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와서 열살쯤은 어린 학부 갓 졸업한 아이들과 공부를 하며, 중국 애들은 왜 이리 어른스럽대. 하고 많이 놀랐다. 이야기 들어보니 어린시절부터 당원이 되려면 품행이 방정해야 하고 등등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 자신의 평판이 중요한 사회인게 한 요인인듯 하고 문화적으로도 이기적으로 얕게 굴어서는 안된다는 무언의 묵계 같은 것이 있는듯 하다. 


처음에 중국 친구들 하나둘 알아갈 때 친구의 친구를 이야기하며 "그 친구는 믿을만한 친구야." "같이 일하면 그 친구와는 믿을수 있어" 등등의 말이 자주 나오길래 무척 신선하다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그 친구 재미있는 친구야"라거나 "그 친구 나랑 친해" 라거나 "그 친구 똑똑해" 정도까지는 한다쳐도 "믿을수 있는 친구야"라는 평은 들어본 적이 없는거 같은데... 어쨌든 나는 그 믿을 수 있다는 좋은 평판을 가진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같이 조모임도 하며 순조롭게 중국 친구들의 서클 속에 한 발을 들여놓았다. 


조모임을 해보니 그들의 좋은 평판에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일의 핵심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쳐내는 능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무리 스트레스 받고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배설하거나, 다른 조원에게 일을 미루거나, 일을 적게하는 조원을 탓하거나 무시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나도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대학시절에 조모임하며 개차반짓 많이 했던거 같던데 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여러모로 어른스러운 모습에 많이 감탄하였고, 나도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지 하고 열심히 일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유명 밀크티 브랜드의 오퍼레이션을 분석해 개선점을 찾고 해당 솔루션의 기대이익까지 수치로 산출해야 하는 나름 규모가 큰 과제였다.밀크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마치 운명처럼 로맨틱하게 느껴지기까지 한 과제였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아주 신났다. 밀크티 매장 찾아가 주방의 동선과 기기목록을 확인하고, 포스기 돌려보며 일별 매출 확인하고, 밀크티 쩐쭈 조리시간과 스탁아웃이 생기는 이유등을 심층 인터뷰하고. 문제는 후반부로 갈수록 적용해야 하는 통계.수식이 너무 복잡해졌고(케이스가 아니라 실제 사업장 상황이다 보니 변수가 너무 많음) 이 과정에서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중국친구들은 중국어로 수식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나는 PPT 작업을 맡게 되었다.


오늘까지 끝내기로 한 PPT.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아무리 자료를 들여다 봐도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눈뜨자 마자 기숙사 책상에 앉아,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해가 넘어갈 때까지 보고 또 보았다.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PPT를 만든게 한 5년은 된 것 같다. 이해가 안되는 수식이며 숫자들을 하루종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픈데, 중국 친구들에게 징징거리는 짓은 절대로 못하겠다. 결국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조원들이 잡아준 대략의 개요를 따라 얼개를 완성하고 밤 10시가 다 되어서 조원들에게 발송하였다. 쪽팔리긴 하는데, 여기서 더 이상 잘 할 능력이 없어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It is good enough"

"It is perfect what you have done"

"@ will solve it. Don't worry"


니가 봐도 내가 봐도 아직 갈 길이 먼데 중국친구들이 첫마디로 저리 말해주니 갑자기 눈물이 찔끔 났다. 다 때려치고 한국 가고 싶다고 광광거리던 마음이 갑자기 사그라든다. 우선 침대에 누워 뜨거웠던 머리 좀 식히고, 하루종일 샌드위치 하나만 먹었던지라 배달앱으로 밀크티 한 잔 주문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사장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 쩐쭈가 다 떨어졌는데 타로볼로 바꿔서 보내도 될까요?


나는 쩐쭈만 먹어봐서 타로볼을 먹어본 적이 없다.


- 没办法 어쩔수 없네요. 타로볼이랑 제가 주문한 차랑 맛있어요? (어울려요?란 말을 하고 싶은데 정확한 중국어를 몰라 말이 되는대로...) 


- 아주 잘 어울려요. 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 해드릴게요. 어때요?

- 좋아요. 


필요한 대화는 여기까지였지만, 아까의 눈물 찔끔 때문인지 나에게는 나누어야 할 혹은 내보내야 할 친절함이 눈가에 혹은 입가에 혹은 손가락 끝에 매달려 있었다. 나는 사장님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내었다. 


- 오늘 쩐쭈 다 파신거 보니 장사가 잘 되었나 보네요. 

- 왜냐면 끓여야 해서요, 늦은 시간에는 쩐쭈나 타로나 재고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잘 알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재고레벨과 조리타이밍을 계산해내는 것이었으니까. 곧 밀크티가 배달되었고 나는 마지막 메세지를 보내었다.


- 밀크티 정말 맛있네요. 고맙습니다 사장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맛있었다. 이 도시에 와서 맛보는 가장 맛있는 밀크티였다. 흐르지도 않고 그냥 찔끔하던 반방울의 눈물인데 오늘따라 그 눈물이 무척이나 무겁고 진하게 느껴진다. 눈물은 반방울이어도 거기에 담긴게 많아서 그렇겠지. 이 곳을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은 어쨌든 최선을 다해보기로, 이런 작고 따뜻한 순간들은 예쁘게 꺾어 소중히 보관해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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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3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alei 2019-05-0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생일입니다.
겪고보니 조금씩 무뎌지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런건 모를겁니다.
그 언제가 되더라도 축하받을 이유가 충분히 있을 날입니다.
서로 공간이 다르고 시간이 달라도 이어진 끈은 그대로입니다.
올해도, 생일 축하합니다.

라로 2020-01-02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i-Fang? 암튼 저도 간호학과에 친한 중국인이 3명인데 나이는 제 딸정도인데 아이들이 정말 속이 깊어요. 저도 그 아이들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그런데 저는 중국 사람들을 그전에는 공산당 사람들,,, 뭐이런 (아시죠? 제 세대는 그런 의식화가 잘 되어서;;;) 암튼 그렇게 생각하고 좀 무시하는 경향이 제 안에 있었는데 좀 놀랐어요. 생각이 굉장히 오픈이 되고 성차별 그런 것도 없고 오히려 여성상위,,뭐 그런 느낌? ㅎㅎㅎㅎㅎㅎㅎㅎ 물론 동양적인 사고방식이 없지않아 있지만 제가 자라면서 느꼈던 한국에 비하면 사고 방식이 훨씬 객관적이고 이성적인,,,,중국인들 이제는 좋아해요. 그런데 저는 중국어를 너무 배우고 싶은데 엄두도 못내요. 레일라 님의 눈물 찔끔은 레일라 님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계신지가 느껴져서 저도 눈물이 찔끔 나오네요.^^;;;;
 
20년 한 우물 20억 - 서두르지 않고 오래 돈 버는 ‘장수 창업’의 기술
유재형 지음 / 이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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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장사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했던 말은 "그 학벌에 좀 아깝지 않아요?" 반면 개도국 친구들은 첫 창업을 축하해줬고 지금 중국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게 뭔 장사였던간에 혼자 자신만의 사업을 해봤다는 것에 큰 호감을 가진다. 아주 좋은 학벌에, 억대 연봉받고 만족하며 살만한 포지션의 사람들도 "자기 사업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는가?"라며 당당히 언젠가는 사업을 할 것이라 이야기한다.경제발전단계가 다르니만큼 한국이 창업하기 호락호락한 환경은 아니지만...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월급 받아서 편안히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나라인 것도 아니잖는가? 전문직 라이센스나 공무원 합격 한게 아니라면 결국 자신만의 밥벌이를 챙길수밖에 없다. 이걸 혹세무민하듯 젊음!청춘!열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듯 외치는 이들이 참 많은데 이 책은 아주 현실적으로, 실제로 혼자 사업체를 운영해본 저자가 한가지 아이템으로 오래 비지니스를 유지하는 방법과 팁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책 내용이 아주 전문적이거나 체계적인건 아니지만 인생선배가 같이 밥 먹으며 해주는 이야기 같은 편안함이 있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과하거나 덜하지 않게 핵심적인 부분들이 잘 담겨있다 생각한다. 자기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은 책이고 특히 30대에 직장을 다니며 다음 행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거 같다. 저자는 이력이 참 특이하다. 20대에 서울대 나와서 행시 재경직을 통과했고 콜롬비아 MBA까지 나온 사람이다. 한때는 직원 200명을 데리고 큰 사업을 벌리기도 했으나 경제위기로 사업을 대폭 줄여 1인 기업으로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행시 재경직 만으로도 평생 좋다고 살아갈 텐데 굳이 왜 창업을 했을까? 행시도 아니고 그냥 좋은 대학 나온 나 같은 사람도 아깝다는 말을 듣는 판에...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아버지가 제조공장을 운영하셨다고 하는데 자라면서 보고 들은 부모의 모습을 자연스레 닮은 것이 아닐까 한다. 업의 종류는 다소 다르지만 사업하는 2세라 그런지 각종 조언들이 아주 현실적이고 사업 해 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들이 꽤 많다. 유명출판사도 아니고 멋진 마케팅도 없어 유명하지 않은 책인데 이렇게 덩그러니 혼자 있기엔 아깝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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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1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3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년 한 우물 20억 - 서두르지 않고 오래 돈 버는 ‘장수 창업’의 기술
유재형 지음 / 이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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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커피 한 잔 마시자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쉬운 상대가 되어서도 안 된다. 고객은 내가 필요할 때 만나야지, 그가 원한다고 아무때나 만남을 허락하면 안된다. 회사의 가치는 결국 사장의 가치고, 사장의 가치는 결국 그의 시간의 가치다. 사장이 자신의 시간을 하찮게 여기면 회사의 가치도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다. 고객과의 만남은 이렇게 선별하되, 협력 회사나 직원과의 만남은 그쪽에서 원하면 무조건 만나야 한다. 그들은 언제든 최선의 제춤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고객은 할 수 없어서 싼 걸 사지, 돈만 있다면 절대 싼 거 사지 않는다. 욕하면서 싼 거 사는 거다. 그래서 장수하려면 비싸고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으로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은 착각이다. 대부분으 일들은 최소한 두 가지 유형의 노동이 복합된 형태로만 수행이 가능하다.

승업은 부모에게나 자녀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재벌 2세 3세들을 부러워하는데 사실 그들 역시 말못할 어려움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1000억 회사 물려받을 땐 1000억짜리 어려움이 있고 10억 회사 물려받을 때 10억짜리 어려움이 있다.

아무리 시장이 작아도 거기서 1등 할 수만 있다면 의미가 있다. 큰 시장에서 존재감 제로인 것보다 언제나 낫다.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은 지금도 유효하다. 여덟가지 재주 가진 놈 빌어먹기 딱 좋다는 속담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고의 커피와 최고의 빵은 한 가게에서 먹을 수 없다. 고객이 빵은 맛있는데 커피는 왜 이래요? 라고 묻는다면 빵이 맛있다는 칭찬으로 알아들어야지 커피 맛없다는 뜻으로 알아들으면 안된다. 괜히 커피에 신경쓰다가 빵 맛도 잃는다. 고객도 정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커피가 맛있는 집에서 마시면 그만이다. 단 빵은 기대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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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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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내에 출판된 싼마오의 수필집들을 모두 다 구해서 읽었고 이번에 아주 오랜만에 재독을 하였다. 허수아비 일기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사하라 이야기'는 싼마오가 남편인 호세와 사하라 사막에서 신혼생활을 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엮었고 이 책은 신혼을 지나 사하라 사막에서 카나리아 제도로 거주지를 옮긴 부부의 이야기를 엮었다. 그만큼 더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많고 고된 시집살이 이야기도 책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사하라 사막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구절은 싼마오가 남편인 호세와 결혼을 결심하던 부분이다. 싼마오는 내셔널 지오그라피를 보고 사막에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는데 당시 친구로 지내던 호세가 사하라 사막으로 가서 일자리를 구하고서는 싼마오에게 같이 살자고 프로포즈를 한 것이다. 이에 싼마오는 감동하여 '앞으로 이 남자와 함께 세상 이끝에서 저끝까지 함께 떠돌며 살리라' 결심한다. 얼마나 로맨틱한가...! 그런데 허수아비 일기 속의 호세는 내가 아는 그 호세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부장적이다. 스페인의 본가에 가면 싼마오가 하루종일 시집식구 수발을 들어도 남의 일 마냥 일절 도와주지 않고 같이 시장 좀 가달라는 부탁에는 '남자는 그런 데 가는 거 아냐'라고 대꾸한다. 싼마오의 글솜씨는 이런 일도 나름 재미나게 꾸며두었지만 21세기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속이 부글부글 끓은 것이 사실이다. 


비단 호세뿐 아니라 남존여비 사상을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는 싼마오의 면모 또한 이 책에서는 강하게 드러난다. 싼마오는 개성이 강하고 당시의 기준으로는 인습을 거부하는 신여성이었지만 그래도 그 시대에 보수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한계가 있을수밖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싼마오는 적군인 시어머니의 항복을 받아내고자 오히려 지극히 시집식구들을 떠받드는 전략(?)을 취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모든 식구의 구미에 맞는 아침식사를 바치고 청소를 하고 식구들 시중을 들고 조카들 설사똥을 치우고 등등... 이렇게 넋이 나가게 일을 하고 시집식구들이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을 '항복을 받아냈다'는 식으로 서술하는데, 글을 재미나게 쓰기 위한 과장이라 할지라도 이런 종류의 글은 21세기의 공감을 받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재독을 하며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예전에는 그리 크게 느끼지 못했던 작위적인 부분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는 것인데...에세이라는 글의 특성상 소재의 고갈이 있었을 것이고 또 우리나라에서 여행기1세대 작가들이 거의 소설반실화반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커리어를 쌓은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것처럼 수십년 전 당시에 해외생활을 소재로 한 에세이는 어느정도의 구라(?)를 용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재독을 하며 이런저런 예전과는 다른 생각이 많이 들어 기록으로 리뷰를 써 본다. 싼마오의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사하라 이야기'를 우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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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8-12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으면서 ‘와와, 정말 멋진 서평이다‘ 감탄했고, 신문이나 잡지에 실어도 충분하다 싶네요. 그나저나 결혼 전에 남자들이 하는 말은 다 뻥인 듯요. 손에 물 안묻히고 살게 해주겠다 같은 게 특히....

LAYLA 2018-08-16 01:02   좋아요 0 | URL
시대가 변하고 있고 그래서 비혼여성도 늘어나고 그런거 같아요. 저 시대에는 싼마오도 저리 살았었다니 ㅠㅠ 예전에 처음 읽을때는 제가 결혼이나 시집살이와는 너무 거리가 먼 20대 초반이라 잘 와닿지 않았던듯 해요. 이번에 보니 무시무시하게 와닿네요 ㅎㅎㅎ

Forgettable. 2018-08-1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남자들 정말 구제불능인 경우 많았어요.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남자였지만 크리스마스 휴가때 왜 놀고만 있냐고 하니, 난 집에선 아기인걸, 이라고 대답하는 거 보면서 정떨어짐. 나한텐 페미니즘의 ㅍ 도 모른다고 잔소리 엄청 한 주제에..

싼마오의 반응도 신기하네요.

LAYLA 2018-08-16 01:05   좋아요 0 | URL
남자는 케바케이지만 또 전반적인 문화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는거 같아요. 스페인남자 이탈리아남자 한국남자 등등 (‘‘ ) ( ‘‘)
싼마오는 저리 착한(?) 면에 있어서 그리 속이 썩었겠구나..싶기도 하고 짠하더라구요.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재미있고 감각적이고 잘 팔리는
김은경 지음 / 호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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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전문 편집자가 쓴 에세이 작법서. 글 쓰는 법에 대해 조언한 류의 책은 내가 실제로 글을 쓰는데 참고하려는 목적보다는 작가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읽어보는 편인데, 편집자가 쓴 작법서는 처음 읽어본거 같다. 그리고 느낀 점은 편집자의 시각에서는 확실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것. 전체적인 책의 구성이나 어조는 상당히 경쾌하고 라이트 한데, 지금 당장 2018년에 에세이를 출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핵심이 될 만한 조언을 많이 해 준다. 가령 예를 들어, 최근에는 프로 작가들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SNS출신 작가들에 대한 비아냥이나 무시가 만연한데 저자는 딱 잘라서 이야기한다. 우선 책을 출판해서 유명세를 얻으면 글솜씨는 두번째 세번째 책을 내면서 키워가면 되는 것이라고. 그런 류의 유명 작가를 무시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내 글을 쓰고, 내 글을 SNS로 홍보하고, 내 글을 출판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 아닌가요? 이런 류의 내용 때문에 클래시하게 5년 10년 갈 책인지는 다소 애매하지만 지금 당장 글쓰기를 좋아하는 2018년의 누군가에게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왕족은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작가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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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7-29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레일라님의 글은 좋아!!!! 😀 👍

LAYLA 2018-08-01 00:32   좋아요 0 | URL
언제나 후하게 엉덩이를 두드려주시는 나비님이셔!!!ㅎㅎㅎ

페크pek0501 2018-08-0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제가 어떤 분에게 블로그를 해 보라고 했더니 하시는 말씀이
정말 글 잘 쓰는 사람은 블로그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할 말을 잃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변한 것 같아요.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묶어 책으로 내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칼럼집도 미국 칼럼니스트가 블로그에서 인기를 얻어 책으로 낸 경우랍니다.

LAYLA 2018-08-03 01:5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페크님
읽으시는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네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배움의 장소는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대학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강좌를 듣는것도 좋다고 말한것이 기억나네요. 정말 뛰어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것 따위(?) 들어서는 안된다는 소리에 대한 대답이었던거 같은데요 ㅎㅎㅎ

미미달 2018-08-0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출판해서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는 글솜씨가 베이스가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요.ㅋㅋ 어떻게 유명세를 먼저 얻게되지..

LAYLA 2018-08-03 01:59   좋아요 0 | URL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징인데요. 제가 아무리 수려하게 쓴다 해도 제가 쓴 글보다 전지현이 쓴 글이 더 궁금하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그런 측면에서는 SNS를 이용해 자신을 프로모션 하는 영리함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게 시장과 대중의 니즈인게 현실이기 때문에 혼자 글을 쓰는게 아니라 책을 쓰는게 목적이라면 그에 필요한 조언들이 담겨있어요.

마태우스 2018-08-1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시는 걸 보니 라일라님의 저서가 머지 않은 것 같네요. 사실 그간 쓰신 글만 해도 여기서만 읽기 아까운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외국에 대해 쓰신 글들이 그렇습니다. 글구 책 내용에 있는, 일단 뜨면 글실력은 그 다음이다, 라는 말엔 잠시 당황했지만, 미미달님에게 단 댓글을 보니 수긍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