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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를 든 아이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4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김민석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미리보기를 이용해 모니터에서 책장을 넘겨볼 때의 섬뜩한 느낌은 이상하게도 슬픔으로 다가왔다.
표지 그림 만큼이나 처절하고 끔찍한 모습..... 손도끼를 든 아이... 책을 받기도 전에 이미 나는 그 슬픈 아이의 포로가 된 듯 했다.
성선설을 믿는가. 나는 믿지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은 본시 태어날 때부터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그저 깨끗하다.
백지처럼 깨끗하다.
다만,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반복된 관찰과, 경험과 박복된 학습을 통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선하고 깨끗한 그림을, 때로는 폭발하고, 끔찍하고,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그림을....
행복했던 블루는 어느날 갑자기 죽어버린 아빠와 함께 자신의 행복도 죽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처받은 블루에게 짐승처럼 달려드는 호퍼.
"내가 ’나가 뒈져 버려, 이 뚱뚱보야.’라고 말했지. 그랬더니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 아빠의 죽음에 대한 호퍼의 잔인한 말을 듣고도 엉엉 울며 한 쪽으로 비켜가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블루는 <손도끼를 든 아이>를 쓰기 시작했다.
외롭고, 슬프고, 고독한, 쓸쓸한, 잔인한, 사나운, 난폭한 손도끼를 든 아이.... 그리고 그 아이는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블루는 손도끼를 든 아이를 통해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들, 그러나 꼭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
칼을 움켜쥐고, 이웃농장의 돼지 등에 올라타 춤을 추고... 그리고는 잠든 호퍼를 찾아가 으르렁 거리고, 고함을 지르고, 호퍼에 얼굴에 침을 뱉고, 그리고 있는 힘껏 두들겨 패주고.......
그리고 블루는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 속의 야만인을 찾아가 화해하고, 아빠 마저도 진정으로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
블루가 자신 속의 야만인을 잠재우고, 화해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엄마의 역활도 크다. 악몽에서 깬 밤 블루는 엄마에게 자신의 글 <손도끼를 든 아이>의 이야기 한 편을 읽어준다. 보통의 엄마라면 소름끼치는 아들의 글을 듣고 어떻게 대처했을까....
아마도 아들이 사악하다거나 혹은 정신이상이 아닌가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블루의 엄마는 아들의 상상을 재미있게 들어주었고, 아들의 슬픈 마음을 소리없이 공감해주었고(어떤 말이나 표현이 아니라 느낌을), 인정해 주었다. 그래서 블루는 행복했다가 아니라 행복하다.
울타리가 되어 줄 아빠는 이미 블루의 곁에 없지만, 블루를 믿어주고 인정해 주는 엄마가 있고, 블루 자신이 돌봐야 하는 여동생이 있는 한, 블루는 세상의 많은 호퍼들에게 짓밟히지 않고 일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