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꼭 있다


 때는,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전 국민의 기대 욕구가 봇물처럼 터졌고, 그 물결이 이어, 이어, 수 년이 지나니, 정치권에서도 이에 부응하는 흉내라도 내는 듯 노동관계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실상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개정되기 이전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도 명목상으로는 우리 회사의 근로자들도 쟁위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렇게 되자 이제껏 억압 받았다고 생각한 우리회사의 노동조합 측이 서서히 문제를 일으킬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였고, 그런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발현되자, 고 경영자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들이 아연 긴장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국의 노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들에게 교육에 참석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장소는 수안보 생활 연수원이다.


 그때는 그랬다. 명색은 수안보 온천인데 실제로는 충청도 골짜기에 있고 온천을 하는 이외에 별로 볼 것도 없으면서 교통은 기차,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무지 불편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3대의 승용차에 카풀을 하기로 결정하고 약속 장소에 모였다


 어라, 그런데 처가가 부자라고 소문난 선배가 당시에는 보기 어려웠던 아우디를 몰고 왔다. 내가 그런다. “와우, 아우디 멋있다.” 그런데 내 옆에 있던 세팔이 , 아우디 아이다.”이런다.


 당시만 해도 외제차가 귀했고, 아우디는 진짜 보기 힘들어서 세팔이, 아우디가

차 이름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아는 체를 한다.


 ‘허걱!’ 내가 얼마 전에 유럽 연수를 다녀왔고, 유럽에서 맨날 본 차가 아우디인데, 아우디가 아니라니? 황당하다. 서울 가 본 사람보다 안 가 본 사람이 이긴다

더니, 한 번 해 보자는 것인지?


 하지만 내가 인솔하는 대장 격인데 팀원들과 우기기 시합을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슬쩍 물러서면서 빵빵빵빵 아우디, 아니면 뭘까?”이러니 세팔이도 꼬리를 쓱- 내린다. 갈수록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래도, 아우디는 아일낀데......”이런다.ㅋㅋㅋ


 알고 보니 세팔이는, ‘동네 운동 경기에서는 떼깔(우기기, 떼쓰기) 센 넘이 이긴다를 신봉하는, 우선 부정부터 해 놓고 보는 우기기 대마왕이었다.


 인구 백 명 중, 아니면 천 명 중에 한 사람은 꼭 있다는, 백중일(百中一), 천중일(千中一), 그 사람이 세팔이었을 줄이야어른들이 있었으면 그랬을 것이다. “x도 붙은 데도 모르는 기 아는 체 하기는저런 넘 꼭 있다니까.”ㅋㅋㅋ


 그 이후로도 그의 무조건 부정부터 하는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는데, 더 웃긴 것은, 한참 후에 외제차 수입이 활발하게 되고 아우디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을 때, 그가 내게, 내가 했던 똑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빵빵빵빵 아우디, 멋있.”(내가 했던 말도 누가 했는지 까먹고 나에게 다시 써 먹다니, 웃긴 넘.)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수안보를 향하여 출발했는데, 당시에는 길이 진짜로 멀었다. 길은 멀고, 시간은 없고, 배는 고프고, 문경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나, “시간이 없으니 메뉴를 짜장면이나 짬뽕으로 통일하자.” 그래서 모두 짜장면이나 짬뽕을 시키는데 우리의 백중일, 천중일 세팔이는 나는 잡채밥.”이런다.


 ‘아이구 세팔아! 모자라면 눈치라도 좀 있어야지, 눈치가 없으면 가만히나 좀 있든지, 꼭 나서서 표시를 낸다니까.’ ‘눈치도 없는 저기 인간이가.’ ‘말라(무엇하러) 사노 으이구 인생아!’하고 옆에서들 수군거린다.


 보신탕집에 가서 혼자 삼계탕 시키는 녀석은 봤어도 짜장면, 짬뽕 속에 잡채밥이라니......(으이구 속 터져!)


 세팔이는 잡채밥 때문이 아니라고 우겼지만 그날 우리는 잡채밥 때문에 교육 시간에 지각하여 적지 않은 눈총을 받았다. 그래도 교육은 무사히 마쳤고, 다음 날 다시 같은 길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팔이 이번에는 내 휴대폰을 빌려 달랜다. 당시, 휴대폰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격도 많이 비싸고, 통화 요금도 엄청 비싸서, 나도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면 아껴 쓰고 있던 휴대폰을 빌려 달랜다. 망설이다 휴대폰을 건네며 덧붙인다. “용건만 간단히.”


 어우! 그런데 세팔이, 용건만은 개뿔. 지 마누라한테 전화하더니 미주알고주알, 콩놔라 팥놔라, 시시콜콜 오만 이야기를 다 한다. 아우! 열불 나. 나는 그때 화나고 스트레스 받아 심장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 ‘으이구 세팔아!’ 생각하니까 지금도 열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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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매가 전화 받으라면서 폰을 건네준다. “!, 전화 왔어?” “여보세요?” “, 저 세팔인데요. 잘 지내십니까?” “! ! 그래 잘있다. 어떻게 지내노?” “, 저도

잘 지냅니다. 그런데, 느낌이 팍 오는데, 저 흉보는 글 올리고 있는 거 아닙니까?”


 ‘허걱!, 어떻게 알았지? 귀신이네하지만 시치미를 뚝 떼야지. “아이다, 아이다. 니 이야기가 아이다. 설마 내가 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랑하는 동료 흉을 보

겠나? 니 이야기 아니니까 안심해라.” ㅋㅋㅋ


 했지만, 하이고 그런데 진짜 걱정이다. 보통 남자들이 하는 짓은 다 하고 살았지만, 별 감출 것도 없고, 크게 죄 지은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실명 문패 걸어놓고 블로그에 글 쓰고 있는데. 아는 넘이 이 글들을 보고 자기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그래서 다시 한 번 천명한다. “걱정들 하지 마라. 니들 이야기가 아이다. 설마 내가 사랑했던 동료들 이야기를 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 우스갯거리로 삼겠냐? 니들 이야기 아니니까 안심해라.” ㅋㅋㅋ


 (---줄 친 밑은 동료들 흉을 보다 들켜서, 곤경에 처한 나를 방어하는 상황극이었습니다. ㅋㅋㅋ. 아니, 그러고 보니 나도 이런 사람에 해당 되네, 돌아서서 남 흉이나 보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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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14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삼계탕 먹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삼계탕 파는 보신탕집 아직 있나요?

mini74 2021-06-14 18:56   좋아요 4 | URL
왜 반대로 읽히지요 ㅎㅎㅎ

하길태 2021-06-14 21:25   좋아요 3 | URL
ㅎㅎㅎ 하필 보신탕 집에서 삼계탕을 드실려고 하세요?
보신탕 집 가 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글쎄요??????^^

하길태 2021-06-14 21:27   좋아요 4 | URL
ㅎㅎㅎ mini 님 말씀이 정답 같습니다.^^

mini74 2021-06-14 1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세팔이같은 친구 꼭 있죠. 저는 어릴 적 아우디는 모르고 그 차 지나가면 올림픽차라고 그랬어요. 오륜기 닮아서 ㅎㅎㅎ

하길태 2021-06-14 21:28   좋아요 3 | URL
ㅎㅎㅎ 재미있는 친구지요^^

2021-06-15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5 0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6-15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팔이 같은 친구가 옆에 있다면 속 터진다할지 몰라도 이야기만 들으니 넘 재밌어요!ㅎㅎ

하길태 2021-06-15 07: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습니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