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 - 하룻밤에 만나보는 세계적인 박물관 탐방과 기행 단숨에 읽는 시리즈
CCTV 지음, 최인애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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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패자는 할 말이 없고, 기록할 것도 없으며, 남길것은 더더욱 없다.
할말도 많고, 기록할 것도, 많으며, 남긴 것도 많고, 따라서 왜곡도  많은 역사의 기록이란 승자의 독식에 한 장일 수밖에 없다. 더더구나 세계유수의 박물관들이 간직한 역사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지난 시간을 만나고 생각할 수 있는 곳, 지난 시간을 통해 우리의 미래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이 지난시간을 왜곡해 거짓 자부심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닌,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시간을 통찰하기 위해 필요한 것처럼.

세계여행을 꿈꾸지만, 이미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세계의 모든곳을 여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보지 않았어도 에펠탑을 본것처럼 상상할 수 있으며, 피라미드의 웅장함을 그릴수 있으며, 보스포러스 해협의 푸른빛을 떠올릴 수 있다. 어쩌면 시간과 공간까지도 넘나들며 살 수있는 환상적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루브르에서 공간이동을 하지 않고도 이집트를 통째로 만날수 있듯이, 가보지 않았어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세계 주요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화려했던 인류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퇴색된 빛은 그 장구한 시간들을 보주는 곳.  더불어 찬란한 문화유산이란 승자의 독식일 수 밖에 없음도 세계 5대 박물관에서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동양 미술품의 소장과 전시에도 힘을 기울이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조야백도>라던가,<소림공곡도>등은 중국 고대회화이지만 화려한 뉴욕의 하늘아래에서 손상없이 잘 보존되고 있다. 
이들 주요 박물관이 국가와 경계로 구분할 수 없는 인류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사야할 점이지만, 왠지 나는 박물관은 침략과 탈취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곳 같아서 별로 유쾌해지지가 않는다. 이것은 나 개인의 생각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세계 5대 박물관 외의 주요박물관들을 돌아볼 때면 박물관이 지닌 역사성이나 다양성에 관해 놀랍기도 하다. 호주 시드니에 있다는 ’파워하우스 박물관’에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성화라던가, 호주 공업발전사의 커다란 이정표라는 1949년 가장 마지막으로 생산된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이처럼 박물관은 인간이 더 나은 생활, 더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한 부단한 노력을 증거한다.
그런가 하면 독일의 중세시대 군사 요충지였다는 ’그라츠’에는 ’무기박물관’이 있다. 1642년 지어진 무기고였던 이곳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중세시대의 무기와 갑옷을 비롯해 각종 전쟁도구들이 전시되어있다. 인류의 역사는 바로 전쟁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박물관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인위적인 박물관 건물이 아닌 역사속의 무기고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우리나라의 ’전쟁기념관’을 찾은 적이 있다. 그곳에는 각종 탱크나 폭격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 6.25당시 전사자들의 이름을 복도에 병풍처럼 새겨두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전쟁기념이 기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전쟁을 기념하자는 건 아닐테고...... 사람들은 폭격기나 탱크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그늘에 앉아 싸온 음식들을 먹는다. 나처럼 그들도 전쟁기념관의 의미를 찾지 못한 것이리라.  어쨌든 무기란 것이 사람을 죽이는 도구이고 보면 독일 그라츠의 ’무기박물관’이나 우리의 ’전쟁기념관’이 그다지 기분좋은 장소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꼭 가보고 싶은 박물관은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박물관이다. 이곳은 자연재해가 만든 역사가 기록된 곳으로 온갖 부귀영화가 자연에 의해 묻혀버린 곳이다. 부귀영화의 덧없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그곳을 역시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지 않고, 이 책에서 만났다. 몇 백 년의 세월에도 색이 바라지 않은 벽화들이 있는곳, 폼페이 최후의 날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고통의 몸부림 그대로 굳어버렸다는 폼페인들이 있는 곳.... 절대적인 자연의 힘은 부귀영화의 극치였던 폼페이를 한순간에 땅속으로 묻어버렸다. 현대의 우리들은 자연조차도 우리 뜻대로 움직이고자 하는 전례없는 오만을 품고 있다. 박물관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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