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만들기
이디스 워튼 지음, 최현지 옮김, 하성란 추천 / 엑스북스(xbooks)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번의 비통한 사건으로 시인은 많은 노래를, 소설가는 여러 편의 소설을 얻게 될 것이다. 다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서질 수 있는 내면이다. - P31

어떤 형태로든 독자의 무의식적이나 끈질긴 내적 질문,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거지? 이 소설이 내 인생의 어떤 판단을 담고 있을까?"에 대한 일종의 합리적인 답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 P37

단편소설의 주된 의무 중 하나는 독자에게 즉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모든 구절이 이정표가 되어야 하며, 절대로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 독자는 안내자를 신뢰할 수 있다고 느껴야 한다. - P46

생생한 도입부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묘기 그 이상이어야 한다. 서술자가 해당 주제를 충분히 숙고함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의 내면에서 수차례 변화하고 통합되어, 마치 위대한 데생 화가가 누군가의 얼굴이나 풍경의 본질을 대여섯 번의 획으로 보여 주듯, 첫 문단에 아무리 세부 사항이 생략되어 있더라도 전반을 아우를 단서를 부여하며 이야기를 ‘위치‘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P62

대부분의 초보 작가들은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두 배나 되는 재료를 작품에 잔뜩 집어넣곤 한다. 대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을 기피하면 대상의 표면을 꾸미는 게으른 습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 P65

소설의 분량에 관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결말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첫 페이지에 잠재되어 있지 않은 결론은 무엇도 옳지 않기에 결말에 관해선 앞선 내용에 덧붙일 것이 별로 없다. 결말은 소설에서 필연성에 대한 명확한 감각이 필요한 부분이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모든 실마리를 모아 내는데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작가는 그 주제를 자신의 마음속에서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셈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언제 끝날지 알지 못한 채 다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에피소드를 이어 가는 소설가는 결말의 효과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지난 모든 내용의 의미까지도 박탈하게 된다.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약 인생이 놀이공원이라면, 아이를 키우는 건 거대한 롤러코스터와 같다. 어떤 사람들은 그걸 안 타면 중요한 경험 하나를 놓치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놀이 기구를 다 타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 P28

커트 보니것의 소설 <제5도살장>에는 ‘평온의 기도‘로 알려진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의 기도문이 두 번 등장한다.

하나님, 우리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언제나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 P122

"Write a little every day, without hope, without dispair."

미국의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책상에 붙어 있던 글귀라고 하지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써라.카버가 한 말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덴마크 작가 이자크 디네센이 했던 말입니다. ... 우리의 삶이 그러듯이, 글쓰기도 결국은 반복입니다. 반복에서 중요한 것은 되풀이 그 자체예요. 때로 우리는 희망에 도취해 반복을 벗어나거나, 절망에 빠져 되풀이를 그만두곤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 언제 그렇던가요? 오늘이 좋았다고 해서 내일이 찾아오지 않거나, 어제가 최악이었다고 해서 오늘 역시 그대로 끝나 버리지는 않죠. 어떤 날을 보냈든 내일은 또 찾아오고, 기어코 태양은 다시 떠오릅니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요. 그러니 희망을 붙들지 말고 절망에 물들지 마세요. 그냥 하는 겁니다. 우리가 그냥 살듯이. - P166

애도는 오직 느린 속도로만 가능하죠. ‘천천히‘ 보아야 해요. 망각이 제트기라면 애도는 도보 여행입니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걷다가 차라리 주저앉아 버리는 것입니다. - P192

문학에서 스코티 같은 죽음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습니다. 아무런 죄를 짓지 않은, 죽을 이유가 없는 어리거나 결백한 존재의 죽음. 이런 인물들을 우리는 ‘크라이스트 피겨‘라고 부르죠. 예수에게도 그를 팔아넘긴 몸값이 있었고요. 이런 이들의 죽음은 단순히 억울하고 무고한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예수의 죽음이 그의 제자와 가족, 심지어 적이었던 로마 군인들까지 변화시켰던 것처럼요. - P2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번에 전도사님이 했던 말,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넌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해? 힘들어서 죽은 사람한테는 더 잘해줘야 하는 거 아냐? - P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의 세계
위수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원은 예상대로 텅 비어 있었다. 잔디는 이미 오래전에 얼어죽은 것처럼 보였고 나무들은 앙상하게 가지만 남겨둔 채 떨고 있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계속 걸었다. 저래도 봄이 되면 또 난리 나겠지. 나는 앙상한 나무들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또 난리 나겠지. 우르르 살아나서...... 또 아름답겠지.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과 우연들 (리커버 에디션)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중요한 존재로 여기는 나머지, 별들이 주인공인 것이 분명한 밤하늘을 보면서도 인간을 생각하고, 개성 넘치는 생물로 가득한 심해를 보면서도 인간을 생각한다. - P1

지금도 나는 내가 밑천 없는 작가라고 느끼지만 예전만큼 그것이 두렵지는 않다.이제는 글쓰기가 작가 안에 있는 것을 소진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바깥의 재료를 가져와 배합하고 쌓아 올리는 요리나 건축에 가깝게 느껴진다. 배우고 탐험하는 일, 무언가를 넓게 또는 깊이 알아가는 일, 세계를 확장하는 일.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쓰기의 여정에 포함된다. - P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