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날 이달의 작가의 제이디 스미스다.
오래 전부터 제이디 스미스의 이름은 알고 있었으나... 책은 읽은 게 없더라.
누군가 오래전에 그녀의 데뷔작 <하얀 이빨>이 드랍게 재밌다 해서 관심을 몇 초간 지닌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중에 아주 시간이 흘러 중고서점에서 <하얀 이빨>을 만났다.
그 때 이미 책은 절판되었고(아마 판권 계약 소멸), 도무지 나머지 2권을 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제 다시 중고서점에서 비교적 신간인 <런던 NW>를 샀고 재밌게 읽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그전에 사둔 책들을 모아 사진을 찍어 봤다. 온 뷰티 2권도 샀다고 하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우리 책쟁이들의 숙명이 아니던가. 일단 <런던 NW>를 읽고 나서 드랍게 재밌다는 <하얀 이빨>에 도전할 계획이다. 2권은 살 방법이 없기에 아마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골라봤다.)
제이디 스미스는 1975년 10월 25일, 영국 런던의 윌즈던에서 태어났다. 윌즈던은 소설 <런던 NW>에도 등장하는 지명이다. 역시나 작가들은 자신들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집필활동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어머니는 자메이카 출신 이본 베일리 그리고 아버지는 영국 사람 하비 스미스. 14살 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Sadie에서 Zadie로 바꾼다. 14살 짜리가 자기 이름을 바꿨다고? 자신의 의지인가 아니면 아버지나 어머니의 결정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어머니 이본은 1969년에 자메이카에서 영국으로 이민왔고, 스미스 부부는 제이디가 십대 시절에 이혼했다. 형제 중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래퍼로 활동하는 닥 브라운이라고 한다. 참고로 나는 누군지 모르고, 굳이 검색해 보고 싶은 마음도 쿨럭.
어려서 탭댄싱을 좋아하던 제이디는 뮤지컬로 커리어를 시작해 보려고도 생각했던 모양이다. 재즈 가수로 돈을 벌었고,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했지만 결국 그녀는 소설가가 되었다.
제이디 스미스 성공의 출발점은 아무래도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25살 때, 그 유명한 전설의 <하얀 이빨>을 발표하면서 일약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아니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출판사들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판권 계약을 위해 달려들 정도였다니(아니 그것도 만들어진 전설의 일부려나) 정말 대단한 출발이 아닌가. 그란타에서 그녀를 미래에 잘나갈 젊은 작가로 선정한 것도 한몫했지 싶다. 그랜타는 유료 잡지라 돈을 내야 기사에 접근할 수 있더라. 치사하다.
2000년 <하얀 이빨> 이래, 제이디 스미스는 모두 5권의 책을 발표했다. 2002년에는 <오토그래프 맨>, 2005년 <온 뷰티>, 2012년 <런던 NW> 그리고 2016년 <스윙 타임>. 물론 그동안 다수의 단편들과 에세이들도 꾸준하게 써오고 있다. 그러니 천상 글쟁이라는 말이겠다. 국내에는 <하얀 이빨>, <온 뷰티> 그리고 <런던 NW> 이렇게 세 편의 소설이 번역되었다. <하얀 이빨>은 판권 계약이 종료되어서인지 어쩐지 이제 절판되었다. 그리고 중고시장에서 엄청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더라. 1편이라도 건진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어쩌나. 어쩌면 다른 출판사에서 곧 재개정판으로 나올 지도 모르는데, 업자들의 과욕이지 싶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신판이 나오면 중고책값이 팍 떨어지는 걸 수차례 보았으니 말이다.

원래 내 계획은 어제 사들인 <런던 NW>을 읽고 그렇게 “드랍게” 재밌다는 <하얀 이빨>(제목부터 무언가 끝장 내주는 느낌이 들지 않은가!)로 직행하려고 했으나 결국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출근길에서 <하얀 이빨>을 꺼내 들었다. 지난번에 도전했을 때 52쪽까지 읽었는데 이번에는 무사히 완독할 수 있길.
아직 <하얀 이빨>과 <런던 NW>의 초반부를 읽고 있는 중이라,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는데 제이디 스미스는 주인공 아치 존스나 리아 한월에게서 비주류의 삶을 사는 군상들의 모습을 건져 올린다. 아치 존스는 초반 등장부터 이슬람 정육점 앞에서 자살 시도를 하지 않나. 29년 동안 같이 산 오필리아 디아질로는 마누라가 아니라 원수 같은 존재다. 사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함께 한 인내를 평가해 주어야 하나. 리아의 엄마 폴린은 미용사 사위 미셸을 자기 맘대로 마이클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서구 사회의 고질적인 인종주의 문제를 보너스로 추가한다. 스트레이트로 시원하게 읽어내야 하는데, 찔끔찔끔 읽으려니 독서의 맛이 제대로 나지 않은 그런 느낌. 그래도 짬짬이 페이퍼를 추가하는 재미도 대단히 쏠쏠하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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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하얀 이빨>은 내게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느낌이다.
디킨지언 스타일의 대환장 파티를 기대했건만, 지금은 이미 새로운 밀레니엄이었던 2000년으로부터도 20년이 더 지난 시점이 아니었던가.
25세의 재기발랄한 제이디 스미스가 20년 전에 다룬 이야기들이 당시에는 참신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지난 20년 동안 숱하게 발굴된 이야기의 전주곡이 아닐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어렵사리 구한 2편의 결말에 가서는 왜 이렇게 지치던지. 드라마의 결말하고도 상이한 그런 느낌이었고.
그런 다음 다시 <런던 NW>를 집어 들었는데 첫 번째 꼭지는 갠춘했으나 두 번째 꼭지에서는 그야말로 꼭지가 돌 지경이다. 필릭스 쿠퍼의 프로젝트 카 스토리에 진이 빠져 버린 느낌이다. 오늘까지 40%를 돌파한 시점에서 잠시 소강 상태를 맞이하고 있다.
대신 <온 뷰티>를 새로 읽기 시작했는데 출발이 좋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영국 런던 북부의 킬번이라고 했던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티프가 살짝 배어 있는 그런 느낌도 들고... 서로 화합할 수 없는 두 가문의 적대적 결합에 대한 스토리라고나 할까. 아직 초반부고, 내러티브 전개와 등장인물간의 관계도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온 뷰티> 1권은 신간으로 사고, 2권은 중고로 샀는데 출간된 지 두 달만에 반값으로 샀더라.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일이 되어 버렸지만.
뉴요커에 실린 중편 <캄보디아 대사관>을 출력해 두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다. 조지 손더스의 단편들처럼 링바인딩을 해서 보관해야 하나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