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과 명대사가 있다면
아마도 배트맨이 고든 형사에게 말했던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어린아이의 어깨에 코트를 걸쳐주면서 아직 세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얘기해주는
사람도 영웅이다'(다크 나이트 라이즈 中)고 말하던 때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보통 사람들은 갖기 힘든 특별한 능력(초능력 같은)을 가진 히어로가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것은 보통 시민의 영웅적 행동이다.
자신을 희생해 주변에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내는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 별거 아닐지
모르는 그들의 모습은 당사자에겐 배트맨 못지 않은 히어로인 것이다. 우리는 살다보면 이런 히어로를 마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되어주기도 한다. 부지불식간에 말이다.
『주식회사 히어로즈』는 전작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를 통해서 독자들을 사랑을 받았던
기타가와 에미의 두 번째 소설로 슈지는 어느 날 아흔을 넘긴 쇠약해진 외할아버지를 병문안 갔다온 후 외할아버지가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라고 하신 말씀이 계속에서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26살의 슈지는 지극히 평범한, 그래서 사람들 속에 있다면 존재감이라곤 1도 없을것 같은
인물로 한편으로는 소시민의 전형같은 인물이다. 크게 분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남들에게 딱히 싫은소리도 하지 않는다(본인은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라
문제를 만들만큼 바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던 슈지가 어느 날 출근길 버스에서 상습 치한으로 몰리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직장에서까지 해고되고 나중에 진범은 잡히나 결국 회사로 복귀는 하지 못한 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들도 제각각으로 그들 중에서도 불성실하다 생각했던 한 동료가 그에게
'주식회사 히어로즈'라는 회사에 대해 소개를 하고 보수가 괜찮아 보여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회사는 이상함을 넘어 요상하게
느껴지는 임무를 맡긴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히어로가 되어줌으로써 평범하기 그지 없었던 슈지의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책에는 슈지 이외에도 미야미라는 전직 헤어디자이너를 비롯해 여배우 마이, 만화가 하야토, 사장에서 노숙자에서 이제는
슈지와 같은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베테랑 직원이 된 미치노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해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