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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10번 타자 ㅣ 웅진책마을 95
문은아 지음, 정현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평점 :
또 한 권의 야구동화. 재미있게 읽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 썬더스 대 드래건스의 경기 1회부터 9회까지의 전 과정을 다루었다. 하지만 양팀의 선수들 중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은 바로 '10번 타자'이기 때문이다. 야구의 10번 타자는 관중이라고 한다. 납득이 되는 말이다. 관중 없는 야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 경기를 보러 잠실야구장에 온 관중들이다. 1회부터 9회까지 각기 다른 주인공들이 나온다. 모두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열렬한 야구 사랑이다.
난 소싯적(초,중학교때) 야구 광팬이었다는 자랑이 무색하게도 야구장에서 관람을 해본 적이 없다. 더구나 나이들어서는 야구 자체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버렸기 때문에 요즘의 야구 관람 문화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가끔 우리집 아이들이 야구복과 모자를 챙겨 집을 나서는 날, 좋아하는 팀이 잠실에 오는 날이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요즘의 야구장은 야구만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야구장에서 먹는 치킨이 제일 맛있다나. 응원전도 빼놓을 수 없고. 종합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인 것 같다. 작가 역시 야구 광팬이며 이러한 야구 관람 문화에 아주 익숙하신 분 같다. 완전 디테일이 살아있다.^^
1회 출연 주인공은 유소년팀 주전을 노리는 민구와 남영이. 경기를 보며 주고받는 말들 속에 그들의 라이벌의식과 서로에 대한 불편함이 드러나지만, 오해가 해소되고 생각이 더 유연하게 깊어지기도 한다.
2회에 나오는 10번타자는 엄마와 딸. 이혼 후 외국으로 떠나버린 엄마와의 오랜만의 재회는 어색하고 대화는 겉돌기만 하는데.... 거기서 딸은 야구를 하겠다는 꿈을 밝힌다. 다시 헤어져야 하는 모녀는 남은 시간동안 함께 캐치볼을 하기로 약속한다.
3회 등장인물은 티격태격 형제를 포함한 열혈 야구 가족. 4회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뭉친 부녀. 5회는 1인1닭 가족.(저절로 치킨이 먹고 싶어짐) 6회에선 야구장의 꽃 치어리더들의 활약을 볼수 있다.
7회에선 야구장의 키스타임이 나오는데 이런 것도 있었나? 몰랐던 사실이지만, 성인들이야 뭘 하든 뭐 어떠랴. 그래도 초딩 대상의 동화책에 이런 내용이 적절한가? 난 아니라고 본다. 가뜩이나 미성숙한 정신세계에 몸만 앞서나가서 걱정걱정인데 뭘 동화까지 부추기냐고. 이 장 때문에 난 이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거나 함께 읽지 않을 것 같다. 읽는 아이를 말리지까진 않겠지만.
8회에는 일명 '야구원정대' 세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돈도 없고 시간만 많은 아이들은 동네서 야구중계를 듣다가 즉흥적으로 야구장을 향한다. 8회부터는 공짜 입장이라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옛날 말이라고 한다. 결국 입장하지 못했고 조명탑 아래에서 기분만 내고 있지만, 그들에게 뜻밖의 행운이 닥친다. (뒤지고 있던 드래건스가 장외홈런을.....^^;;;) 개인적으로 이 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9회에선 선수와 아주 밀접한 이가 주인공이다. 아니 선수도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2군이던 승철이와 그의 가족. 승철이는 9회 말에 대타로 1군에 데뷔했다. 그 장면을 애태우며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가끔 재밌게 듣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노래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하하 웃었다. 결과는 노래처럼 되었을까?
"9회말 주자만루 투아웃 투쓰리 풀카운트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온거야"
오랜만에 이 노래를 다시 들어봐야겠다.ㅎㅎ
경기가 끝나도 남은 것이 있다. 마지막 10장엔 선수들을 보려고 기다리는 10번 타자들이 있다. 앞장의 주인공들이 골고루 나온다. 재미있게 신나게 뭔가 벅차게 희망을 주는듯 이야기는 끝난다. 아~ 승리를 위해 외쳐본 적이, 목표를 향해 뛰던 일이 그 언제였던가? 내 인생에 그런 때가 있었던가? 아들 딸을 따라서 야구장에 한 번 가보면 그 감정을 되살릴 수 있으려나? 그래봐야 뭐하겠어. 이나이에 이기고 지면 뭐하겠다고.ㅎㅎㅎ 하지만 오랜만에 젖어본 야구의 추억은 유쾌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 이상 반드시 웃을 장면이 나올 것이다. 비슷한 컨셉의 청소년소설이 나와도 재미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