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 한문학과 관련된 최근의 도서를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정민 선생님(사실
교수님이라 불러야 마땅하겠지만 왠지 선생님이라는 용어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은 익숙할 것이다.
『돌 위에 새긴 생각』은 한국을 대표하는 한문학자 정민 교수가 이미 지난 2000년에
출간했던 도서의 개정판으로서 이 책에 담긴 글들은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일부를 전각과 글, 그리고 정민 교수님이 덧붙인 평설을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의 원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란 무엇일까? 이는 명나라
말엽에 살았던 장호라는 사람이 옛 경전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글들을 간추려서 그 당시의 뛰어난 전각가들에게 그 글을 새기게 했고 이를 다시 엮은
책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정민 교수님은 이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원본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2000년 처음 이 책을 출간한 이후 2012년에 하버드대학교의 옌칭연구소에서 1년간 머무르며 그곳에 있던 희귀본 서가에서 이 글의 원본을
만났던 것이다.
오죽 좋았으면 이 책을 출간했을 정민 교수님이 원본을 보았을 때의 감격은 실로 대단했을테고
실제로 그 순간 한 장 한 장을 촬영해서 그중 새롭게 골라 낸 내용들을 이렇게 무려 17년이 흘러 추가해 개정판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종이에 붓으로 글자를 써도 잘못 쓰면 새로운 종이에 다시 써야 하는 것인데 돌에다 새긴다는
것은 종이에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섬세함과 집중력이 필요할 것이고 또 그렇게해서 완성된 글귀가 가진 무게감은 확실히 남다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상당히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다. 원문을 전각을 찍은 이미지와 그 아래 전각의 한자를 썼고
이를 다시 우리말로 뜻풀이 했으며 끝으로 정민 교수님의 평설이 나오는 순이다. 작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많은 전각의 이미지를 한 권의
도서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한편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되며 그중에는 그 뜻이 정신을 일깨우는 말들도 있어서 한자로 전각을 감상하고
한자를 읽어보고 그 의미와 평설을 읽음으로써 그 글이 지닌 가치를 여러 번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책에 실려 있는 전각들이 전부
다른 글씨체여서 이를 감상하는 것도 참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