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를 품은 이야기 - 최남단 도서 해안 구석구석에서 건져올린 속 깊고 진한 민속과 예술
이윤선 지음 / 다할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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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를 품은 이야기

 



저자 이윤선에 대한 소개글을 읽었다. 민속학자, 예인, 교수, 저자 그리고 문단에 등단까지 했다는 소개글이 그의 행적을 따른다. 재주가 많은 사람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말이다. 이 모든 행적의 에너지원은 아마도 그가 품고 있었던 애향심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문득 그의 열정의 시작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도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내게 있어 남도는 질펀한 사람 냄새나는 곳이라는 환상이 적지 않은 곳이다. 우리 땅 어디를 가든 다르지 않겠지만 유독 남쪽으로 갈수록 느껴지는 그 기운을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집집마다 늘어진 감나무에 달린 무수히 많은 감처럼, 그냥 그렇게 달려있더란 말이다. 속속들이 이야기도 많고, 정도 많고, 한도 많은 채로 조용히 그 자리에 달려 있는 것 같은 것이, 그 모습이 마치 남도가 품고 키워내는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을 기억한다.

내 지나간 추억을 소환하기를 원했던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시작은 그러했다. 남도를 품은 이야기 안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자 했던 것일까.

 


책은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소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저자 이윤선의 시선이었다. 저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작은 남도였기에, 남도 땅에 뿌리는 둔 이야기의 확장이라고 봐야 한다.

이쯤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의 이야기가 아니 저자의 시선이 어디까지 확장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슬며시 꺼내어본다면, 그냥 조용히 웃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한가지 한가지 이야기마다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싶어했고, 저자는 일정부분 내 욕구불만을 친절하게 대응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책은 내 욕심 찾기에서 벗어나게 이끌어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남도를 품은 이야기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어찌됐든 이야기마다 내포하고 있는 것은 깊고 오묘한 삶의 진실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기억나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다.

개펄에 돌을 옮겨놓아 길을 만든 노두 이야기는 저자만의 세계관이 보이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꿈꾸는 세계,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갈망이(바람) 드러난다고 해야할까. 문득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표현이 생각이 나던 차에, 저자가 이 장에서 노두의 인문학이라 명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외 김치와 젓갈, , 고래 이야기하며 남도 땅과 연을 맺은 오래전 외국의 사신 이야기와 문순득(최초의 세계여행자)의 이야기는 시선을 끄는 대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읽는 이가 어떤 시선과 주관으로 읽는가에 따라 각자 기억될만한 이야기는 어느정도 달라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책 속에 인용된 글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닿는 문장을 이곳에 담는다. 물론 책이 갖는 분위기가 시종 똑같다는 것은 아님을 미리 밝힌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록은 그저 개인의 취향이고 개인의 선택이다.

사람도 만물도 수만 번 변하여 태어나는 것이다. 그 이치가 또한 이와 같다. 성인은 가르침을 베풀어 배우는 사람에게 기질을 변화하여 성현에 이르게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에게는 쇠망을 바꾸어 치안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는 성인이 음양의 기를 돌이켜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는 공에 참여하여 돕는 까닭이다. 어찌 불씨의 인과설이 그 가운데 용납될 수 있을 것인가.(“불씨잡변중 일부) -p32

 


각설하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저자가 소개했던 그 표현이 좋다. 흥그레소리(아라리)와 가슴애피(가슴앓이) 같은 표현들 말이다. 기분이다. 이쯤되면 기분이 달떠서 남도 아리랑 한편은 듣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청천 하늘에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 속에 희망도 많다’(진도 아리랑)던 노랫말처럼 올 한해는 좋은 것들만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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