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도서관 탐험할래? 라임 그림 동화 20
나탈리 다르장 지음, 야니크 토메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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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중요하다. 학습의 기본이며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며 공감의 매개이기도 하다. 독서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중요한 감각 하나를 평생 막아놓고 사는 것과도 같다..... 뭐 이런 식으로 책읽기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오늘도 아이들의 독서능력을 키워주고 싶어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는 것일게다. 하지만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초대하고 빠뜨리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호불호의 개인차는 엄연히 존재하고, 불호의 취향도 꼭 나무랄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목에 '도서관'이 들어가는 이 책은 책을 무지무지 싫어하는 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책을 게걸스럽게 읽는 마틸다 누나와는 반대로 톰은 휴대폰이나 게임기만 붙잡고 살 뿐 책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근데 그건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여서 딱히 문제될 거 없이 지내왔다.

하지만 집에 이모가 다녀간 후, 이 일은 심각해졌다. 이모가 "책 읽는 걸 싫어하는 아이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갔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이 그러듯이 톰의 엄마 아빠는 갑자기 책을 왕창 사다 안기고, 감시하고, 게임기를 압수한다. 그럴수록 톰은 책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진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부모의 압력과는 다른 또래 친구들의 상호작용에 있다. 톰은 속상한 마음을 친구들에게 얘기하는데 친구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해준다. 톰과 비슷한 친구도, 전혀 다른 친구도 있지만 함께 해법을 찾는다. '어릴땐 책을 싫어했지만 중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마르졸렌 누나를 만나러 간 것이다. 누나는 지금 책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누나의 비유가 특이하다. "책읽기가 뽀뽀랑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해." 말하자면 일단 눈을 뜨게 되면 빠져든다는... 아놔 애들한테 비유가 좀 민망한거 아니야?.....^^;;; 하여간에 시기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매력을 알게 되면 몰입하게 된다는 누나의 경험담이었다. 그리고 누나는 톰에게 아주 근사한 곳을 소개해 주겠다고 데려간다. 그곳이 바로 제목인 '도서관'!

나머지 이야기는 톰이 도서관을 이곳저곳 '탐험'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다. 억지스럽거나 강요하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책의 매력에 눈뜨는 과정을 잘 나타냈다. <책읽기를 설득하는 책들>목록에 넣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우리나라 책으로 최은옥 님의 '책읽는 강아지 몽몽'이나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같은 책들과 함께. (이 책의 작가는 프랑스 사람이다.)

부모나 교사가 취할 시사점도 많다. 독서에 대해서 강요도 방임도 모두 적절치 않다. 강요했을 때의 문제점은 이책 초반 톰의 모습에서 볼 수 있고, 어떤 이끌어줌이나 자극 없이 그냥 지켜만 봤을 때의 아쉬움은 과거에 많이 느껴본 바다. 아이들은 스스로 껍질을 벗고 나오기도 하지만 적절한 인도와 자극이 있을 때 훨씬 잘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도서관 사서선생님이 하신 "가만히 생각해보면 책읽기는 달리기하고 참 비슷해요. 연습을 하면 할 수록 힘이 덜 들거든요." 라는 말씀처럼 도전하고 성취하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래서 교사들은 현장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내가 깨달은 지점은 함께 읽기와 공감하기, 내 이야기 하기, 표현하기와 공유하기, 연결하기 등이다. 이를 위한 방법은 교사마다 다를 것이며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나 교사가 먼저 아이들 책을 마음으로 다가올 정도로 읽어야 가능한 일이니, 보이지 않게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 품을 나는 '진정성'이라 표현하겠다. 어려울 건 없지만 쉬운 일도 아니라고 주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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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웅진책마을 96
송언 지음, 허지영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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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서관행사를 앞두고 했던 설문에서 '아이들이 만나고 싶은 작가' 1위를 차지했던 송언 선생님. 털보 선생님과 꾸러기를 다룬 작품들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인기다. 그건 주로 실제 모델을 두고 쓴 이야기들이다. 털보 선생님은 당연히 작가 자신이고 선생님과 함께 했던 많은 제자들이 등장인물들로 살아났다. 하지만 선생님은 퇴직하셨고, 이젠 다른 유형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예상했다. 왜냐하면 그런 작품들은 현장감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쓰시기도 했고. 내 예상이 적중한 건지 요즘 나오는 작품들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특히 이번 책은 완전히 새롭다. 반가웠다.

제목을 보고는 창작 옛이야기책인가 했는데 우화집이었다. 우화라니 재미있는 시도다. 작년에 4학년 아이들과 이야기 만들기 수업을 하면서 처음 도전한 장르가 우화였다. 로이스 로리의 '구니 버드' 시리즈를 읽고 시도하게 되었던 것인데 우화는 아이들과 다루기에 적당한 장점이 있었다.
1)의인화한 동식물이나 사물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 아이들은 주로 동물 주인공을 선호함
2)교훈을 주는 주제를 담기 때문에 인과관계와 내용의 건전성(?)이 보장된다 - 그러지 않으면 허무맹랑 엽기 퇴폐 등 온갖 눈살 찌푸려지는 내용들이 도배되어 애써 수업하고 기분 망치기 일쑤다.

이 책이 그때 나왔다면 읽어주고 수업했을 것 같다. 이솝우화 같이 오래 전승되어 온 우화와 현대의 작가가 쓴 우화를 비교하며 들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목차가 독자 대상별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친구가 필요한 아이에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먼저 정하게 하고 그에 맞추어 스토리를 짓게 했다. 독자 대상을 정하게 하고 스토리를 짓는 방법도 이 책을 읽어준다면 가능한 시도일 것 같다.

작가가 정한 독자 대상에 따라 제목을 '초대장'이라 지은 것도 뭔가 감동적이다. 각 초대장마다 두 편씩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1. 첫번째 초대장 :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노는 것, 특히 여럿이 어울려 노는 것의 가치를 귀하게 보는 내용들이다. 특히 두번째 이야기 [참새네 학교]에서는 참새 영감 선생님이 "짹짹"만 가르치고는 나가서 놀라고 한다. 사람들은 왜 날마다 공부, 공부 하는 걸까요? 라고 어린 참새가 묻자 참새 영감이 대답한다.
"어리석은 것들이라 그렇단다. 더 배울 필요가 없는데 더 배우려고 덤비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지. 자기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 배워도 되건마는 도대체 왜들 그 난리법석을 떨어 대는지 당최 알 수가 없구나."
잘못 들으면 평생 배움의 필요성을, 공교육의 의미를 부정하는 말 같아서 헉! 스럽기는 한데,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학력 인플레에 빠진 한국 사회를 너무나 잘 꼬집은 말이다. 우화의 역할인 풍자를 가장 잘 살린 작품이라 하겠다. 이어진 참새영감의 말이 더욱 잘 보여준다.
"그놈의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구나. 남보다 으스대고 거들먹거리면서 살고 싶은 욕심 말이다. 한세상 살고 나서 저승으로 떠날때가 되면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란 걸 알게 될 터이지만 그때는 이미 때가 늦은 걸 어쩌겠느냐."
그렇다. 공부가 무슨 죄가 있으리. 욕심 때문에 하는 공부. 그게 세상을 더 망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지 않았는가. 심지어는 교실 안에서도 본다. 공부 잘하는 헛똑똑이를. 과거에 그랬던 아이들이 지금 어른이 되어 만들어가는 숨막히는 세상을 보며 절망한다. 아주 강력한 우화다. 선생의 한 사람으로 가슴이 철렁했다.ㅠ

2. 두번째 초대장 : 친구가 필요한 아이에게
이중 [원숭이의 세 친구]에는 약간 이의가 있다. 아버지가 아들 친구들의 우정을 시험해보기 위해 아들이 실수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거짓말을 하고 파묻는 걸 도와달라고 하는데, 한 친구는 안된다며 가버렸고 두 친구는 걱정하면서도 따라나섰다. 아버지는 두 친구의 우정을 칭송했다. 나의 기분이 쎄해지는 순간, 처음에 가버렸던 한 친구의 우정도 칭송하고 끝나서 그나마 좀 낫기는 했다. 이 이야기는 조금 위험한 교훈을 담았다고 본다. 악행에 가담하는 건 우정이 아니다. 이 이야기만은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이어진 [여우 씨와 튤립나무]는 참 따뜻한 우정을 담은 이야기였다.

3. 세번째 초대장 : 가족을 아끼는 아이에게
이 장은 눈물겹다. 가족의 달이나 가족 주제의 수업 때 읽어주어도 좋겠다. [북극곰과 늑대]에선 자식을 지키는 모정을, [마지막 소원]에선 부모가 버리고 간 아이를 대신 키운 할머니의 사랑을 그렸다. 찡하고 눈물이....ㅠ 부정, 모정은 본능인 줄 알았는데 요즘의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 아닌 것 같다. 부모라고 자식 사랑을 기본적으로 갖춘 것이 아니다. 그런 세상에서 이런 이야기는 정말 눈물겨웠다.

4. 네번째 초대장 :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에게
'이건 이래서 그렇단다' 류의 이야기로, 나팔꽃이 메꽃보다 나중에 피는 이유, 매미가 찢어지게 울어대는 이유를 담았다. 납득(?)과는 별개로 재미있었다.^^

5. 다섯번째 초대장 :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에게
아이들이 가장 선호할 장이라고 생각된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화나 패러디 되는데, 이 책에선 [으뜸 거북이와 멍청한 토끼]라는 제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왜 토끼는 번번이 지는걸까? 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 재미나다.
[긴 꼬리 원숭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 이야기가 전체 작품 중 가장 난해해 보였다. 코끼리의 뱃속은 뭘 비유한 걸까? 혹시 나를 향한 화살이 아닌가 자꾸 돌아보는 걸 보니 뭔가 찔리는 게 있나보다.^^;;;;

6. 여섯 번째 초대장 : 새 세상으로 향하는 아이에게
뒤로 갈수록 이야기는 아이들보다도 어른의 가슴을 두드릴 것 같은 이야기였다. 특히 [여우 씨와 모자]에서 굴속에만 처박혀 있다 간만에 세상에 나와보고 초라한 마음에 다시 굴 속에 처박힌 여우에게 나는 너무나 동질감을 느꼈다.
아우 씨, 왜 내 얘기를 하고 그래. 그렇지만 어떡해. 새 세상을 탐색하기에 난 너무 게으르고 용기가 없는걸.... 흑, 슬프다.ㅠ
[너구리와 까치]가 최종작품으로 들어간 것은 참 의미있다고 본다. 세상을 보는 눈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겨우 열흘 꽃피우고 꽃이 진 뒤에 개나리가 세상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너구리와, "이보시오, 너구리 양반. 말을 함부로 지껄이지 마시구려." 하면서 "내 눈에는 온갖 것들이 다 아름답게 보여서 좋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보아도 좋구나!" 하는 까치. 이들의 삶과 주변에 끼치는 영향은 어떻게 다를까? 나는 어떤 쪽에 속할까?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현장에서 물러나며 송언 선생님의 털보선생님 이야기는 이제 막을 내렸는지도 모르지만(아닐수도^^) 뒤이어 이런 작품들을 펴내시는 것에 "아직 죽지 않았어!" 같은 든든함을 느낀다. 이야기주머니와 필력을 가진 작가는 어디에 있어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시는구나! 덕분에 재밌는 이야기를 읽었고 여러가지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언제 써먹을지는 알 수 없지만.^^;;; 몇년 전 우리학교 작가와의 만남 때 먼발치서 잠깐 뵙긴 했지만 이 책을 쓰신 이야기를 작가와의 만남으로 들어보면 참 재미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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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 지내겠지? 창비아동문고 304
김기정 지음, 백햄 그림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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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작가님은 왜 이런 작품을 쓰셨을까? 이 작품은 작가님이 생각하는 '동화'의 범주에 드는 작품일까?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동화는 아니라도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으셨나보다고 생각해본다. 가슴아프지만, 아니 가슴아파서 해야 할 이야기들. 가버린 이들을 기억하는 이야기들.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니 죽은 이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유롭게 생각해도 될 것이다. 그가 이곳을 못잊어 때가 되면 찾아온다고 생각하든, 돌아와 이승의 사람이 차려주는 따뜻한 밥 한 끼에 위로를 받고 돌아가든. 생각하는 사람 마음일 것이다.

근데 이 책은 누구에겐가는 위로와 힘이 될까? 난 모르겠다. 내게는 그저 가장 크게 슬픔과 공포와 외로움과 먹먹함을 극대화시켰다는 느낌만 든다. 굳이 왜 그러셨을까? 세월호 아이들을 이렇게 기억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유가족이라면 아름답게 느끼거나 위로받지 못했을 것 같다. 환상적이거나 기묘한 분위기 모두 슬픔과 고통의 느낌을 더욱 자극한다. 나는 그게 싫다.ㅠㅠ

하지만 고통일지라도 일어난 일은 인정하는 것, 그리고 가야 할 사람은 보내주는 것, 그리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살아가는 것. 5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다.

김기정 님의 재미와 웃음으로 가득한 이야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모두 좋아하지만 이 책에는 적응이 잘 안 된다. 다른 독자들은 나 같지는 않은 것 같으니 다행. 이 작품은 그냥 나만 읽고 패스. 나쁘진 않지만 아이들과 읽고싶진 않다. 그럴 때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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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10번 타자 웅진책마을 95
문은아 지음, 정현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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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권의 야구동화. 재미있게 읽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 썬더스 대 드래건스의 경기 1회부터 9회까지의 전 과정을 다루었다. 하지만 양팀의 선수들 중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은 바로 '10번 타자'이기 때문이다. 야구의 10번 타자는 관중이라고 한다. 납득이 되는 말이다. 관중 없는 야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 경기를 보러 잠실야구장에 온 관중들이다. 1회부터 9회까지 각기 다른 주인공들이 나온다. 모두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열렬한 야구 사랑이다.

난 소싯적(초,중학교때) 야구 광팬이었다는 자랑이 무색하게도 야구장에서 관람을 해본 적이 없다. 더구나 나이들어서는 야구 자체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버렸기 때문에 요즘의 야구 관람 문화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가끔 우리집 아이들이 야구복과 모자를 챙겨 집을 나서는 날, 좋아하는 팀이 잠실에 오는 날이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요즘의 야구장은 야구만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야구장에서 먹는 치킨이 제일 맛있다나. 응원전도 빼놓을 수 없고. 종합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인 것 같다. 작가 역시 야구 광팬이며 이러한 야구 관람 문화에 아주 익숙하신 분 같다. 완전 디테일이 살아있다.^^

1회 출연 주인공은 유소년팀 주전을 노리는 민구와 남영이. 경기를 보며 주고받는 말들 속에 그들의 라이벌의식과 서로에 대한 불편함이 드러나지만, 오해가 해소되고 생각이 더 유연하게 깊어지기도 한다.
2회에 나오는 10번타자는 엄마와 딸. 이혼 후 외국으로 떠나버린 엄마와의 오랜만의 재회는 어색하고 대화는 겉돌기만 하는데.... 거기서 딸은 야구를 하겠다는 꿈을 밝힌다. 다시 헤어져야 하는 모녀는 남은 시간동안 함께 캐치볼을 하기로 약속한다.

3회 등장인물은 티격태격 형제를 포함한 열혈 야구 가족. 4회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뭉친 부녀. 5회는 1인1닭 가족.(저절로 치킨이 먹고 싶어짐) 6회에선 야구장의 꽃 치어리더들의 활약을 볼수 있다.

7회에선 야구장의 키스타임이 나오는데 이런 것도 있었나? 몰랐던 사실이지만, 성인들이야 뭘 하든 뭐 어떠랴. 그래도 초딩 대상의 동화책에 이런 내용이 적절한가? 난 아니라고 본다. 가뜩이나 미성숙한 정신세계에 몸만 앞서나가서 걱정걱정인데 뭘 동화까지 부추기냐고. 이 장 때문에 난 이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거나 함께 읽지 않을 것 같다. 읽는 아이를 말리지까진 않겠지만.

8회에는 일명 '야구원정대' 세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돈도 없고 시간만 많은 아이들은 동네서 야구중계를 듣다가 즉흥적으로 야구장을 향한다. 8회부터는 공짜 입장이라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옛날 말이라고 한다. 결국 입장하지 못했고 조명탑 아래에서 기분만 내고 있지만, 그들에게 뜻밖의 행운이 닥친다. (뒤지고 있던 드래건스가 장외홈런을.....^^;;;) 개인적으로 이 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9회에선 선수와 아주 밀접한 이가 주인공이다. 아니 선수도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2군이던 승철이와 그의 가족. 승철이는 9회 말에 대타로 1군에 데뷔했다. 그 장면을 애태우며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가끔 재밌게 듣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노래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하하 웃었다. 결과는 노래처럼 되었을까?
"9회말 주자만루 투아웃 투쓰리 풀카운트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온거야"
오랜만에 이 노래를 다시 들어봐야겠다.ㅎㅎ

경기가 끝나도 남은 것이 있다. 마지막 10장엔 선수들을 보려고 기다리는 10번 타자들이 있다. 앞장의 주인공들이 골고루 나온다. 재미있게 신나게 뭔가 벅차게 희망을 주는듯 이야기는 끝난다. 아~ 승리를 위해 외쳐본 적이, 목표를 향해 뛰던 일이 그 언제였던가? 내 인생에 그런 때가 있었던가? 아들 딸을 따라서 야구장에 한 번 가보면 그 감정을 되살릴 수 있으려나? 그래봐야 뭐하겠어. 이나이에 이기고 지면 뭐하겠다고.ㅎㅎㅎ 하지만 오랜만에 젖어본 야구의 추억은 유쾌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 이상 반드시 웃을 장면이 나올 것이다. 비슷한 컨셉의 청소년소설이 나와도 재미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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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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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복면가왕에 10cm의 권정열 씨가 나와서 불렀다는 'Who are you'를 들었다. "너무 잘 부른다"고 딸이 감탄해서 들어봤는데 '도깨비'라는 드라마의 ost라고 한다. 난 그 드라마를 못 봤다. 그런 내용과는 세계관이 전혀 다르다. 근데 왠지 가사에 찡했다.
"내가 꼭 찾아볼게.
내가 널 알아볼게.
니가 있는 곳 어디든
모습이 어떻든
꼭 알아볼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그냥 소멸이 아닌 재회의 약속이길 원하는 것은 어떤 세계관을 가졌든 동일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물리학을 들고 나왔다. 이른바 '평행우주이론'

학교 다닐 때도 이과 쪽 과목에 약했고 졸업 후에도 물리학 쪽으론 담쌓고 살아왔기에 내게는 생소한 분야였다. 한편으로는 놀랍고 부러웠다. 동화를 쓰는 일이 생활 중의 감성으로도, 때로는 치열한 취재로도 이루어지지만 이처럼 작가의 관심사와 지식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은 또 새롭게 느껴졌다.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롭고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근원적인 아픔과 외로움, 이별과 만남, 슬픔과 희망을 다루었다는 점이 참 놀라웠다.

작가가 의도한 바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과학이 우주의 현상을 밝히는 학문임과 동시에 불확실성과 불가사의함을 알려주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했다. 도저히 알 수 없음. 포기. 인간의 한계. 이것을 과학이 인정한다는 생각도.

이 책의 무대는 월드아파트 101동이다. 여기엔 어릴적부터 함께 자라온 13살 친구 3명이 있다. 그중 지수. 3년 전 여행지에서 부모님과 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삼촌과 둘이서 산다. 중간에 몇년 외국살이를 하다 와서 학급에서 관계맺기 어려워하는 민아, 그리고 오디션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절대음감 가수지망생 희찬이가 있다. 이들은 공통 관심사도 없고 취미도 특기도 다 다른데 늘 함께다. 그런게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냥 인정해주고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함께가는 것.

지수의 고통을 어찌 짐작하랴. 삼촌의 눈물어린 사랑도 친구들의 우정도 있지만 때로 몸에까지 침투하는 마음의 아픔을 어쩌지는 못한다. 그럴수록 지수는 물리학이라는 관심사에 더욱 집착한다. 폐소공포증으로 엘리베이터를 못타는 지수는 20층까지 매일 걸어다니다 7층 할머니의 집에 즉석 초대를 받고 단번에 친구가 된다. 할머니 집엔 물리학 책이 가득했고 말과 눈빛이 통했다. 그들은 설명하기 어려운 서로의 아픔과 그리움을 그저 같이 느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세 친구들은 서로 다른 목적과 전제로 사건을 추리한다. 이 책은 추리과정도 꽤 긴박하다. 그러나 범인이나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일반적인 추리물과는 다르다. 할머니는 자취를 감추었다. 수사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할머니는 어디선가 지수와 통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지수가 믿는대로일 것이다. 독자가 믿는대로이기도 할 것이다.

할머니가 남긴 단서를 푸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모스부호까지 등장. 작가의 박식함과 그걸 치밀하게 연결해가는 방식에 감탄했다. 중간에 계단 비상등을 통한 연결자 할아버지가 등장한 장면에서 살짝 깨는 느낌이 있었지만 만유인력, 양자역학, 카오스, 파동의 효과 등 여러 물리학 이론들을 각 장의 제목으로 내용과 긴밀하게 엮어낸 구성은 대단하다 여겨졌다.

나도 과학에 관심을 좀 가졌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과학자는 겸손해진다고 했다. 광대한 우주와 그 운영, 그 너머를 누가 알 수 있을까? 나는 그 질서를 주관하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 평행우주이론도 밝힐 수는 없지만 가능성의 하나일 것이다. 인간의 이성으로 짐작하는 차원에는 한계가 있다. C.S.루이스가 나니아 연대기의 '마지막 전투'의 마지막 장에서 말했듯이 "나로서는 글로 표현할 수 없다." "새로운 장이 이전 장보다 위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상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작가는 이런 주제를 말하려 한 것 같지는 않지만 독자는 각자 자신의 생각을 다른 각도로 펼쳐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좋은 책일수록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수가 우주 너머 그리운 이들의 존재를 기억하며 잘 자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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