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온다, 나노봇 와이즈만 미래과학 2
김성화.권수진 지음, 김영수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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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 콤비 저자의 책을 접한지 15년이 넘었다. <과학자와 놀자>가 시작이었다. 그때 어린이 비문학 도서들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지고 있구나 하고 놀랐다. 그 책은 15년이 넘게 지난 지금 봐도 내용이나 디자인이나 모두 처지지 않는다. 이후로도 두 분은 과학, 수학 방면에서 다양한 어린이책을 썼다. 모두 공저로. 아주아주 부럽다. 평생 작업을 같이하는 소울메이트가 있다는 점. 또 자신이 공부한 것을 이렇게 글로 풀어낼 역량과 기회가 있다는 점. 난 평생 내 안에 이야기가 고여 본 적이 없어서 창작은 생각도 못하지만 내가 가진 지식을 아이들 눈높이로 써내는 작업은 해보고 싶다. 근데 뭐 딱히 가진 지식이 있어야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같은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한 두 친구가 다양한 어린이 과학책을 쓰며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게 참 좋아보인다.

뿐만아니라 이분들의 책은 아주 재밌기조차 하다. 주로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을 잘해줄 뿐만 아니라 문장들이 감각적이기까지 해서 정보책 특유의 딱딱함과 지루함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웃기는 캐릭터가 나와 좌충우돌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문장만으로 충분히 그렇다.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가장 쉽게 설명하는 미래과학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원자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있다. 그런데 그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원자들은 총 92개. 원소기호를 보니 주기율표를 외우던 고1 화학시간이 기억났다. 머리 잘 돌아갈 때 열심히 좀 외워둘 걸.... 거의 다 까먹었다.^^;;;

원자가 결합하여 분자가 된다. 분자들이 이렇게저렇게 모여 세상 모든 것들을 이룬다. 놀라운 것은 배열만 다를 뿐이지 이루고 있는 원자는 다 거기서거기라는 것. 자연은 이것들을 조립하여 무수한 물질과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과학자들의 연구로 긴 세월에 걸쳐 인간은 이런 원리를 파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한다. 인간이 이것을 할 수는 없을까?

문제는 분자의 크기가 너무나 작다는 것이다. 표현하기 어려운 이 작은 크기의 단위에 우리는 '나노'를 붙인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나노봇'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드디어 이 책의 제목인 '나노봇'이야기가 나왔다. 좀더 실감나게 표현하면 '분자 조립 기계'가 되겠다. 이어서 매우 중요한 원자인 탄소의 이야기로 들어가서 버키볼, 그래핀을 설명하는데 내겐 생소한 내용이었다.(이처럼 어린이책에도 내가 모르는 내용이 많다) 이어서 미래과학책에서 많이 본 '탄소나노튜브'가 나온다. 이게 가능해지면 우주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다고? 헉, 상상력이 부족해서인가, 난 실감이 안 나는데.....

유사 이래로 과학은 이전 세대에서 상상만 하던 것을 현실로 이루어냈으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상상하고 있는(나는 아직 잘 못하고 있는...;;;) 나노봇도 어느새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건 인류의 복일까, 재앙일까?

이 책에선 좋은소식, 나쁜소식이란 소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나쁜소식'은 얼마나 끔찍한지 '그레이 구 시나리오'라 불린다. 나의 부정적인 성향은 아무래도 이쪽으로 기우는데.... '좋은소식'을 봐도 그게 그렇게 좋은 소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껏 인간이 한 짓 치고 그리 잘한 짓을 못봐서 자연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국으로 가만있는게 가장 잘하는 짓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옛날보다 지금이 살기 좋은 건 사실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되겠지 뭐. 어쨌든 궁금하긴 하다. 다음 세대의 세상이 어떠할지. 이 책은 여러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해주는 좋은 정보책이다. 가렵게 해주고 긁어준달까? 아주 시원함. 무엇보다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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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멸종 동물 도감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마루야마 다카시 지음, 사토 마사노리 외 그림, 곽범신 옮김,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외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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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쪽 이론에 약한 내겐 초등고학년 대상의 과학책이 딱이다. 어려운 책은 새삼스럽게 골아프고 이정도가 나한테는 적당하다. 그런데 내가 여러번 말한 바 있지만 초딩책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다 아는 내용일 거라고 속단하지도 말고. 내가 몰랐던 내용들도 많고, 신선한 정보도 많다.(저만 그렇다면 죄송해요.^^;;;) 몇년전에 과학전담을 1년 했었는데 아이들 과학책을 보면서 그림도 스캔하고 내용도 참고해서 수업자료 만드는게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아~ 그때가 그립다. 오랜만에 다시 과학책을 집어들었다.

그림으로 가득차 있고 설명은 얼마 되지 않는 이 책도 내게는 꽤 재미있었고 몰랐던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구성만 봐도 흥미진진해서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일단 해당 동물이 큰 그림으로 나오고 그 동물이 '자기소개'를 한다. (물론 자신들이 멸종한 이유를 중심으로) 그외 기본정보와 해설이 간단하게 나오고 오른쪽 하단에 연대표가 있어 그 동물의 서식연대를 표시해준다. 이런 식으로 펼친화면 두 쪽에 한 종류씩의 멸종동물이 소개되어 있다.

멸종이라 하면 아주 슬프고 인간의 무분별함과 이기심이 불러온 참극이라는 인식이 있다. 물론 그런 면도 많지만, 이 책의 '멸종이유 베스트 3'에서 3위를 차지할 뿐이며 비율도 낮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지구 때문에' 라고 한다. 즉 피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었던 자연의 힘 때문이었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 인간 요인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 원인을 간과해서는 물론 안될 것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서술은 심각하지 않고 익살스럽다. 동물들의 자기소개는 동물 특징에 맞추어 말투도 제각각 다르다. 번역서이니 그 익살을 느끼게 번역한 역자의 능력도 높이 사야할 듯.

목차구성도 웃기다.
1. 방심해서 멸종
2. 해도 너무해서 멸종
3. 솜씨가 영 꽝이라서 멸종
4. 운이 나빠서 멸종
5. 멸종할 것 같았지만 멸종하지 않은 동물

[1.방심해서 멸종]에서 알고 있었던 건 도도새 정도... 이 장에선 주로 천적이 없어 적에 대한 대처없이 편히 살아가던 동물들이 뜻하지 않던 일로 몰살된 경우다. 도도새 외에 스텔러바다소, 스티븐스섬 굴뚝새, 자이언트 모아 등등.
[2.해도 너무해서 멸종] 이 장에서는 처음 보는 동물들이 너무 많았다. 턱이 지나치게 발달했던 플라티벨로돈, 뿔이 지나치게 컸던 큰뿔사슴, 너무 덩치가 컸던 뱀 티타노보아 등등이다.
[3.솜씨가 영 꽝이라서 멸종] 뭔가 우수하지 못한 기능 때문에 멸종한 경우다. 메갈로돈이나 자이언트 펭귄 등이 나왔는데 네안데르탈인이 나온 것은 의외였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멸종했다나. 이것도 저자의 상상력이 아닐지.^^
[4.운이 나빠서 멸종] 그나마 이 장에 아는 동물이 가장 많이 나왔다. 티라노사우르스! 운석이 떨어져서...(이때 많은 생물종이 함께 멸종) 매머드, 삼엽충, 스테고사우르스 등.
[5.멸종할 것 같았지만 멸종하지 않은 동물] 오리너구리, 실러캔스, 주머니쥐 등이 살아남은 이유는.... 뭐 본인들이 어째서라기보단 운이 좋아서...? 이 책에 의하면 멸종과 생존에 어떤 법칙이 있진 않다. 그건 지구가 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운명이다...? 인간은 어떨까? 아직까진 번성하고 있다만, 소멸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일까? 막을 방법은 있을까?

이 책을 포함하여 재미있는 과학책들이 무수히 나와있다. 스스로 찾아읽는 아이라면 벌써 상당한 관심과 지식을 갖추었을 것이고, 아직 아니라면 부모나 교사가 가까이 두고 슬쩍 권해 주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에 재밌는게 이렇게 많은데 나만 모르고 지나가면 원통하고 억울하잖아.ㅎㅎ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평생독자,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맘만 먹으면 컨텐츠는 널린 세상이라구~ 건전한 관심과 방향성이 중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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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잡고 갈래? 문지아이들 150
이인호 지음, 윤미숙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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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님의 책 두 권 중 나중에 나온 <팔씨름>을 작년에 먼저 읽었고, 첫 책을 오늘 읽음으로 완독을 한 셈이다. 독자마다 느낌과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분의 작품이 아주 마음에 든다. 가볍지 않지만 한없이 무겁지도 않고, 유머가 있지만 경박하진 않고, 희망적이지만 고민도 있고. 새털같은 가벼움도 극단의 긴장도 싫어하는 나의 성향 때문인가. 이정도가 딱 좋아 라는 느낌.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다. 4편 모두 하나같이 어려운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극적인 상황 반전도 없지만 그 안에서 자생력이 자라는 것을 엿보게되어 안심이 된다고 할까.

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책의 제목을 담은 표제작은 없다. 말하자면 제목은 전체의 주제를 아우르는 셈이다. "우리, 손잡고 갈래?"

[계단]의 주인공 근호는 아빠 공장이 부도가 나서 달동네로 이사했다. 엘리베이터가 일상인 사회에서 '계단'은 내몰린 환경을 대표한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듯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선 거짓말을 밥먹듯 해야한다. 무너져버린 아빠의 모습은 근호를 더 비참하게 한다. 그곳에, 근호네보다 더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집에 나은이가 살고 있다. 느려터진 멍청이로 통하는 나은이에 대한 재발견. 근호네가 찾은 작고 소박한 희망.
(나은이가 내겐 너무 매력적. 실제로 보고싶다. 우리반에 있다면 더욱 좋을듯^^)

[3할 3푼 3리]에서 동주의 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다. 야구에 푹 빠진 평범한 초딩이다. 어느날 앞집에 엄마 친구네가 이사왔다. 그집 아들 승재가 문제다. 공부벌레 책벌레. 말그대로 '엄친아'. 얘 때문에 동주의 팔자좋던 생활도 끝나고 방과후 시간은 학원들로 채워졌다. 승재를 보는 동주의 눈이 티꺼울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지만 동주는 승재의 고통을 보고 말았다. 좁고 깊은 수렁에서 혼자 빠져나오긴 힘든 법이다. 고통의 신음도 잘 지르지 못하다가 곪고 썩은 후에야 폭발하게 된다. 그 직전에 동주를 만난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야구도.
(근데 작가님, 공 10개에서 3개를 치면 3할 아니에요? 3할 3푼 3리는 9개에서 3개를 쳤을 때의 타율이죠. 그게 거슬려서 몰입에 방해되었어요. 가능하면 고쳐주세요.^^;;;)

[내일의 할 일] 남매의 상황이 가장 아프다. 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이야기의 시작이니 말이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살아야 한다. 엄마가 없어도 배는 고프고, 밥이 넘어가고, 그렇게 살아진다. 예전처럼 티격대면서도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끼는 남매. 특히 남동생(서준)이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는 '내일의 할 일'에 나도 미소짓고 하늘에 계신 엄마도 활짝 웃을 듯하다.

마지막 [비밀번호]에서 지환이는 어릴적 입은 화상으로 큰 흉터가 남아있다. 그런게 약점이 되어 외톨이가 된다는게 참 슬프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도 그렇다... 그런 지환이 앞에 불쑥 나타나 친구가 된 현택이.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현택이에겐 미심쩍은 면이 많은데.... 비밀번호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긴장감을 주지만 동시에 가슴이 찡한 애틋함도 준다. 현택이의 상처는, 그럼에도 그 아이가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난 이 책이 딱 좋다고 했지만 그건 어쩌면 비겁한 취향인지도 모른다. 여기까지만 보겠어. 희망이 있는 데까지만. 인간성이 남아있는 데까지만. 다 잃지는 않은 사람들의 모습까지만. 하지만 세상에는 다 잃은 사람도, 갈데까지 간 사람도,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참혹한 일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걸 부정하지는 않으면서 그래도 이런 책을 아이들과 같이 읽고 싶다. 아이들이 환경에 매몰되어 자신을 망가뜨리고 주변을 파괴하면서 행복을 포기하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손잡고 갈래?" 내미는 손도, 잡는 손도 용기가 필요하다. 아니 어느쪽이 먼저랄 것 없이 누구나 내밀고 잡아야 할 것이다. 그게 우리를 살릴 거라고 많은 이들이 힘주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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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혹등고래가 산다 키큰하늘 2
이혜령 지음, 전명진 그림 / 잇츠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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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와 심리묘사가 흥미진진해 한호흡으로 끝까지 읽게 되는 고학년 동화다. 도시 아이들에게는 약간 낯설게 느껴지는 어촌이 배경이고 진한 경상도 사투리에서 타지역 독자는 더욱 이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어딜가나 인간의 갈등은 비슷한가보다. 가족 안의 문제와 어려움. 그리고 친구 사이의 갈등. 그래서 이 책은 재미를 지나 성찰로 나아가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랑 단둘이 사는 도근이는 어릴때 엄마가 돌아가셨고 원양어선을 타고 멀리 나간 아빠를 기다린다. 객관적으로 시기를 받을 환경은 아니건만 찬영이는 도근이를 질투하며 마음의 몸살을 앓는다. 혹등고래를 알려준 아빠를 모험가라 자랑할 때, 누구보다 잠수를 잘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모습을 볼 때 찬영이의 마음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보기싫게 꼬여버린다.

상황적으로는 엄마 아빠가 다 있고, (특히 엄마가 의식주를 살뜰히 챙겨주고) 운동도 잘하는 찬영이가 훨씬 나아보이는데도 찬영이는 질투를 한다. 아, 그런데 이해가 된다는 사실.... 꼬임은 각자 취약한 어디에선가 비롯된다. 그것이 부적 편향을 가져오고 미움과 분노를 낳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심리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열등감과 질투, 그것에 대한 정당화와 포장. 내안에서도 평생 일어나던 작용들이다.

찬영이에게 그 꼬임은 아빠로부터 비롯되었다. 다리를 절고 좁은 구두수선부스가 세계인 아빠. 그런 아빠에 비해 비록 지금 옆에는 없지만 먼 바다를 누빈다는 도근이의 아빠는 너무나 커 보였다. 그래서 찬영이는 엄마가 전해주라는 반찬도 중간에 먹어버리고 미술시간에 물감도 빌려주지 않는 등 못난 짓을 한다. 행동으로만 보면 어찌나 찌질한지. 그러나 깊은 곳 그 꼬임을 따라가보면 마냥 혼낼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찬영이는 그 근원을 감추고(아빠가 부끄러워 그런다는 말을 할 수도 없고 본인도 인정하기 싫은), 나타난 행동은 참 못났고, 그걸 보는 어른은 비난하게 되고, 아이의 행동은 더욱 못나지고 핑계는 다른 곳에서 찾고 대상에 대한 분노는 더욱 깊어지게 된다.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이 이랬겠구나 싶다. 본인이 밝히지 않는 그 근원까지 봐준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만 우리는 비난하지 않으며 원칙을 가르치고 본인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도록 도와주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찬영이의 마음이 누그러진 건 도근이의 불행 앞에서다. 유일한 가족이자 보호자이던 할머니의 병이 깊어지고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찬영이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돌아선다. 아 정말 인간이란 실제로 이렇다. 남의 불행 앞에서 비로소 자신이 가진 것을 깨닫는 존재.... 게다가 돌아온 도근이 아빠와 관련된 엄청난 반전.... 이때 찬영이는 온 힘을 다해 도근이를 구하고 변호한다. 이정도만 해도 기특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열등감을 해소한 후에야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 우리 인간의 솔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되고 상대를 짓밟는 악질도 많으니 이정도에는 박수를 보내주자.

폭포수같은 감정의 분출을 겪었던 도근이도 아빠와의 새 삶을 잘 살아가겠다는 희망을 주며 이 책은 끝난다. 우정도 회복되는 해피엔딩. 적절하다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분위기가 된다면 '찬영이'가 되어보았던 자기고백을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접적인 것이 부담스럽다면 등장인물 되어보기나 등장인물과 대화나누기로 자신 안에 있던 부끄러움을 인식하고 좀 더 멋진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설정하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문학의 가장 큰 의미는 '공감'과 '성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 잘 쓰여진 책이다. 세상에 셀 수 없이 많은 문학이 존재하는데 아직도 더 쓰여져야 하는가? 그렇다. 수많은 인생만큼 수많은 이야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너의 삶도 나의 삶도 모두 이야기다.

그러니까 잘 살자.(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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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티나는 빨간색을 좋아해 샘터어린이문고 57
크리스티나 보글라르 지음, 보흐단 부텐코 그림, 최성은 옮김 / 샘터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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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폴란드 작가의 동화는 처음 읽은 것 같다. 작가 이름도 처음 보는데 폴란드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은 인기 작가라 한다. 이 책은 따끈따끈한 신간이지만 쓰여진 건 거의 50년이나 되었다.(1970년작) 그러니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는 당연히 다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푹 빠져서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독서력과 취향에 좌우될 듯) 국내에 빨리 번역되었다면 나 어릴 때에 읽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만약에 그랬다면 무척 재미있게 읽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이제 나도 늙었는지 세월에 따라 변해 버렸는지 그렇게 몰입해서 읽진 못했다. 그래도 꽤나 매력적인 면들이 많았다.

1. 여름방학을 맞아 '천사마을'이라는 시골 휴양지에 오게된 마렉, 아시아, 찐빵이 삼남매가 처음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돌봐주는 크림 아주머니가 있긴 하지만 아이들의 여름 생활은 거의 자유롭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떨까? 그 널려진 시간을 감당할 수 있을까? TV도 컴퓨터도 휴대폰도 없는데?^^
부모들은, 학원도 없는 이 텅 빈 시공간 속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을까? 돌봄자(이 책에선 크림 아주머니)는 막중한 안전의 책임을 무릅쓰고 아이들을 맡을 수 있을까? 무릎만 까져도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요즘 시대라면?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의 배경은 무척 매력적이다.^^

2. 동화 치고는 꽤 두꺼운 이 책은 단 하룻밤의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다.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클레멘타인'의 실종과 추적. 가장 먼저 뛰어든 마렉 삼남매. 뒤이어 뛰어든 볼렉, 올렉 형제, 경찰인 아빠의 전화를 엿듣고 혼자(개와 함께) 나선 볼렉, 그리고 마을 경찰, 읍내 경찰, 기자 등등 많은 이들의 정보와 단서와 길은 번번히 어긋나기만 하고..... 결국 마지막 장에 가서야 퍼즐이 맞춰지며 모든 상황이 이해된다. 이 상황을 따라가는 독자들의 궁금증과 조바심이 흥미의 관건. (아 그래서 나도 이 책만은 스포를 조심함.ㅎㅎ)

3. 한밤중 숲속 실종. 이 상황에 가장 큰 난관은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우였다. 자연 속에서 밤과 낮이 얼마나 다른지 난 경험해 보았다. 거기다 폭풍우라니!! 그 밤에 내던져진 아이들. 아이구, 뉴스에 나올 일이다. 그 폭풍우 속 묘사가 아주 실감난다. 물론 현실이라면 생명의 위협일테지만 동화라서 그런 느낌은 부각되지 않음.

4. 현실에선 아이들을 위협하는 일 투성이고 모험은 커녕 조금의 방심도 용납이 안되는 게 요즘 세상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모험과 자유와 해방감을 간접경험이라도 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또 이 책을 매일 한 장씩(총 12장) 읽어주면 어떨까도. (스포 금지가 관건이니 책은 나만 갖고 있는다.) 아이들이 다음 장을 궁금해하고 클레멘티나 찾기를 함께 응원한다면 성공일텐데, 어떨지는....^^;;;;

5. 아이들도 따라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작가 보흐단 부텐코의 단순한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다. 이 작가 그림의 특징이며 책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그림작가라 한다. 표지도 빨강, 삽화도 빨강으로만 되어 있어 책의 제목과 내용을 더욱 의미심장하게 만들어준다.

6. 개인적으로 비슷한 시대 같은 유럽의 작가이고 같은 추리적 기법을 사용했지만 린드그렌의 <소년탐정 칼레>처럼 재미있고 몰입되지는 않았다. 내겐 낯선 작가라 그럴수도. 어차피 요즘 아이들에겐 린드그렌이 먹히지 않는다고 슬퍼하던 중이니 이 책으로 도전해 보는 것도.... 아울러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명작들이 많이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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