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일치할 때 비로소 한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P1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와 둘이 있으면 나는 마음이 몹시 편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며 결론을 내리기 힘든 사소한 골칫거리, 영문 모를 인간이 떠안은 영문 모를 사상에 대한 것들을 깡그리 잊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그녀가 하는 얘기에는 특별히 의미라 할 것이 없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 내용은 거의 듣고 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멀리 흐르는 구름을 바라볼 때처럼 아주 아련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나도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인 것부터 일반론까지, 나는 몹시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했다. 어쩌면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건성으로 흘려들으면서 맞장구를 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 해도 나는 전혀 상관없다. 내가 원했던 것은 어떤 유의 기분이었다. 적어도 이해와 동정은 아니었다. - P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년의 기도
이윤 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학고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의 행복은 쏟아지는 유성, 사랑의 고통은 그 다음의 어둠 - P47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계산을 하며 주식을 사지만, 그들은 확률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인생 자체는 있음직하지 않은 쪽을 선호한다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 - P75

인생은 주식시장과 그리 다르지 않다. 어떤 주식에 투자하면 다른 모든 실수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 선택에 집착한다, 혹은 집착하게 된다. - P77

몇 년 동안 여성의 가면을 쓰고 무대에서 다른 사람의 비극을 그려냈지만 양은 자기 고통을 숨기기에는 너무 젊었다. - P132

그 소년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단 한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것을 지키고 길러주는 단 한 사람이었다. 그것만이 그를 세속적이고 시시한 인생 위로 고양시켰다. - P133

이 세상 사람들은 다 쓴 냅킨처럼 약속을 버릴 수 있지만 그녀는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지 않았다. - P189

그들은 그 이야기들을, 그들의 걱정을 사소하고 덧없는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그 책의 거대함을 사랑했다. 반 학생들이 정치적 활동에 무관심하다고 그들을 비판했을 때, 그 성경이 그들을 다른, 더 큰 세계에 살도록 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둘 다 남몰래 웃어넘겼다. - P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
이윤 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학고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했어. 지금도 그래. 인간보다 더 잔인한 생물은 없어. 샨 교수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창문 옆에 나란히 서서 늦은 오후 일과로 바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샨 교수는 길가 버드나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담해도 좋아. 저 나무들 하나하나가 네 인생에서 일게 될 모든 사람들보다 더 가치 있단다. 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나도 여전히 바라볼 나무가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니니? - P34

그녀는 너무나 냉담해서 삶에 물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노래에 깃든 슬픔을 실제로 느끼지 못했다면, 어떻게 그토록 잊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 P44

그 남자가 여전히 나를 기억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스스로를 비웃었다. 왜 그가 자신의 굴욕을 상기시키는 사람을 생각하겠는가? 과거에 사는 사람들만이 마음속에 옛 사람을 위한 공간을 둔다. 그 남자는 현재만을 음미할만큼 성공했기에 이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너무 많을 것이다. - P55

사람은 포기해서는 안 돼요. 운명은 정해진 몫만큼만 허락하지만 운명이 결정하기 전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할 책임이 있어요.

그는 미소 지었으나 거기에는 조소가 담겨 있었다. 내가 어린애같이 보였으리라. 그러나 사실 그 비웃음은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내게 지워진 몫 이상으로 운명과 싸웠어. 난 플루트 연주자가 아니라 전사여야 했나봐. - P59

나를 돌아본 그녀의 얼굴은 빛 속에서 차가운 대리석처럼 보였다.

"누군가 가슴속에 들어왔다고 인정하는 순간 너는 바보가 되는 거야.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널 이길 수 없어. 알겠니, 모얀?" - P63

사람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신을 바보로 만들지, 너도 나도 예외는 아니야.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알겠니? - P77

"훌륭한 술 외에 무엇이 사람의 슬픔을 풀어주겠는가?" 이것은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고시 한 구절이다. - P101

내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불안한 기운이 물결처럼 일었다. 그 노래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요‘였다.

"사람의 운명은 자기가 가진 것이 아니라 갖지 못한 것으로 결정돼."

그때 샨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여우‘라는 로렌스의 소설을 읽어준 다음 유일하게 한 말이었다. - P110

어머니의 옷은 시신과 함께 화장하기로 했고 소설과 고시집은 상자에 넣어 현관에 내놓기로 했다. 아버지는 교육을 받지 못한 그 세대 사람답게 인쇄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존중했다. - P113

사랑이 없어야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샨 교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지만, 샨 교수는 내 침묵을 조용히 칭찬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친절은 사랑만큼이나 완강하게 사람을 과거에 묶어둔다. - P122

어머니에게 수건을 주면서 선생은 피시방에서 본 두 소녀와 젊은이 특유의 냉담함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 운이 좋아서 인생이 준비해놓은 모든 실망을 견디고 살아남는다면 그들도 더이상 젊지 않은 몸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 P135

마음 약한 사람들은 증오하는 쪽을 택하지. 그쪽이 덜 고통스럽거든. 안 그러니? - P139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었다.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무죄를 믿거나 세상 사람들이야 어찌 생각하건 자신들만은 용서할 태세가 되어 있었다. - P217

세상은 마음이 여린 남자를 참고 보아주지 않는다.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외로운 영혼을 굳이 더 들여다보는 수고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 P263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다 첩에게 남편을 잃었지요. 아뇨, 안됐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그걸 보는 방식은 이래요. 나쁜 결혼은 상한 이빨과 같아서 그 때문에 괴로워하느니 뽑아버리는 쪽이 나아요. - P293

"여긴 조용해요. 장담하건대 베이징에서 이렇게 조용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아요. 난 여기 여주인이 부잣집 첩이 아닌가 해요. 여자는 이 가게로 남자에게 돈을 벌어주고 싶지 않고, 남자는 여자에게 준 선물이라 문을 닫을 수 없는 거죠."


한펭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카운터의 아가씨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는 불행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 같군요."

"여주인은 아름다운 여자예요."

시유가 말했고 한펭은 고개를 끄덕였다. - P350

오래된 이웃과 친구들 눈에는 그녀가 배운망덕하고 야멸차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자신만 아는 무모한 속도로 삶을 통과하는 마당에, 어떻게 아버지의 시야 속에만 머물 수 있겠는가? 모든 건 그녀가 설명할 수도 없고 애초에 주장할 권리도 없는 사랑 때문인데. - P355

그들은 셋 다 외롭고 슬픈 사람이었고 함께 있다고 해서 덜 슬프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외로움을 담을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 - P3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전에는 ‘개가 개를 낳지‘라는 말도 있었다. 그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은 유전된다는 뜻이어야 했는데, 못난 아버지 밑에서 못난 자식이 난다는 뜻이었다.

-김지연, 공원에서 - P1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