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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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요즘 만나는 책들은 왜 죄다 고양이가 들어가는 거지? 이틀 전, 제이미 셸먼이라는 리즈드(RISD:잘 나가는 디자인스쿨이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리고 쓴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를 만났다. 이거 그림체가 딱 내 스타일인데! 아니 나도 그럼 연필을 들어 이 작가의 괭이 브룩시를 모사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요런 생각이 딱 10초 들었다. 물론 귀찮아서 톰보우 4B 연필로 그림 그리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 나의 귀차니즘이여~

 

책장을 풀쩍풀쩍 넘기다가 그냥 든 생각 중에 하나가, 이렇게 좋아하는 괭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먹고 살 수가 있구나 싶었다. 수십억 명 지구별에 사는 이들이 먹고 사는 일들이 다 틀린 것처럼, 자신이 전공하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생활하는 이도 있구나 싶은 생각에 그랬다고.

 

제이미 셸먼의 널뛰기 감정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네 인간의 감정이란 언제나 그렇듯 한 방향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니까. 홀로 있고 싶다가도, 무리를 동경하기도 하고. 누구의 간섭도 원하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언이나 충고는 대환영 아닌가. 내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다가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에 주위에 약자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또 우리의 본성이 아닐까. 작가는 바로 그런 세세한 점들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가끔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막가파식 삶의 스타일에도 대찬성이다. 그리고 보니 어려서부터 잔소리를 아주 싫어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이제는 잔소리 회피 기술이 늘어 잘 대처하게 되었다. 누가 말했던 것처럼 나이와 술이 젊은 날의 나의 강퍅함과 성난 기질을 깎아 내리고 이제 조금은 둥글둥글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는 바로 그런 식으로 처음으로 작가의 고양이 브룩시 일당을 만나 감정이 무장해제되는 순간들을 덤덤하게 포착해낸다. 일단 푸근해 보이는 고양이 녀석들에게 인간의 감정을 빙의당한다. 뭐야, 이 녀석들 생각보다 귀여운데. 그런 다음 초단위로 감정이 휙휙 변해 가는 우리네 사유의 등장과 소멸이 함께 한다. 저자가 운전하는 그런 감정 변이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타서 공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거야말로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 아니던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그 너머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위로의 메시지가 아닐까. 원래도 그랬지만, 대충 살자의 내 삶의 모토가 아니었던가. 뭐라도 하지 않으면 강박에 시달리게 되는 우리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고양이 브룩시 일당들의 여유롭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모사도 따라 해보게 됐다. 연필로 쓱쓱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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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05 10: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따라 저도 그려봄 ㅋㅋ

앞발 들고 차룟!
  ∧_∧
  ( ・ω・)=つ≡つ
  (っ ≡つ=つ
./   )
( / ̄∪

레삭매냐 2021-02-05 11:36   좋아요 2 | URL
제가 그린 어설픈 그림보다
헐배~ 나아 보입니다 :>

헛 헛 마치 박싱하는 괭이?

잘잘라 2021-02-05 11: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연필로 쓱쓱‘
‘연필로 쓱쓱‘

오늘 계속 흥얼거릴것 같아요. ^^

레삭매냐 2021-02-05 11:47   좋아요 2 | URL
제이미 셸먼 공방 홈피에 들어가
보니 마음에 드는 갠춘한 그림들
이 제법 있더라구요 :>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모사해
보고 싶네요. 날림으로요.

페넬로페 2021-02-05 1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진짜 고양이가 대세인가봐요^^
딸아이도 유튜브로 고양이 기르는 프로를 많이 보더라구요^^고양이만 여러 마리 길러도 조회수가 많아 거뜬히 먹고 살 수 있는것 같아요**
레삭매냐님, 일러스트 넘 좋은데요**☆☆☆☆☆

레삭매냐 2021-02-05 13:13   좋아요 4 | URL
요즘 너튜브는 정말 다양한 방식
으로 진화하는 모양입니다.

고양이랑 노는 영상으로도 벌이
가 되는군요 ㅋㅋ

날림으로 보고 그린 거랍니다.

얄라알라 2021-02-05 1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냥이 넘 개성있게 그리셨는데요^^

레삭매냐 2021-02-05 13:14   좋아요 3 | URL
책에 나오는 그림 중에서 가장
쉬워 보이는 녀석으로 베꼈습니다.

컬러링은 색깔펜이 없어서 패스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1-02-05 1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쓱쓱 그리신 거란 말인가요? @@
넘 근사한대요!!!

레삭매냐 2021-02-05 13:33   좋아요 3 | URL
덧글에 힘입어 두번 째 넘도
한 마리 더 그려 보았습니다.

coolcat329 2021-02-05 13: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는 첫번 째 고양이 넘 좋은데요 ~~♡

레삭매냐 2021-02-05 13:33   좋아요 4 | URL
항상 이게 문제네요 -

내친 김에 한 마리 더 그려 보았는데
망했네요. 역시 첫번째 시도가 더 좋
더라는.

청아 2021-02-05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는 두번째가 더 좋아요.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듯함ㅋㅋㅋ👍

레삭매냐 2021-02-05 19:05   좋아요 2 | URL
연필 위에 볼펜으로 덧칠해서
윤곽선을 좀 더 붙여 보았습니다.

붕붕툐툐 2021-02-13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야~ 따라 그린 고양이 넘나 귀여워요~~ 레삭매냐님도 고양이 책 내시려는 겁니까?
저도 반려 고양이로 태어나서 어슬렁 거리고, 자고, 먹고, 집사일 방해하고, 창으로 바깥 구경하고 그러고 싶어용~

레삭매냐 2021-02-13 12:13   좋아요 1 | URL
댕댕이들보다 아무래도 고앵이들의
팔자가 더 좋아 보입니다.

전 제 앞가림도 잘 못하는 닝겡인지라
반려 동물은 생각도 못하고 있답니다.

이홍영 2021-02-1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또다시 만난지 백일째!
성민아 영원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