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마법사 신나는 책읽기 54
허가람 지음, 김이조 그림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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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웅진주니어 문학상과 비룡소 문학상을 연달아 받으며 데뷔한 허가람 작가의 세번째 책이다. 그당시 우리반 아이들과 그 두 권을 모두 읽었다. 내 취향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아주 흡족한 독서를 했다. 왜 더이상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며칠전 드디어 눈에 띄길래 바로 주문했다.

앞의 두 작품도 이 책도 모두 100쪽 미만의 저학년용 동화다. <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는 장편이고, <늑대들이 사는 집>은 늑대 세마리가 돌아가며 대표주인공으로 나오는 3편의 단편이며,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그러니 각편의 길이는 이 책이 가장 짧다.

제목이 <이웃집 마법사>. 혹시 모르잖아? 마법사인지도? 이런 시각으로 우리 이웃들을 바라본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이웃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이 밝히지는 않지만 어쩌면 마법으로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건지도.

8편의 단편에서 4명의 마법사가 등장한다.
물수제비 - 복사가게 아저씨. 특기는 복사마법.
깨금발 - 스카이콩콩 가게 아저씨. 특기는 높이뛰기 마법.
굽은등 - 바나나 가게 아저씨. 특기는 구부리기 마법.
달맞이 - 찻집 아저씨. 특기는 웃기마법
이야기들에서 이 마법사들은 각각 나오기도 하고 함께 나오기도 하며 이웃들을 도와준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책보다 앞에 나온 두 권이 더 맘에 든다. 이번 책의 에피소드들은 <늑대들이 사는 집>보다는 재미와 반전이 덜하고 <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보다 능청과 유머도 덜하다. 그리고 전편들만큼 문장이나 사건이 정선되지도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사소하지만.... 느낌은 중요한거니까. 3편에서 "학원은 망해버렸어" 이런 문장은 직접적으로 안썼으면 좋겠고(난 학원이랑 아무 상관 없는 사람임) 6편에서 교장선생님이 변화하는 과정에 공감이 썩 되지 않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적용된 작가의 시선, 그 발상은 무척이나 맘에 든다. 우리 이웃에 마법사임을 숨기고 사는 평범한 마법사들. 세상에는 말섞기도 무서운 못된 작자들도 꽤 있긴 하지만 고맙고 따뜻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나도 그중의 하나가 된다면 인생이 헛되지 않으리라.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주변을 둘러보며 잘 생각해 볼래요? 마법사는 절대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아요. 여러분이 보기엔 누가 마법사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어떤 마법을 부릴 수 있나요?"
대답도 예상해본다.
"농부 할아버지요. 식물들이 잘 자라는 마법을 부려요."
- 우리학교 청소용역 할아버지는 자원해서 학교 농사를 다 떠맡으셨다. 우리들이 심어놓고 까먹은 농작물들이나 벼농사체험으로 심어놓은 벼, 사철 새로운 꽃들에 물을 주며 알뜰히 가꾸신다. 할아버지 안계셨으면 화단은 엉킨 밀림이 되었을 것. 연세가 많으셔서 곧 퇴직하셔야 된다고 한다.ㅠ 전교생을 아는척하시며 이름을 외우려 노력하신다. 진심은 아이들에게도 통하는듯. 아이들이 할아버질 무척 좋아하고 때론 의지한다.
"학습준비방 선생님이요. 정리마법을 부려요."
- 우리학교에서 안계시면 가장 표나면서도 월급은 제일 조금받는 분이 준비방 선생님이다. 부탁만 드리면 완벽한 준비와 정리. 영리한 일머리와 금손. 이분은 진정한 마법사인지도.

이런 아이디어도 있다. "지금부터는 고백의 시간이에요. 우린 모두 마법사들이잖아요. 아니라구요? 에이~ 우리끼리는 솔직하게 말해요. 어떤 마법을 부릴 수 있는지 알려주기로 해요."
- 저는 종이접기 마법을 부려요. 한번만 보면 다 접을 수 있어요.
- 저는 흉내마법을 부려요. 강아지 소리도 똑같이 낼 수 있어요.
책 읽고 이런 이야기들을 나눠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이웃들에 대한 '긍정적인 의심'의 눈초리, 이건 곧 감사로 이어질 수 있고 나에 대한 재발견, 이건 자존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단, 늘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그럼 뭐 재미있게 읽은 것으로 만족하면 되고.^^

전편들보다 살짝 약해진 느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함께 나눌 이야기들은 이렇게 많구나. 작가의 네번째 작품이 나온다면 나는 또 기대하며 읽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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