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를 보여주마』는 왠지 영화로 만들기에 딱일것 같은 책이자, 한편으로는 진짜 100%
허구일뿐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현실이 더 영화 같은 요즘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분명 허구일테지만 그 배경이나 설정 등이
결코 허구같지만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장기국이라는 한 변호사가 실종된다. 사실 그는 일반적인 변호사가 아니라 공안부 검사
출신으로 권력의 충견으로서 노력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연이어 배달되는 동영상 속에서는 장기국의 실종에 관련된 중요한 단서로 보이는 것들이 들어
있고 경찰들은 이 사건을 뒤쫓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알려주는 듯한 범인의 동영상 배달에도 불구하고 정작 경찰이 알아내는 것은 없다.
기괴한 동영상과 어쩌면 그보다 더 신출귀몰한 범인의 정체, 과연 범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어떤 단서의 실마리도 풀지 못하는 가운데 두 번째 희생자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유신 정권 시절 정치부 기자로 살며 소위 펜으로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했던
나이든 시사 평론가다. 두 희생자의 공통점이라면 권력에 빌붙어 민주주의를 저버리고 권력의 충견이 되어 오롯이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춰 누군가의
생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권력의 하수인 같았던 사람들이다.
이 두 희생자의 삶, 그들이 살아 온 배경, 그들로 인해 희생된 또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이들의 지닌 고통과 분노를 보고 있노라면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현대사의 비극과도 같은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것 같아 처음 변호사와 언론인의 죽음이 담긴 동영상 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폭력과 위해에 대한 보복의 댓가로 살인과 같은 보복을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청산되지
못한 채 그 시절의 병폐가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면 그들로인해 고통받았던 희생자의 울분은 과연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아프게 다가와서 코뿔소의 뿔이 의미하는 바가,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그저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