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선생님과 오싹오싹 귀신 학교 달고나 만화방
남동윤 지음 / 사계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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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윤 작가의 귀신선생님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첫작품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을 읽고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 읽을만한 만화를 만났다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보는 눈은 누구나 비슷한 것인가, 작년에 개정된 3학년 국어 교과서에 들어갔다고 한다. (3학년을 안 맡아서 그 사실을 이번에 알았음^^) 와~~~ 그럼 가을에 있는 우리학교 독서축제 때 강사로 모셔도 되겠다. 우리학교는 해마다 3학년을 대상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하기 때문이다. 이 실무를 함에 있어 학교는 때로 참 갑갑한 곳이다. 구차한 이야기는 생략. 하여간에 성사될지 안될지도 모르면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지만 상상만으로도 설렌다.ㅎㅎ

두번째 <귀신 선생님과 고민해결>에 이어 세번째 나온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이전작들의 인기를 뛰어넘을 듯하다. 하지만 내게는 큰 장벽이 있는 책이었다. 그건 내게 시각정보 인식장애가 있다는 점이다.^^;;; 난 미로책이나 윌리를 찾아라 류의 숨은그림찾기 책이나 매직아이 같은 책들에 매우매우 취약하다. 과학책이나 지도책 같은 정보책들도 적당한 판형에 글과 그림이 적당히 배치되어 있어야지 큰 화면에 여기저기 구석구석 정보가 흩어져 있으면 그걸 인식하는게 매우 힘들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이들은 나랑 달랐다. 그냥 사진을 찍듯이? 쫙 흡수하듯이? 정보를 읽어냈다. 빠르게 파악하진 못하는 아이들도 여기저기 들여다보며 좋아하긴 했다. 이 책도 판형이 좀 큰 편이다. 만화 특유의 칸 분할도 있긴 하지만 펼친화면 가득 들어간 한 컷짜리 장면이 상당히 많다. 거기에 구석구석 들어찬 각종 귀신들, 거기에다 작가가 제시하는 퀴즈 문제들까지.... 아, 시각정보 인식장애 아주머니 눈이 해롱거린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바로 이런 점이 매력이지!!^^ 책정보를 읽어보니 작가는 수많은 놀이책들을 구해서 읽어보고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귀신 학교를 탐험하는 놀이책' 쯤 된다고 할까? 놀이를 표방하니 스토리는 학급의 모든 아이들의 사연이 담긴 전편들에 비해서 살짝 약해진 감이 있지만, 유머는 그대로, 상상력은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4학년 1반의 아이들 중 오싹오싹 귀신학교를 탐험하게 된 아이는 동식이와 소민이 둘이다. 지각해서 뛰어가던 지각대장 귀신과 부딪힌 아이들은 지각대장과 함께 귀신학교로 가는 길에 발을 디딘다. 지각대장의 반은 15학년 2반. 귀신학교답게 길이 너무 험난하고 멀어 찾아가기도 힘들다. 택시를 부르자 등장한 건 저승사자가 모는 배.(배와 저승사자 모두 '사자'의 형상ㅎ) 이 '택시'는 좁고 험난한 물길을 헤치며 귀신과 아이들을 싣고 교실을 찾아간다.

배 안에서 소개한 오싹오싹 귀신학교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분노 귀신을 포함한 모든 귀신을 차별없이 받고 있어. 그것이야말로 학교의 진정한 역할이라 생각하시는 교장선생님의 뜻 때문이야. 분노귀신들을 통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444반을 만들긴 했지만..... 모범 귀신만 받는 다른 귀신학교와 비교하면 우리 학교는 분노귀신이 무서워서 입학을 꺼리는 귀신들이 많아. 그래서 나도 손님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

말하자면 귀신학교의 대안학교 쯤 되는 셈인가... 그래서인지 곳곳에 복병들이 숨어있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다 일행은 그 무서운 444반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심술을 부리는 그들과 맞서 싸울수록 그들은 더욱 커지고 강해질 뿐이었다. 그때 지각대장이 그들을 안아주었다. 너희를 미워하지 않는다며, 너희를 이해한다며.... 그러자 그들의 기세와 표정이 달라졌다. 교장샘은 떨어져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계셨다. 그리고 444반의 폐지를 선포하셨다.

이 장면을 읽는 내 마음은 좀 복잡했다. 이상적으로는 작가의 시각이 백번 옳다. 그러나 그 해결은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물론 한권의 만화에서 그 과정을 표현할 수는 없었으리라.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이 시리즈 10권까지 내는게 목표라고 하셨는데, 그 중의 한 권에서는 그 지난한 과정을 그려 주시려나? 창가에 붙어 울먹거리며 "그냥 도... 도망가요" 하시던 담임선생님은 아무 것도 안하셨을까? 제 분에 못이겨 주먹으로 창문을 깨고 피를 흘리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복도에 흩어진 유리조각을 쓸고 또 쓸다 어두워져 퇴근하던 내 마음을 읽어준 사람은 있었을까? 어두운 퇴근길에서 약 잘 챙겨 먹으라며 전화하던 내가 그 아이를 안아주지 않았을까? 잠시 복잡한 심경에 빠졌다. 하지만 원론은 동의한다. 격리와 처벌은 절대 능사는 아니다.
(또한 귀신학교가 학교라고 현실의 학교에 바로 줄긋기는 오버일 수도 있겠다. 사회의 문제로 크게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스포1-어차피 리뷰 전체가 스포지만 공개하면 안될 거 같은 스포) 귀신 선생님은 언제 나오시는 건가? 했는데 마지막 이야기에서 드디어 나온다. 그것도 귀신들의 우상으로.... 하지만 선생님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아이들! 그녀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스포2) 선생님 손에 이끌려 간신히 이승으로 돌아온 동식이가 집에 도착한 밤, 마침 동식이네 집의 제삿날이었다는......^^;;;;

독서 시간에 떠들고 집중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세운 원칙은 '1인 1책'인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예외로 해야 할 것 같다. 퀴즈든 놀이든 혼자 하면 뭔 재민겨. 도서실에 이 책이 좀 여러 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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