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사별한 지 오늘로서 딱 1년이 되는 날, 이갸기는 시작된다. 아서 페퍼, 올해로 그의
나이는 70살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는 아내의 죽음과 함께 세상과 단절하디시피 한 채 아내 미리엄이 살아 있던 때처럼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마치 애니메이션 <UP>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미리 챙겨둔
옷을 입고 그렇게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삶의 고정된 패턴들 말이다. 아서의 삶은 아내가 죽기 전 평범함 나날의 연속이였고 어찌됐던 이웃들과의
관계도 무난하게 놓여 있었다.
그러나 아내의 죽음은 그나마 이어져오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아서를 지워버렸고 무려 1년이
지난 오늘 그는 드디어 커다란 결심으르 한다. 그것은 바로 아내의 옷장을 정리하는 것이다. 어쩌면 진짜 아내를 떠나보기로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
아서에겐 일년 남짓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제서야 삶의 한 부분이 일단락 된다는 생각을 했을 일은 아서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그것은 바로 아내의 옷장에서 발견한 팔찌 하나 때문이다. 아니 팔찌를 감싸고 있는 모두 여덟개의 참들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한 적이 없는 아내의 팔찌에 달린 여덟개의 참들을 보면서 결국 아서는
이에 얽힌 이야기를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약간(어쩌면 그보다 많은) 의심과 질투를 안고, 호기심으로 무장한 채 아내의 죽음 이후 마치 그의
삶마저도 멈춰버린 듯 하던 때가 언제였나 싶게 그는 모험을 펼치는 것이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았다해도 배우자를 모두 알기란 어렵다. 아서 역시도 어쩌면 무모할지도 모를
이번 여행을 통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내의 모습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선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평범하디 평범하고 자식들과의 교류는 어느새 원활하지 않아 서먹하다시피한 가운데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내의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아내없이 앞으로의 시간을 보내야 할 아서 페퍼에게 어쩌면 살아갈 힘을 줄 또다른 추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