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마법사 신나는 책읽기 54
허가람 지음, 김이조 그림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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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웅진주니어 문학상과 비룡소 문학상을 연달아 받으며 데뷔한 허가람 작가의 세번째 책이다. 그당시 우리반 아이들과 그 두 권을 모두 읽었다. 내 취향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아주 흡족한 독서를 했다. 왜 더이상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며칠전 드디어 눈에 띄길래 바로 주문했다.

앞의 두 작품도 이 책도 모두 100쪽 미만의 저학년용 동화다. <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는 장편이고, <늑대들이 사는 집>은 늑대 세마리가 돌아가며 대표주인공으로 나오는 3편의 단편이며,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그러니 각편의 길이는 이 책이 가장 짧다.

제목이 <이웃집 마법사>. 혹시 모르잖아? 마법사인지도? 이런 시각으로 우리 이웃들을 바라본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이웃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이 밝히지는 않지만 어쩌면 마법으로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건지도.

8편의 단편에서 4명의 마법사가 등장한다.
물수제비 - 복사가게 아저씨. 특기는 복사마법.
깨금발 - 스카이콩콩 가게 아저씨. 특기는 높이뛰기 마법.
굽은등 - 바나나 가게 아저씨. 특기는 구부리기 마법.
달맞이 - 찻집 아저씨. 특기는 웃기마법
이야기들에서 이 마법사들은 각각 나오기도 하고 함께 나오기도 하며 이웃들을 도와준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책보다 앞에 나온 두 권이 더 맘에 든다. 이번 책의 에피소드들은 <늑대들이 사는 집>보다는 재미와 반전이 덜하고 <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보다 능청과 유머도 덜하다. 그리고 전편들만큼 문장이나 사건이 정선되지도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사소하지만.... 느낌은 중요한거니까. 3편에서 "학원은 망해버렸어" 이런 문장은 직접적으로 안썼으면 좋겠고(난 학원이랑 아무 상관 없는 사람임) 6편에서 교장선생님이 변화하는 과정에 공감이 썩 되지 않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적용된 작가의 시선, 그 발상은 무척이나 맘에 든다. 우리 이웃에 마법사임을 숨기고 사는 평범한 마법사들. 세상에는 말섞기도 무서운 못된 작자들도 꽤 있긴 하지만 고맙고 따뜻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나도 그중의 하나가 된다면 인생이 헛되지 않으리라.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주변을 둘러보며 잘 생각해 볼래요? 마법사는 절대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아요. 여러분이 보기엔 누가 마법사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어떤 마법을 부릴 수 있나요?"
대답도 예상해본다.
"농부 할아버지요. 식물들이 잘 자라는 마법을 부려요."
- 우리학교 청소용역 할아버지는 자원해서 학교 농사를 다 떠맡으셨다. 우리들이 심어놓고 까먹은 농작물들이나 벼농사체험으로 심어놓은 벼, 사철 새로운 꽃들에 물을 주며 알뜰히 가꾸신다. 할아버지 안계셨으면 화단은 엉킨 밀림이 되었을 것. 연세가 많으셔서 곧 퇴직하셔야 된다고 한다.ㅠ 전교생을 아는척하시며 이름을 외우려 노력하신다. 진심은 아이들에게도 통하는듯. 아이들이 할아버질 무척 좋아하고 때론 의지한다.
"학습준비방 선생님이요. 정리마법을 부려요."
- 우리학교에서 안계시면 가장 표나면서도 월급은 제일 조금받는 분이 준비방 선생님이다. 부탁만 드리면 완벽한 준비와 정리. 영리한 일머리와 금손. 이분은 진정한 마법사인지도.

이런 아이디어도 있다. "지금부터는 고백의 시간이에요. 우린 모두 마법사들이잖아요. 아니라구요? 에이~ 우리끼리는 솔직하게 말해요. 어떤 마법을 부릴 수 있는지 알려주기로 해요."
- 저는 종이접기 마법을 부려요. 한번만 보면 다 접을 수 있어요.
- 저는 흉내마법을 부려요. 강아지 소리도 똑같이 낼 수 있어요.
책 읽고 이런 이야기들을 나눠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이웃들에 대한 '긍정적인 의심'의 눈초리, 이건 곧 감사로 이어질 수 있고 나에 대한 재발견, 이건 자존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단, 늘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그럼 뭐 재미있게 읽은 것으로 만족하면 되고.^^

전편들보다 살짝 약해진 느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함께 나눌 이야기들은 이렇게 많구나. 작가의 네번째 작품이 나온다면 나는 또 기대하며 읽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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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옮겼을 때의 한계점일텐데, 원제인 Bee boy와 '꿀벌소년'은 어감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본문 중에 아이들이 "꿀벌소년! 꿀벌소년!"을 연호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비보이! 비보이!" 이거랑은 느낌이 다르다.ㅎㅎ 어쩔수는 없다. 다른 언어가 똑같은 느낌을 낼 수는 없는거니까. 사실 이 책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지구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동화에 담았다. 나도 언젠가 그 문제의 심각성를 듣고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있는데, 그게 동화에 오롯이 담기다니 깜짝 놀랐다. 그건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4년 이내에 멸종할 것이다."라는 염려와 관련있는 것이다. 과학도서에 그림을 주로 그리던 작가는 이번엔 직접 이야기까지 썼다. 작가가 직접 벌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부내용이 아주 치밀하고 정확하며 벌에 대한 애정까지 듬뿍 담겨있다. 마치 동화책과 벌에 대한 생태도서를 함께 읽은 느낌이다.

멜빈은 도시의 높은 아파트 꼭대기층에 산다. 옆집 사는 댄 아저씨와 옥상에서 벌을 키운다.(이걸 도시양봉이라 한다고) 아저씨가 자주 하신다는 말씀을 나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좀 길지만 옮겨본다.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건 행운이란다. 우주에 있는 행성 대부분은 너무 뜨겁거나, 반대로 너무 춥거나, 아니면 유독가스가 있어서 생물이 살 수 없단다. 그런데 우리는 필요한 모든 요소가 갖춰진 곳에 살고 있어. 진짜 진짜 희귀한 행성에 말이야. 우리가 왜 지구를 돌봐야 하는지 알겠지!"
그런데 댄 아저씨는 다른 곳에 가게 되고, 이제 벌은 오롯이 멜빈의 몫이 되었다. 멜빈은 아주 그 일에 푹 빠져 최선을 다한다.

문제의 발단은 전교생 조회시간 멜빈의 발표였다. 멜빈은 방충복까지 입고 꿀벌의 소중함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려 했으나 방충복에 따라 들어온 벌 한마리의 소동 때문에 웃음거리만 되고 만다. 악질적으로 괴롭히고 방해하는 노먼같은 녀석도 있고. 멜빈과 엄마는 부탁을 담은 안내문을 아파트 전 세대에 돌리지만 긁어부스럼이 됐다. 아파트 사람들이 걱정하며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와중에도 벌들은 잘 자라고, 독자들은 꿀벌의 생태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멜빈이 꿀벌로 변신하여 꿀벌 무리에 들어가는 판타지까지 동원됨) 그리고 멜빈과 엄마는 동네 회관에서 양봉에 대한 토론회를 제의한다. 많은 주민들이 왔고, 설득과 이해의 시간이 되었다.(이 과정에 뜻밖의 반전도 살짝) 
이 부분을 보며 멜빈 엄마와 내가 비교됐다. 저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을까. 더구나 자식의 일에 말이다. 공부도 아닌 일에 푹 빠져있지, 남들한테 좋은 소리도 못듣지, 위험한 부분도 있지, 하지만 멜빈 엄마는 차분히 지켜보며 현명하게 도와준다. 나라면 당장 갖다버리게 했을텐데. 꿀벌이 중요한 걸 아무리 잘 알아도 말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꿀벌들의 세계에선 분봉도 일어나고, 천적들에 맞서 치열한 싸움과 희생이 일어나기도 하고 새 여왕벌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건....은 학교에서 일어났고 이걸 해결한 멜빈은 또 "꿀벌소년!"(비보이) 연호를 받는다. 책 초반의 연호가 조롱이었다면 결말에선 진정한 환호였다.^^

아이들에게 권해주기에, 일단 재미있다는 게 참 고마운 점이다. 만화체의 그림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 글자가 일반적 인쇄체가 아닌 손글씨체인 것도 아이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줄 것 같다. 이 책과 함께 살펴볼 책들 몇 권을 골라봤다. 이중 2권은 도서실에 사놓았는데도 활용할 일이 없더니, 이 책을 함께 읽으면 관심있게 보게 될 것 같다. 지나가다 꿀벌을 만나게 되면 사랑스럽고 소중한 눈길를 보내 주자.(근데 말벌은....흑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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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집>



방학을 마무리하며 독서모임은 영화관람과 함께 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4학년 국어교과서에 들어왔으니 이번 교육과정동안 4학년을 거치는 아이들 중에는 안보는 아이들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문제삼고 싶지 않을만큼 괜찮은 영화긴 했다. 나는 솔직히 그렇게 좋진 않았지만 그건 내문제이고....

열화같은 성원으로 두번째 탄생한 이번 작품도 역시 화제작이 될 만하다. 잘 만든 작품이고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뛰어나다. 힘든 두 가정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가정의 문제를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는 아이들의 몸부림과 그 연대가 예쁘고도 안쓰럽다. 어른들을 향해서도 많은 말을 한다. 당신들이 당신들의 문제에 빠져 있을 때 아이들은 이런 마음이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런 행동과 이런 궁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 안에도 당신들 못지 않은 우주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보는 내내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내 왼쪽의 관객은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명랑한 웃음을 보내셨고, 오른쪽에 앉으신 분은 공감의 한숨과 눈물을 흘리시는데 나는 화가 났다. 화의 포인트는 하나의 표정과 태도였다. 죄지은 것도 없이 쩔쩔매고 눈치보는 모습. 맞다. 선이도 저런 표정이었지.

나의 문제다. 나는 왜 <우리들>의 선이나 <우리집>의 하나가 비슷하게 보이면서 짜증이 치솟는 것일까? 아이들의 눈치보는 태도, 뭔가 돕겠다는 넘치는 오지랖, 능력은 안되면서 자기가 해야된다는 동동거림, 이런게 지켜보기 딱했다. 나는 가족 중심의 생활을 하는 편이고 가족의 가치를 높게 두는 편인데도 '얘야 깨진 항아리는 본드로 붙여봤자 소용없단다. 너무 애쓰지 마라.' 이런 말을 속으로 하고 있었다. 차라리 중학생인 하나 오빠가 부모에게 "아, 언제까지 싸울건데? 헤어지든가 빨리 결정을 하라고 쫌!" 하거나 동생한테 "지금 뭐하는거냐? 이래봤자 소용없거든? 하긴 어린 니가 뭘 알겠냐." 할 때 에구 그래, 너는 좀 살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족 유미네는 좁은 셋방에 아이들만 놓아두고 부모 모두 공사일에 나가 있다. 그와중에 집주인은 또 방을 내놓고, 이사에 이골이 난 유미는 어떻게서든 막으려 하지만 쉽지 않은데... 결국 동네언니인 하나의 오지랖으로 부모님을 찾아나선 길. 그 험난한 길. 서로의 설움이 폭발해 서로 원망하고 울부짖고, 그리고 함께 잠들었다 돌아오는 길....
유미가 돌아서는 하나한테 묻는다. "언니, 우리가 이사가게 돼도, 계속 우리 언니 해줄거지?"
난 이 대사가 가장 고마웠다. 이 말도 없었다면 끝까지 화냈을 테다.ㅠ

돌아온 하나는 밥을 차린다. (하나의 밥타령과 음식만들기는 영화 전반에 계속 나온다. 같이 밥먹자... 내가 할게...) 그래, 같이 밥을 먹어서 식구라고 한다지. 경찰에 신고하고 들어온 가족들은 놀라고 어이없어하며 밥상에 앉는다. 밥 위의 계란후라이가 탐스럽다. 그리고 하나의 마지막 대사의 무게가..... 대단하다.

영화를 보고 독서모임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가족은 소중한 게 맞지만 절대 깨져서는 안되는 절대구조는 아니지 않냐? 하나 보면서 짜증났다." 했더니 "물론 그렇지만 아이한테는 그 울타리가 우주였던 거지. 아이가 눈치보고 아양떨고 왜그러겠어. 살려고 그러는거야. 지도 살려고." 그 말씀을 하시며 눈물을 살짝 비치시는데 그제서야 나도 좀 울컥했다. 그리고 내가 '오지랖'이라고 표현한 것을 다른 샘은 '연대'라고 표현하셔서 심히 반성됐다.^^;;;;;

하나네 부모님이 어찌됐을지, 유미네가 이사를 갔을지 그건 독자의 상상의 몫이다. 최악은 유미네가 멀리 이사가고 하나네 부모가 이혼하는 거 아니겠나. 내 말은, 그래도 괜찮다는 거다. 그럴수도 있는거지. 근데 아이 마음을, 표정을, 태도를 봐주라구요. 살피고 다독이고 당당하게 펴주라구요. 니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라구요. 그리고 애가 뭘 해주면 맛있게 먹어주고 엄지손가락도 좀 치켜세워주고, 아이가 진정 좋아서 하는거면 취미로 살려주고 어찌될까봐 쩔쩔매서 하는거면 다른 취미로 밝게 지내도록 도와주라구요. 그정도는 해주세요. 나머지는 애들이 알아서 잘해요. 어른들은 '연대' 못해도 애들은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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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아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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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중 마지막이다. 다른 책이 더 있었다면 이 책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도서관을 못가서 더이상 책이 없어서 펼쳤다. 오 근데 재밌었다.^^

세로방향 책은 오랜만에 읽는다. 일본만화는 아직 이렇게도 나오는구나. 짧은 만화(4쪽 32컷) + 우주이야기로 된 매우 독특한 구성의 책이다. 만화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담은 인기작품을 많이 그리신 분 같고 각 만화에 딸린 칼럼은 우주관에서 일하는 분이 쓰셨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협업이라 하겠는데, 서로의 소통이 잘 되었는지 겉도는 느낌 없이 조화롭다. 만화가 아주 작고 귀엽고 가볍다면 칼럼은 살짝 무게를 주며 눌러준다. (만화의 생각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무게를 잡지 않는다고 해야할지) 그림체도 그렇다. 전혀 정교하지 않게 쓱쓱 그린 그림체. 그런데 좋다. 편하고 익숙하고. 인물들도 정겹고.

매 화마다 다른 인물들이 나오는데(시간이 흘러 뒷야야기에 다시 나오기도 함) 그냥 평범한 소시민들. 이들의 짧은 이야기는 꼭 우주의 무언가와 연결되고 이어지는 '알기쉬운 우주 이야기'에선 그걸 설명해준다. 운석, 별똥별, 별의 탄생, 별의 이름, 은하수 등등.... 인물들은 내가 아는 특별한 것 없는 주변인물들 중에서 못되고 탐욕스러운 사람들 다 빼고 남긴 사람들 같다. 부러운 능력자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마음이 작아질 때 읽어보면 어떨까. 어차피 우주의 시간에선 길어봤자 찰나야. 커봤자 모래알이고. 머리 내밀겠다고 발꿈치 들지 말고 그냥 편하게 어울려 살아. 착하게.

만화가 다 공감가고 좋았지만 특히 공감간 것 몇 편.
[별똥별] 며칠째 야근중인 후지키. 야근수당도 청구하지 못하고.(이부분 나도 울컥한 사연이 있으나 생략) 욱신거리는 어깨를 두드리며 일하고 있는데 저녁먹고 들어온 남자후배가 별똥별을 봤다며 말을 시킨다. "소원 빌었어?" 라는 질문에 못빌었다는 후배의 대답. "생각해보니 하나밖에 안떠오르는 거예요. 이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거였어요."
"별똥별을 보고 그거 하나는 알게 됐어요.".... 난 그정도로 내 회사에 불만있진 않지만.... 그래도 공감이 간다. 젊은 직장인들의 비애라 할까. 안쓰럽기도 하고.ㅠ

[별은 어떻게 태어날까?] 몇 친구들이 선술집에서 30세 생일축하중이다. 선술집 아주머니가 말한다. "30대는 아직 애야."
"초등학교 25학년 쯤 되려나?" 이 말씀에 하하하^^
사장님은 어른인가요? 질문에
'아유, 아직 멀었지. 대학교 40학년 정도 됐으려나."
나는 몇살쯤 된걸까? 대학교까진 가지도 못했고 중학교 37학년?ㅋㅋ 언제 어른이 될까? 되기는 할까? 아주머니는 "나이드니 생일날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고 하셨다. 이걸 보니 나는 아직도 애구나. 담달에 생일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라도....ㅠ

[지구는 하나뿐?] 착한 사람들 사이에 가당찮은 주변인이 나온 경우. 퇴근 후 부장님과 식사하는데 그 부장이란 인간이 계속 말실수를(실수?가 아닌거지...) 그러면서 계속 하는 말이 "아이쿠야, 이러면 성희롱인가?" 인간아... 알면 닥치거라. 일본에도 이런 작자들이 많구나. 바뀌겠지. 단 바뀌는 과정에 선량한 이들을 제물로 삼는 걸 가벼이 보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걸음을 좀 늦출지언정 꼭 그래야만 한다. 그게 계속 전진하는 길이다. 요즘 울분 터지는 일이 하나 있어 이 말을 하게 된다.ㅠ

[공부] 이 화에는 학생과 교사가 나와서 집중하게 됐다. 선생님은 50대로 보이는 역사교사. 그 옆에 상습 땡땡이 남학생. 선생님은 껄렁대는 그녀석의 질문에 무심한듯 답을 해주며 수업프린트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재밌지도 않은거 대충 만들면 되잖냐는 녀석의 질문에,
"대충 만든 프린트물로 수업을 하면 내가 재미가 없어서 그런다!"
이 한마디에 이 나이든 교사의 교직 인생이 담겼다. 내가 그래도 아직은 그만두지 않는 건 이 선생님의 말씀이 내 얘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쩍 이 뺀질이에게 공부가 뭔지 한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고수다. 그러니까 뺀질이가 기웃거리는 거겠지만. 근데 이 선생님의 말투는 세련되지 못했고 문제가 될 요소도 많다. "그딴거 필요없으니 썩 꺼져라." "바보 녀석" "커피 좀 타와라."
선생님, 선생님을 진정한 고수로 존경합니다. 근데 조심하세요. 인격파탄자, 아동학대로 고소 당하세요.ㅠㅠ

[우주를 알다] 결혼을 앞둔 남녀와 남자의 어머니가 까페에 앉아있다. 남자는 두고온 핸드폰을 찾으러 뛰어나가고 덤벙대는 아들을 흉보던 어머니는 "쟤 어디가 좋던가요?" 하고 묻는다. 어느 밤 같이 퇴근하는 길 밤하늘 별을 보고 감탄하는데 함께 감동하더라는. "제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을 같이 대단하네 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느꼈거든요." 그렇다. 그런 이들과 함께 해야 행복하다. 나처럼 매사 시큰둥해서는 많은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ㅋㅋ

아이고, 이렇게 하나하나 말하다간 끝이 없겠다. 이 외에 짧은 한편한편에 따뜻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오늘은 아주 편안하고 미소짓는 책읽기를 했다. 이런 독서 좋네. 작가의 다른 책도 보고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어린이책에 관심이 많은 나는 딱 요 컨셉으로 어린이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신 정보면은 칼라풀하게. 만화는 단색으로.(난 만화는 칼라 싫다. 단색이 더 잘 읽힘) 정보면엔 총천연색 사진과 그림과 재미있는 설명을 넣고, 만화엔 아이들이 등장하는 걸루. 대박일 거 같은데 표절이려나?^^;;; 솔직히 이 책도 칼럼에 좀 이해가 안가서 '그림이 들어갔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다. 고거 하나가 살짝 아쉬웠다. 나의 지식 문제이기도 하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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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부모 상담 -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김연민.김태승 지음 / 푸른칠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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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3월에 새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한달도 안되어 학부모상담을 했고, 2학기 개학하면 3주만에 또 상담주간이 있다. 해마다 조금씩 (아주 눈에 안띌 만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 두번의 주간은 일년 중 가장 힘든 주간이다. 교과전담(비담임)을 했던 해에는 이 주간 오후에 복도를 지나갈 때 마치 혼자 방학을 한 듯한 해방감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지다가 교실의 담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지금도 솔직히 이 주간만 놓고 본다면 비담임을 선택하고 싶다. 크게 망한 적이 없는데도, 사전의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왜 그렇게 부담스러운 걸까.

이 책에서는 '자동적 사고'에 따른 '비합리적 신념'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많다. 나는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많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좋은 학부모님이 훨씬 많다.'고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는 주변에서 보거나 들은 악질학부모, 진상학부모에 대한 기억이 먼저 튀어나오고 그게 어느새 비합리적 신념으로 내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시작 전엔 마음이 무겁지만 일단 상담이 시작되면 대화가 즐겁거나 따뜻했거나 중요한 것을 알게 됐던 적이 더 많았고, 아이를 많이 걱정하던 한 어머니는 상담 오기를 너무 잘했다며 안심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신 적도 있다. 그러니 이제 내 안에 있는 비합리적 신념(학부모는 항상 자신의 아이만 생각한다, 학부모와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학부모는 삐끗만 해도 나를 상처주는 존재로 돌변할 것이다... 등)을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학부모상담 경험이 적은 젊은 교사들을 주독자로 설정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20년을 넘게 한 나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는 점에서 꼭 읽어볼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동안 나의 잘못된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되어 부끄럽고 찔리는 대목이 많았다. 자아비판을 굳이 할 필요가 있겠냐만, 발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부족했던 점, 보완할 점들을 적어본다.

1. 별난 아이건 무난한 아이건 학부모에게는 상담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때가 있었다. 특히 학급 인원수가 많을 때는 하루에 4~5명의(야간상담날은 그 이상) 상담을 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수업준비, 업무에 해당되는 오후 시간이 모조리 들어가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을 더 일해야 하고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힘들다. 그래서 상담신청서를 걷을 때 잘하고 있는 아이가 내면 "아이참, 얘는 안해도 되는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학급의 모든 학부모를 만나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그게 엄청 빡세긴 함...;;;)

2. 부담스러워만 했을 뿐 실제 준비는 부족했다. 뭘 준비해야 할지 잘 몰랐다는 말이 맞겠다. 해마다 이런저런 설문지나 양식들을 적용해보곤 하는데 이거다 싶은 것은 아직 찾지 못해서 매번 달라지곤 한다. 그것도 준비 못하던 처음에는 '말문을 열면 대화는 되겠지' 이런 무대뽀 정신으로 임했던 것 같다. 실제로 어떻게 하든 대화는 됐었다.ㅎㅎ 하지만 귀한 시간 내서 찾아온 학부모가 대화에 만족했을지는 미지수다. 몇년 전부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은 아이들의 글이나 작품이 담긴 포트폴리오, 교우관계 조사표 등이다. 이것도 2학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 3월 상담은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이 책의 Part2는 상담준비에 대한 장이다. 상담장소(교실) 정리와 자리배치 같은 공간적인 것부터 사용할 수 있는 서식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중에 뇌구조 그리기와 교우관계도, 상담기록지 등은 나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 나의 경우 서식 자체보다는 내용에 더 집중을 해야할 것 같다. 그 내용의 포인트는 '관찰'이다. 관찰을 기록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도 소위 적자생존(적어야 살아남는다)의 원칙에 따라 일부 걱정되는 아이들의 행동을 적어놓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단점에 치우친 기술과 제시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단점보다 장점의 관찰이 훨씬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것이며 그것이 형식화된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상담준비가 된다. 또 '작은 실천 전략'을 세워두라는 조언이 나오는데(73쪽) 중요한 조언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아이에 대한 걱정을 표현했을 때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어떻게 해야 되나요? 선생님이 알려주세요." 하시는데 갑자기 머리속이 백지가 된 경험이....;;;; 급하게 주워섬기긴 했지만 도움이 된 조언은 못되었을 것이다. 출발은 작은 실천이니 그것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겠다.

3. 이 책의 Part3은 상담기술에 대한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는 이 장이 핵심이라고 느껴졌다. 내가 어렴풋이 느꼈던 어려움을 좀 더 명확히 볼 수 있었다.
1) 옳은 말(팩폭?) 보다는 좋은 말을 : 나는 사실 팩폭을 할만큼 간땡이가 크진 못하다. (하지만 그런 욕구는 늘 가지고 있음;;;) 그리고 좋은 말이라니? 달달한 말로 비위만 맞추란 뜻인가? 여기서 좋은 말이란 진정성 있는 말,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다가가는 말이라 여겨진다.
2) 상담의 기본기술 경청 공감 반영 명료화 : 이건 백번 맞는 말인데, 경청 공감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한없이 말려들어 문제해결이 어려워진 경험이 있다. 뭐든 절대적이지 않다. 특히 상담주간과 같은 공식적인 상담 말고 문제상황에서 한없이 경청과 공감만 하고 있었다가는 정확한 판단과 중재가 어렵다. 고개를 끄덕일 때와 정색을 할 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반영과 명료화 부분이 참고가 되었다.
3) 화가 난 학부모와 대화하기: 운이 좋게도 그동안 이런 상황이 자주 있진 않았다. 또 정말 다행스럽게도(?) 같이 화를 내는 맞불상황을 내가 만든 적도 없다. 하지만 그쪽은 화내고 잊어버린다해도 할말 못하고 참은 나는 울분이 남는다는 점... 이것이 문제다. 나는 화내지 않으면서, 그의 화를 뒤집어쓰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이 책에서는 진화에 비유하면서 상대의 발화점을 파악하여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도, 어느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이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교사 스스로 차분하게 마음을 챙겨야 한다."(174쪽) 아이고 어렵다....

Part4는 즉문즉설이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학부모 편과 교사 편이 있는데 경험이 풍부한 저자들이 뽑은 핵심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다. 신규교사들은 이 부분을 읽고 나면 조금은 안심이 되실 것 같다. 물론 닥치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상담이란 무척 변수가 많은 작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경우엔 준비하고 공부한 만큼 나아질 거라 본다. 나도 관찰을 통해 내용을 확보하고 이 책의 팁들을 기억하며 체계를 좀더 세워가야겠다.

이 책을 읽고 기억해야 할 말은 무엇보다도 책 전체에 꾸준히 나오는 '작업동맹'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이 아주 새로운 건 아니다. 학부모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라는 말은 상담주간을 앞두면 교장선생님도 여러번 당부하시는 말이니까.... 다만 그 관계를 깨뜨리는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파악과 대비는 쉽지 않다. 그것이 전문성이라 할 수 있겠고, 이 책은 그 전문성을 키우는데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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