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와 둘이 있으면 나는 마음이 몹시 편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며 결론을 내리기 힘든 사소한 골칫거리, 영문 모를 인간이 떠안은 영문 모를 사상에 대한 것들을 깡그리 잊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그녀가 하는 얘기에는 특별히 의미라 할 것이 없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 내용은 거의 듣고 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멀리 흐르는 구름을 바라볼 때처럼 아주 아련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나도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인 것부터 일반론까지, 나는 몹시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했다. 어쩌면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건성으로 흘려들으면서 맞장구를 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 해도 나는 전혀 상관없다. 내가 원했던 것은 어떤 유의 기분이었다. 적어도 이해와 동정은 아니었다. - P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