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퇴사 후 자존감여행
조대현.정덕진.김경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회사는 나를 만들어 나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하는 곳이 아니다. 그런 회사를 자꾸 미워하지 마라.'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까지 터득할 수 있다. 저자는 여행을 자존감 회복이자 대인관계 능력의 향상, 대화 기술의 능력 향상, 자신의 내면 조절 능력을 변화시켜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것이 여행이라 정의한다. 또한 일상 혹은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통제하며 타인과 내가 스스로 도와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여행이라 말한다. 그러므로 여행은 인생을 긍정의 마인드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또 다른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여행지의 고급 정보는 책과 인터넷에 널릴 대로 널려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저자의 생생한 여행 경험이 내장된 여행 교양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간 다수의 여행 가이드북, 그리고 그 안에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까지 고스란히 담아 온 저자들이므로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여행은 재미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재미와 기대감이 우선시 되어야 경이로운 여행의 현실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기록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에 지져서 기록을 미루거나 일정에 노예가 되어 보고 만족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여유를 갖고 보고 느끼며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기왕이면 이런 때는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퇴사 후 처음 진행되는 여행에 필요한 사전 준비는 필수이다. 관광안내소 활용하기, 환전 및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등도 미리 공부하고 습득해 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보는 것에 급급하기보다 하나를 보더라도 집중해서 보고 느끼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라는 생각을 다시 갖게 한다. 이렇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 생활 등의 면면을 보게 될 것이다.

게임 개발자이며 기획자였던 저자의 퇴직기도 책의 전반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퇴사란 개인적인 이유, 회사적 이유로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퇴사는 삶의 새로운 도전과 꿈을 위한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진다.

퇴사 후 첫 유럽여행에서 얻은 깨달음, 호주에서 감기몸살을 겪으며, 좀 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던 사유의 시간들. 이러한 것들이 직장에서 겪은 온갖 잡념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할 수 있었던 발판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여행작가로서의 도약을 꿈꿀 수 있었던 중요한 시기로도 보이는 상황이었다. 친절하게도 독자를 위한 퇴직 경험에 대해 적어볼 수 있는 노트 형식의 서비스도 독자인 나의 퇴사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올바른 퇴사였든 부득이한 상황이었든-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자유>였다.'

어디든 갈수 있지만 또 다른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여행. 그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목적지로 자유롭게 행선지를 바꾸면 그만이다. 이것이 여행이며 자유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아이슬란드'여행. 저자는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원한 대자연, 백설기같이 흩뿌린 아이슬란드의 자연에 매료되듯 글을 써 내려간다. 퇴사 후 여행은 이처럼 맘 맞는 친구들과 자유를 누리며 떠나는 것이며 그 현재를 만끽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란 교훈을 얻는다. 하나 더 올리자면 언제 돌아올지 모를 비행 티켓, 이것이 퇴사자들에게 허용된 특권이 아닐까?

'당신도 여행을 할 때 읽지 말고 생각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눈높이를 여행지에 맞게 낮추는 안목, 어릴 때 여행하는 것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달라질 것이라 조언해주는 저자. 이렇게 여행은 자신을 낮추며 상대와 서로 응시하게 하는 자존감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여행은 사유의 공간이고 미래에 대한 꿈의 도전 장소라고도 여겨진다. 늘 읽던 책을 잠시 내려놓고 여행 중 창밖을 바라보는 행위가 근시안의 미래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럴 땐 전화기도, 책도 잠시 내려두고 조용히 주변을 나만의 시선으로 관찰해보자. 거기서 여행의 참된 가치, 나의 인격 향상이자 자존감 성장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는 모로코 여행 당시의 에피소드도 글에 담았다. 한적하고 모르던 길을 우연히 걷다가 얻은 행운은 여행의 기쁨이 배가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고 전한다. 우리가 느끼는 알지 못했던 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가치? 그것이 물질적 가치보다 더 크고 오래 잔상으로 남는 마음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 어두움이 밀려드는 시간 사이로 하나 둘 켜지는 프라하 화약탑 조명들. 딱딱하고 둔탁한 바닥이었지만 눈을 맞으며 처음 만나고 걷던 그 겨울의 프라하를 잊지 못하는 것처럼 여행의 새로운 발견은 행복이라는 영감을 던져준다.

무엇이든 정형화된 틀, 정해진 수순의 성공을 바라는 우리들에게 안성맞춤인 모로코 여행을 저자는 추천한다. 또한 인정 넘치는 이란의 택시 기사와의 만남과 우정어린 추억이 지나친 편견보다 못하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이란과 미국의 관계, 중간에 끼여 있는 대한민국이의 입장에서 이란을 때론 적대시 한 적도 있지만, 인간 대 인간이 만난다면 얼마나 정이 넘치는 사이로 변할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것이 여행의 참된 의미라고도 생각이 된다.

퇴사는 멀리 있는 일이자, 가장으로서 힘든 위치에 있는 것도 현재의 상황이지만 이 책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고 설레게 한다. 페이지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회사를 박차고 어디든 떠나야겠다고, 나의 움츠러든 자존감을 회복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는 듯하다. 대리 만족이자 간접적인 체험이지만 여행이란 자존감 형성과 상태 회복에 가장 큰 비타민이란 생각을 해본다. 세 명의 저자가 펼쳐내는 힘겨웠던 개인사와 여행을 통해 힐링 이상의 미래에 대한 가치를 얻었던 에피소드들. 퇴사와 여행을 준비하는 초심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한 번은 읽고 떠나야 할 담백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감성적이기보다 현실적이지만 여행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퇴사할 계획을 꿈꾸며 읽어 보는 '은퇴, 퇴사 후 자존감 여행' 독자들에게 커다란 영양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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