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점 지하 대피자들
전예진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세상엔 우연이란 없는 것일까? 며칠 전 불현듯 스쳐지나간 누군가의 말이 가까운 미래 내게 정말 필요한 해답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매점 지하 대피자들』의 선우에겐 바로 그런 일이 생긴다. 자발적 은든형 외톨이처럼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오롯이 혼자 있고 싶은 시간, 아무런 소리도 듣지 않고 견디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선우의 바람은 집주인의 공사 소식에 허락지 않았고 마침 그 순간 마트에서 우연히 만났던 한 남자가 말이 떠오른다.
집주인이 한 달 정도 비워달라는 집, 갈 곳이 필요해진 선우에게 마치 구세주처럼 떠오른 그 남자의 말은 적강산 자연휴양림 고라니 매점이었다.

산속 자연휴양림이 없진 않을 것이고 그런 곳에 매점이 있다고 한들 수상하진 않을 것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작은 가게쯤은 있을 수 있으니... 그런데 특이한 점이라면 그 남자 주호는 분명히 말했다. 드물지만 자신의 가게가 숙박도 받는다고... 게다가 선우의 미래를 보고 오기라도 한 듯 뭔가 잘 되지 않으면 찾아오라고...
그래서였을 것이다. 선우가 집주인의 퇴거 아닌 퇴거 통보에 고라니 매점을 떠올린 것도. 결국 선우는 고라니 매점에서 운영한다는 숙박 해결을 위해 떠나고 그곳에서 굴 호텔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건 뭔가 싶다.
주호는 분명 숙박을 받는다고 했지, 일종의 침실 같은 공간을 말하지 않았던가...? 도착한 선우에게 주어진 것은 헤드랜턴과 야전삽이다. 그리고 자신의 공간을 자신이 직접 파야 한다는 것. 이건 뭐 오자마자 중노동을 하게 생겼다. 그런데 돌아가자니 이마저도 쉽지 않고 졸지에 6개월치 보증금을 모두 내놓기까지 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다.

마치 지구 종말을 준비하듯 자신이 쓸 공간을 직접 삽집해야 하는게 쉬울리 없다. 하지만 정신이 힘들 때 단순노동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몸을 쓰면 피곤해서 잠을 잘 잘 수 있다. 그런 기대감 또한 선우를 이곳에 머물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선우가 굴 호텔에 있으면서 각자의 사연을 갖고 이곳을 자발적으로 찾아와 은둔하는 이들과도 마주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가장 빠르고 쉬울지도 모를 회피라는 방법을 찾아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냥 그들을 탓할 수 없는 것은 누구나 이런 굴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고 진짜 이런 곳이 있다면 당장은 피하고 싶어 숨어들지라도 그곳에서 오히려 현실로 돌아가, 자신이 도망쳐 온 곳으로 돌아가 그 문제와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흥미로운 책이자 그들의 심리를 잘 담아낸 책 같아 아마도 현대인들의 많은 공감을 자아낼 작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