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닥터 강쌤의 셀프 집수리 - 내 집은 내가 고친다
강태운 지음 / 리스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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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은 내가 고친다

집수리 닥터 강쌤의 셀프 집수리

 

 

 

실용서적이고 집수리에 관한 책이다. 갑자기 왜 집수리 관련 책인가. 그러니까 뭐랄까. 사람이나 집이나 나이가 들고 세월이 가면 늙고 낡아가는 건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나는 조금씩 나이 들어가고, 내 집은 그렇게 낡아가는 중이다. 어딘지 모르게 괜히 서운해지는 건 왜일까. 25년 된 낡은 아파트에 살다보니 손 볼 곳이 자꾸만 늘어간다. 이건 묘한 심리인데 외면하고 싶어서 모른척하면서도, 문제점들이 눈에 뜨일 때마다 한걱정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보다.

결혼하고 세 번의 이사를 했다. 신혼집으로 들어가면서 한번, 중간에 남편의 회사 근처로 가면서 두 번의 이사, 그리고 지금 사는 곳이 세 번째 집이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큰 아이를 임신해서 이사 들어왔으니 못해도 18년은 산 것 같다.

 

문득 한계치를 생각한다. 인간의 삶의 한계치는 어디까지일까. 집의 한계치는 또 어디까지인가. 끝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한계치를 수용하고, 딴은 그 한계치를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기위해서는 말 그대로 관심과 손길의 적절한 매무새가 필요한 법이지 않은가. 사는 동안 병이 나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집도 고장이 나면 수리가 필요한 법이다.

우리 집도 여전히 골골하는 중이다. 작년에 안방 화장실 변기를 교체했으며, 여름에는 부엌 싱크대 수전을 바꿨다. 샤워기 수전이야 때 되면 바꾸는 평범한 일이 된지 오래고, 전등을 LED등으로 바꿨다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작년에 다시 교환했다. 삼년 전에 베란다 곰팡이 적멸?작전으로 곰팡이 제거제를 바르고 페인트를 다시 발랐는데 올 겨울에 곰팡이가 다시 피고 있다. 여기까지. 집에 대한 큰 욕심이 없노라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슬쩍 넘어가도록 하자. 그게 제일 마음이 편하다.

 

남편과 내가 조금씩 집을 수리하는 동안, 보다 일찍 셀프 집수리관련 책을 접했더라면 우리의 고충은 훨씬 줄어들었을까. 대부분의 집수리는 공대출신의 남편이 해왔다. 물론 무게가 나가는 변기교체는 내가 거들긴 했지만 내 몫은 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다. 책을 읽어보면서 이제 내가 자력으로 집수리를 할 수 있을까를 자문한다. 그런데 실은 여전히 자신이 없다. 자신감 부족일까. 왜일까.

 

책을 쓴 강태운은 집수리 관련 유튜버라고 한다. 그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직접 수리를 하는 방법을 전해주기 위해 용기를 내 책을 냈다고 했다. 책 속에는 그의 꼼꼼함과 성실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많은 정보들이 실렸다. 수리과정에 있어 난이도를 미리 선정하는 동시에, 준비물 소개와 진행과정을 순서에 맞게 사진들과 함께 싣고 있다. 또 저자만이 알고 있는 요긴한 팁을 소개하고, 관련된 세부정보 또한 첨부하고 있어 다양한 지식을 접해볼 수 있다.

책은 가볍게 지나치지 말고 잘 살펴보면 더 좋을 책이다. 저자는 비슷한 재료라 하더라도 크기와 용도에 따라 달리 쓰이고 있음을 설명하고, 구입과 관한 일반인들의 의문점들에 대해 미리 대처하는 모습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셀프수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작업과정과 당장 필요한 작업에 대해 더 집중해서 본 것 같다. 싱크대 경칩이 망가졌을 때, 서랍이 망가졌을 때, 싱크대 수전 교체하기, 변기 부품 교체하기, 욕조 실리콘에 곰팡이가 생겼을 때, 변기 아래 시멘트가 갈라졌을 때 등등. 실제로 수리가 필요한 순간에 맞게 상황을 나누어 설명한다. 때문에 당장 내가 필요한 작업을 먼저 찾아 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젠 남편이 공구함에서 어떤 도구를 가져오라고 할 때 당황하지 않고 잘 찾아 가져갈 수 있을 것도 같다. 책 초반에 소개하고 있는 기본 도구 편을 보면서 펜치와 니퍼, 롱노즈 플라이어의 이름을 확실히 알게 된 건 소소한 이득 중에 하나다.

 

반면 아쉬웠던 두 가지 정도를 이야기해보자.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물론 책은 사진 하단부에 설명을 잘 붙여주고 있으나, 작업에 따라서는 전문용어가 많고 사진의 어느 부위를 표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변기 부품 교체하기에서 ‘사이펀’이 무엇인지. 세면기 교체하기에서 ‘P트랩’ 혹은 ‘팝업트랩’, ‘T트랩’과 같은 부분이 어디쯤인지 안내 없이 그냥 ‘연결한다. 벽에 끼워 높이가 맞는지 확인한다’, 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도구와 재료 부품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전문가 혹은 기술자들은 쉽게 이해가능한 부분이나, 정보가 없는 평범한 이들에게는 지금 설명하는 부품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을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사진에서 보이는 각각의 부품에 대한 명칭을 한번쯤 사진 옆에라도 적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개인적인 욕심이다.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난이도를 보여주는 별점 표시가 있는데, 저자가 쉽고 간단하다고 언급했던 작업들이, 난이도를 나타내는 별점 표시에서는 별 4개 이상으로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마도 저자의 시점에서 쉬운 작업이라 생각했으나, 독자의 시선에서 별점을 표시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일정부분 통일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와 같이 전문가 내지는 기술자의 시선이 아닌, 일반인들의 시선과 눈높이에 반 발짝 더 다가서면 좋을 듯싶다.

 

총평이다. 직접 집수리를 할 때 든든한 의지가 되어줄 책이다. 작업을 진행함에 앞서 먼저 다양한 도구의 쓰임새와 교환할 부품의 대해 미리 정보를 숙지하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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