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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고 초라한 베란다 정원을 사진에 담아 봤다.
통일성도 없고 그야말로 어중이 떠중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여전히 나의 해바라기들은 지난 겨울의 혹한을 뚫고서 비실비실 그렇게 잘 자라나고 있는 중이다.
씨앗을 받은지 오래되서 그런진 몰라도, 절반 정도는 싹을 틔우지 않는 것 같다.
기회가 있을 때 더 받았어야 했는데...
지난 해에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이목동에 해바라기 씨앗을 더 받으러 갔었는데 그해에는 해바라기가 보이지 않았다.
한 녀석을 발견하고 좋아라하며 씨앗을 받으러 가려고 했는데 주차 때문에 결국 못 받았다. 활동의 제약이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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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네그리타의 황홀한 시간들을 끝물이다.
구근 다섯 개를 나누어 심었더니, 순차적으로 피면서 나의 작고 초라한 정원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었지. 나에게는 올해 네그리타 녀석들이 봄의 전령이었던 셈이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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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 여주에 은퇴해서 사는 대학 동창네 집에 갔다가 받아온 채송화 씨앗도 심었다. 이 녀석들도 겨울을 나고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건 뭐 어딜 갈 적마다 씨앗들을 받아 오니, 아예 작은 씨앗통 같은 걸 들고 다녀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나는 채송화라고 생각하는데 꽃 이름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안 비밀.
화분이 좀 작은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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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분에 있던 식물(? 이름을 모른다)에 물을 주다가 그만 꺾여서 대충 화분에 넣어 두었는데 다시 뿌리를 내린 모양이다. 말라 죽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식물의 대단하다.
작년 가을 광명동굴에 다녀 오면서 주운 도토리 하나를 화분에 심었는데 이 녀석도 싹을 틔운 모양이다. 그것 참 신기하구나. 이제 하다하다 도토리까지 심는구나 그래. 아주 가느다란 싹이 올라오고 있는데 잡초인지 도토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잡초라면 가차 없이 가위로 김을 매고 있는데 말이지. 특히 클로버 녀석들은 내 작고 초라한 정원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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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아보카도다. 오래 전에 아보카도를 먹고서, 씨앗을 수경재배하면 좋다는 글을 보고서 시도했는데 이쑤시개를 이용해서 수경재배한 녀석들은 모두 말라 죽었다. 진짜 몇 개월이 걸린다 했는데... 나의 보살핌이 부족했겠지.
그런데... 두둥, 드디어 화분에 심어 놓은 녀석이 두터운 껍질을 깨고 싹을 내밀었다네. 놀랍군 놀라워.
덩그러니 아보카도 녀석만 있는데 좀 그래서, 인근에 나가서 이끼를 좀 캐다가 심었더니만 세상에 잡초들 천국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가위로 잡초들을 가차 없이 발라냈다.
어제 후안 리드 선생의 <반란의 멕시코>를 한 달 걸려서 다 읽었다. 사실 작정하고 있으면 일주일이면 끝냈을 책인데, 이 책 저 책 읽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리뷰는 내일 써야지.
어제는 도서관에 희망도서가 도착해서 받으러 갔다 왔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 옷 입은 여인> 그리고 에르난 디아스의 <트러스트>. 보뱅의 책은 바로 읽기 시작했다. 여성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글인가. 그렇다면 그 작가의 시도 좀 읽어봐야 하나 어쩌나. 오늘 도서관에 다시 가니 디킨슨의 시집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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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안부두 <인천항구>란 횟집에서 먹은 60첩반상이다.
단가는 좀 쎘지만, 음식들이 끝없이 나와서 아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비슷한 가게들이 즐비했다.
유독 우리가 간 집만 사람들이 바글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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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나서 찾은 월미도.
날이 쌀쌀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많았다.
디스코팡팡도 여전했고.
디제이 아재의 입담만 듣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아재의 장난질에도 꿋꿋하게 철봉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도 재밌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