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지음, 최미르 옮김 / 가로책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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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관계란 쉽지 않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가 말했던가. 길들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누구나 길들이기 쉬운 상대는 없으니까.

제일 어려운 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책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말이다. 수많은 난제 속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문제 앞에서 어느 순간에 나는 뒤로 숨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끄럽게 자신을 항변하기도 했으며, 또다른 어느 순간에는 구질구질하게 자기 합리화에 몰입하기도 했던 것을 기억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

어려운 순간에 직면했을 때마다 어떤 선택을 했었을까. 공자 선생의 논어를 읽고,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법구경을 읽어왔다.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힘을 주고싶었을까. 생각해보면 지극히 소극적이면서도 비겁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관계론에 나오는 이야기와는 전혀 반대의 길을 갔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무슨 생경스런 고백인가.

 


얼마전 시내 작은 서점에 갔을 때 카네기의 책 시리즈를 본 적이 있었다. 인간관계론 뿐 아니라 다른 주제의 책들이 함께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책은 인간관계론이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일까.

자기계발서임에도 불구하고 카네기의 책은 지루함 없이 잘 읽힌다. 그의 책은 다양한 이야기와 예시가 실렸다. 그로 인해 공감과 설득력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아마도 카네기가 루즈벨트의 인상을 좋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각설하고 책에는 정말 많은 인물과 그들의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카네기의 이야기에서 존재가치에 대한 인정이라는 표현으로 책의 핵심을 요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말하기를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대화를 통해 미소와 배려 그리고 경청과 같은 노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긍정적 요소들은, 결국 한 인간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방법이라는 표현이 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간의 깊고도 오묘한 심리를 들여다보면서 만들어가는 관계와 개선이라는 요지는, 나름 신뢰와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부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부부와 자녀를 포함한 가족의 사이에서도 그 법칙은 유용하다. 따지고 보면 부부와 가족 역시 인간 대 인간의 구성집단이지 않은가 말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못을 직설적으로 지적하지 말고, 가능하면 논쟁은 피하라. 늘 웃는 모습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교감하고,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며, 잘잘못에 대한 잔소리를 배제하라. 그의 이야기는 사실 특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몰입하게 되는 것일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사람들이 다 선함으로 가득차 행복한 세상으로 돌변할 것도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만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기도 한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가득 채워지면 그 배려가 내게 선한 결과로 돌아온다고 하지만, 때때로 우리 삶의 모습에서는 그렇지 못한 결과도 많지 않은가말이다. 이쯤에서 또 반항심에 볼멘소리가 커지는가보다.

 


늘 배려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살아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선함보다는 상처뿐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 아이들에게 배려를 강조한다.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고 단박에 거절하는 사춘기 아이에게 서운함과 반감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그래도 다시 배려를 강조하는 나는 참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을 숨길 수가 없다.

 


아니 아니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고.. 아니 살만하다. 사람들이 자신들마다 지니는 어떤 신념의 여부를 떠나 자신과 주변인을 위해 한번쯤 이런 부류의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은 이러한 내용을 책으로 접해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본인이 살아가면서 스스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설이다. 나이가 들면서 치열함과 강대함은 내려놓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에 맞게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면 마땅히 고개를 숙여야 할 곳과 그런 순간순간을 알게 되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되돌아오는 자잘한 이익을 생각하기보다는 희생의 개념이 더 먼저인가 싶기도하다.

각설하고, 여전히 이어지는 여로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또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무거운 주제를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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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국어 개뼈다귀 (2022년) - 고등 국어 개념 걱정 뚝!
김기택 지음 / 하늘바람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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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루하고 힘든 명절이 끝났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시간으로 기억될 법도 한 명절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아내와 며느리의 자리에서, 엄마의 자리에서, 또 딸의 자리에서 매번 동분서주하며 동동거리며 살아간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다. 멀리 시댁에서 돌아오는 길 눈앞을 가로막는 폭설을 마주했었다. 눈발을 뚫고 높은 산과 고개를 에돌아왔다. 푹푹 나리는 눈발 속에서 잊을 건 잊고, 위로 받을 건 위로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게 이처럼 다행스러운 순간들이 있었을까.


올해 고 3이 되는 쌍둥이 조카 중 한 명과 대화를 했었다. 문과지만 언어영역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차가 있고 생각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 더이상 말하지 않고 웃었다. 그래도 아줌마 고집으로 혼자 생각하기를 국어는 중요하다. 언어영역을 왜 제일 먼저 보는지 아는가? 되묻는다. 철없는 어린 조카와 이야기하고는 돌아서서 혼자 웃고 혼자 조그마한 분노를 만들어내는 나는 이다지도 어리석은 어른인가보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입시와 관련해서는 운도 어느정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공부를 잘하는 것과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과의 상관관계가 때때로 무의미하다는 회의론적인 생각에 빠져드는 중이기도 하다. 어차피 졸업 이후의 인생은 그 사람이 어떤 마인드와 노력으로 주어진 삶에 임하는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학력과 그 사람의 배경과 그 사람의 경제적 자력을 떠나,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올곧게 하는 것은 그만의 인성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인 까닭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길게 썼다가 다 지운다. 사설이 길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번에 접했던 책은 고등국어 개념과 관련한 개뼈다귀(개념의 뼈대 잡기로 다 같이 귀한 시간 알차게)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을 단 언어영역의 교재다. 쉽게 말하면 문제집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본 적이 있다. 아들아이에게 문제집과 개념서를 사줄 요량으로 같이 종종 서점에 나가곤 하니말이다. 출판사마다 분야별로 구분해 정말 많은 교재들이 시선을 끈다. 담임 선생님께 조언을 구한 자료를 토대로 교재들을 살펴보는 일은 재미있는 일인 동시에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내용을 떠나 내 아이에게 잘 맞는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쁜 신발도 내 발에 맞지 않으면 신을 수 없는 이치라고 할 수 있을까.


이과 성향의 아이는 해설이 많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공부하기에는 해설이 많은 교재가 좋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이번 교재가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기대감이 생겨난다.

교재(이하 책이라고 해둔다)는 운문과 산문으로 내용을 분리하고 있다. 운문에서 다루는 내용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시조, 사설시조, 민요, 가사를 포함하고 시대별로 고전 시가뿐만 아니라 근대의 시인들의 작품까지 싣고 있다. 저명한 시인들의 작품들이 여럿 보인다. 반면 현대 작가 내지는 2000년대 이후의 시인과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달. 포도. 잎사귀’의 장만영 시인은 75년도에 타계를 했고, 책에는 시인들의 행적이 기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용악 시인의 작품 ‘하늘만 곱구나’와 모더니즘파로 알려진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가 실렸으며, 김광균 시인의 작품 ‘외인촌’을 다루고 있으니 그나마 근현대문학까지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산문은 어떨까. 솔직히 대학에서 시를 더 자주 접했던 내게 있어 책에 실린 고전 소설은 시보다는 조금은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표적으로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나 초등학교 때 읽어보았던 작자미상의 ‘박씨전’, 흥부놀부 이야기의 근원이 되는 ‘흥보전’, 문득 고전 소설 김만중의 구운몽을 연상케하는 ‘운영전’을 제외한 나머지 몇몇의 작품들은 익숙한 듯 낯선 작품들이었다.


대략의 작품소개는 이러하다. 이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저자도 여러번 강조했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책의 활용법이다. 이번 책은 개념서(문제편)와 해설서 각각 따로 보는 책이 아니라 두 가지를 동시에 펼치고 함께 살펴봐야 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예를 들어보자. 첫장에 실린 견회요 편에 등장하는 어휘 ‘설의적 표현’을 접했을 때, 설의적 표현이란 개념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어 당황해하는 이들을 위해 저자는 해설서에서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바로 같은 단락 안에 해설서에 풀이가 나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설 편에서는 말 그대로 운문과 산문을 접할 때 기본적으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개념과 작품마다 꼭 익혀두어야 할 필수 개념들이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단순한 어휘의 뜻에서부터 시작해 어조와 각 작품마다 지니는 형식, 그리고 작품해설이 실려있어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어렵지 않으면서도 상세하게 접근해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책의 가장 좋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매 작품마다 중요 포인트까지 집어주고 있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문제 편에 소개하고 있는 작품과는 별도로 해설 편에서도 원 작품과 함께 읽어봐야 할 다른 주요 작품들까지 첨부하고 있어, ‘확장해가며 읽기’가 가능한 자료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작품에 실린 문제 풀이에서는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동시에 작품에 대한 내용과(운문) 줄거리(산문)를 파악할 수 있고, 이 작품에서는 무엇을 중요시하며 강조하는가에 대한 ‘감각’을 스스로 키워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리를 해보자. 이번 책은 보기 쉽게 쓰여졌기에 접근방법이 용이하고, 내용적인 측면에도 깊이감이 있어 심도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빛나는 자료다.

책의 여러 장점을 나열해도 실은 읽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내가 아들에게 이렇게나 좋은 자료가 있다, 한번 읽어봐라! 해도 녀석이 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올해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녀석이 엄마 마음을, 책을 낸 저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고맙겠지만 그게 어디 욕심만으로 가능한 일인가말이다. 그래도 어찌됐든 가능하면 녀석의 책상 가까이 두고 볼 일이다.


바라고 싶은 욕심은 199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를 거쳐 현재까지 말 그대로의 생생한 현대 작품들에 대한 자료가 아닐까싶다. 꾸준한 배려와 성실함 그리고 저자만의 진득한 노력으로 완성된 개뼈다귀(개념의 뼈대 잡기로 다 같이 귀한 시간 알차게)의 후속편을 계속 기다려본다. 저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또 하는 잔소리는 국어(언어영역)는 가볍게 볼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개개인의 실력을 떠나서 우리 스스로가 국어를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목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아들과 딸. 조카들. 그리고 수많은 어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잔소리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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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2-15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어영역이면 저도 할말이 많아요 ^^
이과였고, 이과과목이라하는 과목을 좋아하긴 햇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하지만), 그래서 그런지...언어영역이 가장 힘든 과목이었어요. ..그런데 책읽기는 좋아했던 저는 언어영역 점수가 왜 안나오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되면서 깊은 빡침이 왔어요. ...그래서 오기로 언어영역 문제만 미췬듯이 풀었는데도 점수는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이게...진짜 내신은 사실 외워서 (사실 고등학교 과목은 모두 외워서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하면 되는데 수능이 이게 안되서..정말 사람 미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까지도 내가 왜 언어영역은 안되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어요. 한가지 생각해 낸 건 내 언어능력은 우리나라 수능시험이 제대로 평가해내지 못한 것이다라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여전히 언어영역 잘했던, 잘한 사람이 부럽습니다. ㅎㅎ

월천예진 2022-02-15 11:27   좋아요 0 | URL
지금 와서 생각해도 공부는 늘 어렵지요. 저는 단지 제 아이들이 자신들만이 느낄수 있는 성취감을 알아가기를 원하고 있어요. 점심시간이 다 되어 일어나는 아들에게 잔소리하기도 지쳤네요. ㅋㅋ
 
남도를 품은 이야기 - 최남단 도서 해안 구석구석에서 건져올린 속 깊고 진한 민속과 예술
이윤선 지음 / 다할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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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를 품은 이야기

 



저자 이윤선에 대한 소개글을 읽었다. 민속학자, 예인, 교수, 저자 그리고 문단에 등단까지 했다는 소개글이 그의 행적을 따른다. 재주가 많은 사람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말이다. 이 모든 행적의 에너지원은 아마도 그가 품고 있었던 애향심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문득 그의 열정의 시작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도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내게 있어 남도는 질펀한 사람 냄새나는 곳이라는 환상이 적지 않은 곳이다. 우리 땅 어디를 가든 다르지 않겠지만 유독 남쪽으로 갈수록 느껴지는 그 기운을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집집마다 늘어진 감나무에 달린 무수히 많은 감처럼, 그냥 그렇게 달려있더란 말이다. 속속들이 이야기도 많고, 정도 많고, 한도 많은 채로 조용히 그 자리에 달려 있는 것 같은 것이, 그 모습이 마치 남도가 품고 키워내는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을 기억한다.

내 지나간 추억을 소환하기를 원했던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시작은 그러했다. 남도를 품은 이야기 안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자 했던 것일까.

 


책은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소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저자 이윤선의 시선이었다. 저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작은 남도였기에, 남도 땅에 뿌리는 둔 이야기의 확장이라고 봐야 한다.

이쯤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의 이야기가 아니 저자의 시선이 어디까지 확장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슬며시 꺼내어본다면, 그냥 조용히 웃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한가지 한가지 이야기마다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싶어했고, 저자는 일정부분 내 욕구불만을 친절하게 대응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책은 내 욕심 찾기에서 벗어나게 이끌어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남도를 품은 이야기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어찌됐든 이야기마다 내포하고 있는 것은 깊고 오묘한 삶의 진실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기억나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다.

개펄에 돌을 옮겨놓아 길을 만든 노두 이야기는 저자만의 세계관이 보이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꿈꾸는 세계,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갈망이(바람) 드러난다고 해야할까. 문득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표현이 생각이 나던 차에, 저자가 이 장에서 노두의 인문학이라 명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외 김치와 젓갈, , 고래 이야기하며 남도 땅과 연을 맺은 오래전 외국의 사신 이야기와 문순득(최초의 세계여행자)의 이야기는 시선을 끄는 대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읽는 이가 어떤 시선과 주관으로 읽는가에 따라 각자 기억될만한 이야기는 어느정도 달라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책 속에 인용된 글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닿는 문장을 이곳에 담는다. 물론 책이 갖는 분위기가 시종 똑같다는 것은 아님을 미리 밝힌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록은 그저 개인의 취향이고 개인의 선택이다.

사람도 만물도 수만 번 변하여 태어나는 것이다. 그 이치가 또한 이와 같다. 성인은 가르침을 베풀어 배우는 사람에게 기질을 변화하여 성현에 이르게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에게는 쇠망을 바꾸어 치안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는 성인이 음양의 기를 돌이켜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는 공에 참여하여 돕는 까닭이다. 어찌 불씨의 인과설이 그 가운데 용납될 수 있을 것인가.(“불씨잡변중 일부) -p32

 


각설하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저자가 소개했던 그 표현이 좋다. 흥그레소리(아라리)와 가슴애피(가슴앓이) 같은 표현들 말이다. 기분이다. 이쯤되면 기분이 달떠서 남도 아리랑 한편은 듣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청천 하늘에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 속에 희망도 많다’(진도 아리랑)던 노랫말처럼 올 한해는 좋은 것들만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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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다
보호자의 신분으로 오는건 참 오랜만인 듯 ~~
수술 하루 전이라 그래도 여유가 있나보다
간단한 수술이라고하는데
당사자나 보호자는 늘 그렇듯 긴장부터 한다

이어폰을 가져오길 잘 했다
옆 침대에 할아버지가 이어폰 없이 tv를 보시는 중
내 선에서 먼저 소리를 차단하는 게 최선인 듯싶다

비발디의 라 폴리아를 무한 반복으로 설정해 둔다
소로의 책을 가져왔다. 다시 읽어보려 하는 중이다.
이 무료하고 건조하고 텁텁한 기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줄 것 같아

주변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가래 끓는 기침소리에 민감해진다
내가 천식으로 시끄러워지면 다른 이들도 예민해지겠군
기미가 보이면 병실 밖으로 바로 나가는 게 상책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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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0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월천예진 2022-01-10 10:3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집수리 닥터 강쌤의 셀프 집수리 - 내 집은 내가 고친다
강태운 지음 / 리스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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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은 내가 고친다

집수리 닥터 강쌤의 셀프 집수리

 

 

 

실용서적이고 집수리에 관한 책이다. 갑자기 왜 집수리 관련 책인가. 그러니까 뭐랄까. 사람이나 집이나 나이가 들고 세월이 가면 늙고 낡아가는 건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나는 조금씩 나이 들어가고, 내 집은 그렇게 낡아가는 중이다. 어딘지 모르게 괜히 서운해지는 건 왜일까. 25년 된 낡은 아파트에 살다보니 손 볼 곳이 자꾸만 늘어간다. 이건 묘한 심리인데 외면하고 싶어서 모른척하면서도, 문제점들이 눈에 뜨일 때마다 한걱정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보다.

결혼하고 세 번의 이사를 했다. 신혼집으로 들어가면서 한번, 중간에 남편의 회사 근처로 가면서 두 번의 이사, 그리고 지금 사는 곳이 세 번째 집이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큰 아이를 임신해서 이사 들어왔으니 못해도 18년은 산 것 같다.

 

문득 한계치를 생각한다. 인간의 삶의 한계치는 어디까지일까. 집의 한계치는 또 어디까지인가. 끝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한계치를 수용하고, 딴은 그 한계치를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기위해서는 말 그대로 관심과 손길의 적절한 매무새가 필요한 법이지 않은가. 사는 동안 병이 나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집도 고장이 나면 수리가 필요한 법이다.

우리 집도 여전히 골골하는 중이다. 작년에 안방 화장실 변기를 교체했으며, 여름에는 부엌 싱크대 수전을 바꿨다. 샤워기 수전이야 때 되면 바꾸는 평범한 일이 된지 오래고, 전등을 LED등으로 바꿨다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작년에 다시 교환했다. 삼년 전에 베란다 곰팡이 적멸?작전으로 곰팡이 제거제를 바르고 페인트를 다시 발랐는데 올 겨울에 곰팡이가 다시 피고 있다. 여기까지. 집에 대한 큰 욕심이 없노라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슬쩍 넘어가도록 하자. 그게 제일 마음이 편하다.

 

남편과 내가 조금씩 집을 수리하는 동안, 보다 일찍 셀프 집수리관련 책을 접했더라면 우리의 고충은 훨씬 줄어들었을까. 대부분의 집수리는 공대출신의 남편이 해왔다. 물론 무게가 나가는 변기교체는 내가 거들긴 했지만 내 몫은 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다. 책을 읽어보면서 이제 내가 자력으로 집수리를 할 수 있을까를 자문한다. 그런데 실은 여전히 자신이 없다. 자신감 부족일까. 왜일까.

 

책을 쓴 강태운은 집수리 관련 유튜버라고 한다. 그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직접 수리를 하는 방법을 전해주기 위해 용기를 내 책을 냈다고 했다. 책 속에는 그의 꼼꼼함과 성실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많은 정보들이 실렸다. 수리과정에 있어 난이도를 미리 선정하는 동시에, 준비물 소개와 진행과정을 순서에 맞게 사진들과 함께 싣고 있다. 또 저자만이 알고 있는 요긴한 팁을 소개하고, 관련된 세부정보 또한 첨부하고 있어 다양한 지식을 접해볼 수 있다.

책은 가볍게 지나치지 말고 잘 살펴보면 더 좋을 책이다. 저자는 비슷한 재료라 하더라도 크기와 용도에 따라 달리 쓰이고 있음을 설명하고, 구입과 관한 일반인들의 의문점들에 대해 미리 대처하는 모습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셀프수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작업과정과 당장 필요한 작업에 대해 더 집중해서 본 것 같다. 싱크대 경칩이 망가졌을 때, 서랍이 망가졌을 때, 싱크대 수전 교체하기, 변기 부품 교체하기, 욕조 실리콘에 곰팡이가 생겼을 때, 변기 아래 시멘트가 갈라졌을 때 등등. 실제로 수리가 필요한 순간에 맞게 상황을 나누어 설명한다. 때문에 당장 내가 필요한 작업을 먼저 찾아 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젠 남편이 공구함에서 어떤 도구를 가져오라고 할 때 당황하지 않고 잘 찾아 가져갈 수 있을 것도 같다. 책 초반에 소개하고 있는 기본 도구 편을 보면서 펜치와 니퍼, 롱노즈 플라이어의 이름을 확실히 알게 된 건 소소한 이득 중에 하나다.

 

반면 아쉬웠던 두 가지 정도를 이야기해보자.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물론 책은 사진 하단부에 설명을 잘 붙여주고 있으나, 작업에 따라서는 전문용어가 많고 사진의 어느 부위를 표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변기 부품 교체하기에서 ‘사이펀’이 무엇인지. 세면기 교체하기에서 ‘P트랩’ 혹은 ‘팝업트랩’, ‘T트랩’과 같은 부분이 어디쯤인지 안내 없이 그냥 ‘연결한다. 벽에 끼워 높이가 맞는지 확인한다’, 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도구와 재료 부품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전문가 혹은 기술자들은 쉽게 이해가능한 부분이나, 정보가 없는 평범한 이들에게는 지금 설명하는 부품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을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사진에서 보이는 각각의 부품에 대한 명칭을 한번쯤 사진 옆에라도 적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개인적인 욕심이다.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난이도를 보여주는 별점 표시가 있는데, 저자가 쉽고 간단하다고 언급했던 작업들이, 난이도를 나타내는 별점 표시에서는 별 4개 이상으로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마도 저자의 시점에서 쉬운 작업이라 생각했으나, 독자의 시선에서 별점을 표시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일정부분 통일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와 같이 전문가 내지는 기술자의 시선이 아닌, 일반인들의 시선과 눈높이에 반 발짝 더 다가서면 좋을 듯싶다.

 

총평이다. 직접 집수리를 할 때 든든한 의지가 되어줄 책이다. 작업을 진행함에 앞서 먼저 다양한 도구의 쓰임새와 교환할 부품의 대해 미리 정보를 숙지하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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