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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아난드 딜바르 지음, 정혜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1월
평점 :

한 남자가 병원에서 깨어난다. 사실 처음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눈을 뜨는 것인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아울러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다 차츰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코마 상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 자신을 담당하던 간호사는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하기는 커녕 의식이 없다는 이유로 마치
나무토막 대하듯 한다. 자신을 찾는 가족도,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도 없는 좌절과 절망의 상태에 놓인 그에게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의 존재는 바로 남자 스스로의 내면에 자리한 '깊은 영혼'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차츰 생각나는 기억 속에서 자신이 여자친구인 라우라의 안타까운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은 술을 그리고 약을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지금 이렇게 그 누구도 자신이 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로 홀로 깊은 영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솔직하다 못해 비아냥대기까지 하는 깊은 영혼의 목소리에 처음엔 반발심이 작용하고 모든
것을 다른 이-강압적이였던 아버지, 늘 힘들어하던 어머니, 자신과는 달랐던 형,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연인 라우라 등-를 탓한다.
그러나 어느 날 페이스라는 상당히 친절하면서도 자신에게 연민의 정을 보여주는 간호사가 자신을
담당하게 되면서, 그리고 처음엔 듣기 싫었지만 점차 여러 생각을 거치면서 그동안 자신이 방탕하게 살아 온 삶을 돌이켜보게 된다.
자신의 삶은 분명 그 어떤 환경이나 조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긍정적이고도 더 나은 상황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들을 탓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이후 가족들과 연락이 닿게 되고 게다가 연인이
라우라가 나타나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되는 가운데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그러나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은 다 들을 수 있다)에서 그들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바보같았던 행동들을 후회하게 된다.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다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커지는 가운데 처음 자신을 돌봤던
간호사가 돈을 받고 자신의 장기를 다른 여성에게 주고자 그로부터 생명연장장치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고 서서히 제거해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스위치가 꺼지는 순간이 바로 자신의 딸이 태어나는 순간임을 알게 된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가장 높은 때에 인생 최고의 절망에 놓이게 된 남자. 설상가상으로 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가족들이 라우라의 출산을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되고 점차 스위치가 꺼져가면서 그에게 남은 생명 또한 하나 둘 꺼져간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순간 그에게는 실로 놀라운 기적이 펼쳐지는데...
책에서는 남자와 깊은 영혼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기에 남자는 그저 소설 속 인물이라기 보다는 바로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봐도 좋을 것이다.
둘의 대화 속에 담긴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은 비록 두께는 얇지만, 소설 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책은 여러 번 읽을 가치가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며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자아
발견을 위한 인생 소설이라 불러도 좋을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