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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지음, 최미르 옮김 / 가로책길 / 2022년 2월
평점 :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관계란 쉽지 않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가 말했던가. 길들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누구나 길들이기 쉬운 상대는 없으니까.
제일 어려운 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책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말이다. 수많은 난제 속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문제 앞에서 어느 순간에 나는 뒤로 숨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끄럽게 자신을 항변하기도 했으며, 또다른 어느 순간에는 구질구질하게 자기 합리화에 몰입하기도 했던 것을 기억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
어려운 순간에 직면했을 때마다 어떤 선택을 했었을까. 공자 선생의 논어를 읽고,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법구경을 읽어왔다.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힘을 주고싶었을까. 생각해보면 지극히 소극적이면서도 비겁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관계론에 나오는 이야기와는 전혀 반대의 길을 갔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무슨 생경스런 고백인가.
얼마전 시내 작은 서점에 갔을 때 카네기의 책 시리즈를 본 적이 있었다. 인간관계론 뿐 아니라 다른 주제의 책들이 함께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책은 인간관계론이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일까.
자기계발서임에도 불구하고 카네기의 책은 지루함 없이 잘 읽힌다. 그의 책은 다양한 이야기와 예시가 실렸다. 그로 인해 공감과 설득력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아마도 카네기가 루즈벨트의 인상을 좋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각설하고 책에는 정말 많은 인물과 그들의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카네기의 이야기에서 ‘존재가치에 대한 인정’이라는 표현으로 책의 핵심을 요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말하기를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대화를 통해 미소와 배려 그리고 경청과 같은 노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긍정적 요소들은, 결국 한 인간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방법이라는 표현이 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간의 깊고도 오묘한 심리를 들여다보면서 만들어가는 관계와 개선이라는 요지는, 나름 신뢰와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부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부부와 자녀를 포함한 가족의 사이에서도 그 법칙은 유용하다. 따지고 보면 부부와 가족 역시 인간 대 인간의 구성집단이지 않은가 말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못을 직설적으로 지적하지 말고, 가능하면 논쟁은 피하라. 늘 웃는 모습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교감하고,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며, 잘잘못에 대한 잔소리를 배제하라. 그의 이야기는 사실 특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몰입하게 되는 것일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사람들이 다 선함으로 가득차 행복한 세상으로 돌변할 것도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만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기도 한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가득 채워지면 그 배려가 내게 선한 결과로 돌아온다고 하지만, 때때로 우리 삶의 모습에서는 그렇지 못한 결과도 많지 않은가말이다. 이쯤에서 또 반항심에 볼멘소리가 커지는가보다.
늘 배려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살아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선함보다는 상처뿐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 아이들에게 배려를 강조한다.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고 단박에 거절하는 사춘기 아이에게 서운함과 반감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그래도 다시 배려를 강조하는 나는 참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을 숨길 수가 없다.
아니 아니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고.. 아니 살만하다. 사람들이 자신들마다 지니는 어떤 신념의 여부를 떠나 자신과 주변인을 위해 한번쯤 이런 부류의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은 이러한 내용을 책으로 접해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본인이 살아가면서 스스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설이다. 나이가 들면서 치열함과 강대함은 내려놓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에 맞게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면 마땅히 고개를 숙여야 할 곳과 그런 순간순간을 알게 되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되돌아오는 자잘한 이익을 생각하기보다는 희생의 개념이 더 먼저인가 싶기도하다.
각설하고, 여전히 이어지는 여로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또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무거운 주제를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