삿날이었다는......^^;;;;

독서 시간에 떠들고 집중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세운 원칙은 '1인 1책'인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예외로 해야 할 것 같다. 퀴즈든 놀이든 혼자 하면 뭔 재민겨. 도서실에 이 책이 좀 여러 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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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연극 수업 어떻게 할까? - 초등 교사들의 '3인 3색 연극 수업' 들여다보기 세상을 바꾸는 교육
남상오,오현아.이동석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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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중 한분과 4년간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고 동학년을 두 번이나 해서 꽤 허물없이 지냈다. 그때부터 그의 연극사랑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교대 연극동아리 OB팀을 이끌던 그 샘이 출연, 연출한 연극을 관람하러 20년만에 모교의 학생회관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보통 그 공연을 2월에 하곤 했는데, 그 한 번의 무대를 위해 겨울방학을 하얗게 불태운다고 했었다. 그땐 참 궁금했다. 보람이 있을까. 끝나고 허무하지 않을까. 연극의 매력은 뭐길래 이렇게 시간과 열정을 들일 수 있을까.

이제는 교육과정에 들어온 연극을 가지고도 비슷한 질문이 가능하다. 학교 연극은 완성도 높은 무대를 요구하는게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연극수업은 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더구나 나같은 일반 교사는 연기지도를 해줄 실력도 안되고 여러가지로 벽이 느껴진다. 연극을 사랑하신 세 분 샘들의 수업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1장에는 교실연극을 위해 교사들이 체크해야 하는 내용들이 대략적으로 담겨있고, 2,3,4장은 세 분 저자들이 각자 시도한 연극수업의 과정 이야기다. 아이들의 속성을 잘 아는 우리로서는 준비와 공연까지의 과정이 순탄할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자들은 따로 연극반을 꾸려서 하는 특기자 연극보다도 수업의 과정으로 모두가 참여하는 연극을 추구하였기에 때로는 한숨을 쉬고 꾸중도 하고 목적 잃고 헤매는 양들을 끌어다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들을 피할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지지고 볶다보면 뭔가는 되더라는 것이다.(아 사실은.... 뭔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연극판에서 뛰어온 이들의 내공이 반영된 것일수도) 과정은 때로 한심했으나 결과는 보람있더라?^^ 저자들의 진솔하고 현장감 가득한 수업이야기는 날 것 그대로이던 아이들이 다가온 무대 앞에서 떨림과 책임감을 느끼며 공연 후엔 아쉬움과 보람을 느끼게 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이 과정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장은 남상오 선생님의 '온작품 읽고 연극 만들기'의 사례다. 이제 모든 학급에서 보편적인 활동이 되어버린 온작품 읽기는 그 마무리를 연극으로 결실 맺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도 꼭 그렇게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런데 대본은? 캐스팅은? 연습은? 공연은? 이런 막막함이 저자의 사례에서 하나씩 해소된다. 이 학급에서 읽은 책은 <만국기 소년>이었고, 수록 단편들 중 '선아의 쟁반'을 연극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각색과 공연의 편의성은 꼭 고려해야 할 점인데, 아이들은 이런 부분에 감이 부족하므로 작품을 고르는 데는 교사의 안목이 중요하겠다. 대본작업을 하기 전 사전활동으로 마음에 드는 문구 적기, 인물 분석 등을 한 것은 연출 경험이 있는 교사의 전문성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모둠수만큼 장을 나누고 맡은 장을 일단 즉흥극으로 표현하게 해본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그 후에 대본작업이 시작됐다. 여기서부터가 난관.... 아이들한테 맡기고 확인하다보면 앓느니 죽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했지만 내가 혼자 작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44쪽) 부분을 읽고는 저자의 육성이 들리는 듯하여 푸하하 웃고 말았다. 이렇게 완성한 극본이 장의 끝에 첨부되어 있는데, 고생한 보람인가. 생각보다 너무 훌륭했다.
다음은 연습. 이게 또 사람 피말리는 일이다. 교사만 조급하고 애들은 태평일 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밥을 빨리 먹고 연습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리허설을 못해 불안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점심시간에 연습을 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아이들은 평소처럼 놀고 있었다."(55쪽) 여기서 두번째 뿜었다.ㅋㅋㅋ
결국 아이들은 리허설도 못한 채 무대에 섰다. 하지만 무대를 맞닥뜨린 아이들은 달라졌다. 옆반을 교실로 불러 공연한 소박한 첫 무대는 그렇게 끝났다. 여기서 끝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난 생각한다. 한 고비를 넘으면 좀 더 큰 무대로 이끌어주는 것도 좋다. 이 반은 독서캠프에서 시청각실의 무대에 도전했다. 무려 유은실 작가를 모시고 말이다! 유은실 작가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을 것 같다. 난 간이 작아서 요기까지는 못 갈 것 같지만 교실무대 정도는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다.

3장 이동석 선생님의 사례는 창작극이었다. 생활중의 인상적인 경험을 추출하여 아주 짧은 극본으로 만들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짧은 공연하기. 이름하여 '점심시간 연극제'! 이 장에도 역시 아이들이 만든 극본이 뒤에 수록되어 있는데 읽어보고는 '읭?' 했다.ㅎㅎ 뭔가 기승전결과 주제가 담긴 문학작품에 익숙해져 있는 탓일 것이다. 경험을 공유하는 아이들에게는 매우 공감가고 재미있었을 것 같다. 길이가 짧다는 점에서 극본도 공연도 접근성이 높다. 초반의 시도로 좋을 것 같다. 버스킹 같은 느낌을 주는 틈새공연 아이디어도 재밌다.

마지막 오현아 선생님의 사례도 참고할 점이 많았다.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만들고 싶은 연극에 대한 글쓰기를 시키고 내용을 분석하는 등 아이들의 욕구를 반영하려는 선생님의 노력이 돋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아이디어는 '미완성 극본'이었다. 교사가 제시한 미완성 극본을 아이들이 채워 완성하는 방식이다. 극본이든 동화든 아이들에게 창작을 맡겨 놓으면 소위 말하는 막장으로 치닫기 일쑤다. 아님 찌르고 쑤시고 쏘고 피흘리고 다 죽고 부활하고 이루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엽기 허무맹랑 스토리가 교사의 의욕을 초장부터 꺾는다. 이를 적절히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상상력과 창의력도 맥락과 인과관계에 맞게 발휘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완성 극본' 발상은 훌륭하다. 극본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창작해본 적은 많은데, 이걸 극본으로 연결시킬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잘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한편으로 극본에 들이는 교사의 심적부담과 시간투자를 생각해보면 골라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많은 극본들이 나와줬으면 한다. 도서실 수서할 때 아동극 극본집을 찾아 구입했는데 그 수가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되었다. 얼마전 문학동네 원작동화들을 각색한 어린이 희곡 3권이 나온 것은 앞으로 쏟아져 나올 신호탄인 걸까? 잘 모르겠다.^^ 욕심 같아선 5분용, 10분용, 20분용, 교실용, 시청각실용 등등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었지만 저자들과는 달리 무대경험도 연출경험도 전무하며 애들보다도 연기력이 더 없는 나에게 연극이란 여전히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저자들의 사례와 나의 경험이 함께 말해주는 사실은, 아이들은 돌파력이 있고, 걱정한 것 보다는 잘 해낸다는 것이다. 갈수록 개별화되어가는 시대에 공동체의식을 일깨울 활동으로 연극만한 것도 드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의 처음에서 했던 질문, 왜 길이 남지도 않을 한번의 무대를 위해 열정을 쏟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례중심의 교육도서들 중엔 1회용으로 읽고 바로 기억에서 지워진 책들이 많았다. 이 책의 사례들은 너무 생생해서 오래 기억날 것 같다. 초등 선생님들께는 자신있게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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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 0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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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2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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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동화들 중에서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다 갖춘 책으로 이 책을 꼽겠다. 주인공 아이는 역경에 처했고, 슬프고 괴로웠지만 그 역경에 맞설 힘을 얻었다. 주변에는 좋은 어른과 좋은 친구가 있었고, 상황은 크게 좋아지지도 않았지만 극한으로 치닫지도 않았으며, 주인공은 삐뚤어지지 않은 마음으로 이 과정 중에 훌쩍 성장했다. 착한 주인공이 복을 왕창 받는 옛이야기가 아닌 한 최상의 설정이라 하겠다. 말하자면 현실이 이렇게 흘러가기는 몹시 어렵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해야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마음을 지키고 옳은 길로 가기 어려운 현실의 모습을 서늘하게 보여주는 작품도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견한 모습을 그려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 책에는 도깨비의 홈쇼핑이 나오는 바, 현대판 옛이야기와 다를 바 없으니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엄청 현실적이다.^^

'신통방통 홈쇼핑'이라는 제목이 썩 끌리지가 않았다. 판타지로 연결되는 수단일 거라는 짐작은 가는데 그게 별로 달갑지가 않아서였다. 그런데 작가의 필력은 독자를 훅 빨아들였다. 홈쇼핑에서 파는 상품들, 그 상품의 사용법과 효과들이 하나같이 기발하고 스토리와 잘 매치되었다.

아빠의 부도와 행방불명으로 찬이는 산골의 큰할아버지 댁에 보내진다. 불우한 엄마의 어린 시절에 사랑을 주셨던 할아버지는 엄마의 혈육도 아니다. (이 분의 존재 자체가 참 드물고 귀한 일) 할아버지는 좋은 분이지만 산골의 생활은 적적하기 짝이 없다. 케이블 방송도 나오지 않는 옛날 TV를 이리저리 돌리던 찬이에게 홈쇼핑 채널이 잡힌다! 바로 '신통방통 홈쇼핑'! 쇼핑 호스트들은 마치 찬이의 상황과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하고(당연할 것이다. 도깨비들의 홈쇼핑이니^^), 찬이는 홀린듯 주문전화를 누른다. 걱정할 것은 없다. 값은 천지에 널린 도토리 한 됫박이니까.

그곳에서 주문한 물건들은
☆도깨비 감투 : 전학간 학교에서 찬이를 괴롭히던 대성이의 기세를 꺾을 수 있었음.
☆떡갈나무잎 지갑 : 전학가서 외로운 찬이의 한결같은 친구가 돼 준 명석이. 그 할아버지 가게의 도둑을 잡게 해줌.
☆초소형 구미호 꼬리 : 변신하여 경찰서에서 아빠의 소재를 검색해보려 하였으나 실패로 끝남. 대신 친구들과 비밀을 공유.
☆여우 수염 : 턱에 붙이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가장 욕심나는 물건일 수밖에 없겠다. 찬이는 결국 이 수염을 누구 턱에 붙였을까?
☆도깨비 방망이 : 신통방통 홈쇼핑에 있어 마땅한 상품! 그것도 한 번에 세 개! 그런데 자신의 소원은 빌 수 없다. 친구들은 누구의 소원을 어떻게 빌어주었을까? 이 퍼즐을 맞추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

이 홈쇼핑의 상품들과 함께 계절이 흘러가고, 이야기가 흘러가며, 찬이와 산골의 친구들은 성장한다. 겨울이 오고 도토리가 귀해지며 홈쇼핑 채널은 더이상 잡히지 않는다. 이야기가 끝날 때가 된 것이지.^^ 마지막으로 홈쇼핑에서 사은품으로 보낸 여의주 사탕이 도착한다. "여의주의 힘찬 기운을 듬뿍 녹여 사탕에 담았습니다. 여의주 사탕 드시고 힘찬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찬이는 엄마가 할아버지께 보낸 택배의 주소를 추적하여 서울의 낯선 동네 작은 방에서 고단한 일상을 살고 있는 엄마 아빠를 먼발치에서 보고 온다. 여의주 사탕은 곤히 잠든 아빠의 입 속에.... 상황이 썩 나아지진 않은 것을 알 수 있지만,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한 것도 알 수 있다. 산골의 겨울까지 지내고, 찬이는 기다리던 엄마 품으로 돌아간다. 그건 또 아픈 이별이기도 했다. 세상사가 그런 것이지.

이별 파티에 찬이 엄마가 잔뜩 준비해 온 도토리묵 또한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중요한 소재다. 그것은 찬이가 떠난 후 할아버지 집에서의 '뒷이야기'와도 연결된다. 참 세심하게 공을 들인 작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을 들인다고 다 매력적인 작품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한밤중 달빛 식당>에 이은 이 작가 특유의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작가가 풍길 수 있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일까!
꽤 두껍지만 4학년 이상이면 권할 만하다. 이 책이 널리 읽혀지고 아이들에게 건강한 힘과 용기를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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