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옮겼을 때의 한계점일텐데, 원제인 Bee boy와 '꿀벌소년'은 어감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본문 중에 아이들이 "꿀벌소년! 꿀벌소년!"을 연호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비보이! 비보이!" 이거랑은 느낌이 다르다.ㅎㅎ 어쩔수는 없다. 다른 언어가 똑같은 느낌을 낼 수는 없는거니까. 사실 이 책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지구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동화에 담았다. 나도 언젠가 그 문제의 심각성를 듣고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있는데, 그게 동화에 오롯이 담기다니 깜짝 놀랐다. 그건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4년 이내에 멸종할 것이다."라는 염려와 관련있는 것이다. 과학도서에 그림을 주로 그리던 작가는 이번엔 직접 이야기까지 썼다. 작가가 직접 벌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부내용이 아주 치밀하고 정확하며 벌에 대한 애정까지 듬뿍 담겨있다. 마치 동화책과 벌에 대한 생태도서를 함께 읽은 느낌이다.

멜빈은 도시의 높은 아파트 꼭대기층에 산다. 옆집 사는 댄 아저씨와 옥상에서 벌을 키운다.(이걸 도시양봉이라 한다고) 아저씨가 자주 하신다는 말씀을 나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좀 길지만 옮겨본다.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건 행운이란다. 우주에 있는 행성 대부분은 너무 뜨겁거나, 반대로 너무 춥거나, 아니면 유독가스가 있어서 생물이 살 수 없단다. 그런데 우리는 필요한 모든 요소가 갖춰진 곳에 살고 있어. 진짜 진짜 희귀한 행성에 말이야. 우리가 왜 지구를 돌봐야 하는지 알겠지!"
그런데 댄 아저씨는 다른 곳에 가게 되고, 이제 벌은 오롯이 멜빈의 몫이 되었다. 멜빈은 아주 그 일에 푹 빠져 최선을 다한다.

문제의 발단은 전교생 조회시간 멜빈의 발표였다. 멜빈은 방충복까지 입고 꿀벌의 소중함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려 했으나 방충복에 따라 들어온 벌 한마리의 소동 때문에 웃음거리만 되고 만다. 악질적으로 괴롭히고 방해하는 노먼같은 녀석도 있고. 멜빈과 엄마는 부탁을 담은 안내문을 아파트 전 세대에 돌리지만 긁어부스럼이 됐다. 아파트 사람들이 걱정하며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와중에도 벌들은 잘 자라고, 독자들은 꿀벌의 생태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멜빈이 꿀벌로 변신하여 꿀벌 무리에 들어가는 판타지까지 동원됨) 그리고 멜빈과 엄마는 동네 회관에서 양봉에 대한 토론회를 제의한다. 많은 주민들이 왔고, 설득과 이해의 시간이 되었다.(이 과정에 뜻밖의 반전도 살짝) 
이 부분을 보며 멜빈 엄마와 내가 비교됐다. 저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을까. 더구나 자식의 일에 말이다. 공부도 아닌 일에 푹 빠져있지, 남들한테 좋은 소리도 못듣지, 위험한 부분도 있지, 하지만 멜빈 엄마는 차분히 지켜보며 현명하게 도와준다. 나라면 당장 갖다버리게 했을텐데. 꿀벌이 중요한 걸 아무리 잘 알아도 말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꿀벌들의 세계에선 분봉도 일어나고, 천적들에 맞서 치열한 싸움과 희생이 일어나기도 하고 새 여왕벌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건....은 학교에서 일어났고 이걸 해결한 멜빈은 또 "꿀벌소년!"(비보이) 연호를 받는다. 책 초반의 연호가 조롱이었다면 결말에선 진정한 환호였다.^^

아이들에게 권해주기에, 일단 재미있다는 게 참 고마운 점이다. 만화체의 그림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 글자가 일반적 인쇄체가 아닌 손글씨체인 것도 아이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줄 것 같다. 이 책과 함께 살펴볼 책들 몇 권을 골라봤다. 이중 2권은 도서실에 사놓았는데도 활용할 일이 없더니, 이 책을 함께 읽으면 관심있게 보게 될 것 같다. 지나가다 꿀벌을 만나게 되면 사랑스럽고 소중한 눈길를 보내 주자.(근데 말벌은....흑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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