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아의 리스본 - 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가 안내하는 리스본 여행 가이드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박소현 옮김, 최경화 감수 / 안그라픽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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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주 우연한 기회에 모 여행채널에서 흥미로운 여행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마이클 포틸로라는 분이 유럽을 기차로 여행하는 것이였는데 그가 여행 가이드북으로 참고한 책이 상당히 독특한데 바로 1913년 브래드 쇼가 출간한 ‘Bradshaw’s Continental Railway guide’라는 도서에 의지해서였다.

 

20세기 초반 유럽을 여행했던 사람들의 시선에서 21세기에 다시 여행해보는 셈인데 무려 100년이 지난 지금 100년 전의 여행기에 의지해 떠나는 여행은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해보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만난 페르난두 페소아가 쓴 『페소아의 리스본』을 보면서 바로 이 여행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되었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1888년 리스본에서 태어나 친부가 어린시절 병으로 돌아가신 후 새아버지를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이후 가족들을 두고 홀로 열일곱 살이 되던 해에 리스본으로 돌아온다.

 

비록 그가 남아공의 더반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리스본의 모습과는 다른 점도 있었지만 페소아는 이후로 다시는 리스본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의 사후에 한 궤짝에서 발견된 원고 중 하나로 다른 원고들이 섞여 있었던 것에 반해 이 원고만은 타자로 쳐서 가지런히 묶여 있었다고 하니 어쩌면 그가 실제로 이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고자 했던 의지를 나타내는 대목일지도 모르겠다.

 

과거 포르투갈의 영광스러운 시절에 비교해 더반에서 경험한 사람들의 포르투갈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아서 누군가는 유럽 어딘가에 있는 작은 나라 정도, 심지어는 스페인의 한 지방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하니 누구보다 리스본을 그리워했을 페소아에겐 분명 그 경험이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결국 더반에서 접한 영어로 이 원고를 썼고 그때의 충격적인 경험에서 발로한 이 책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전 즈음 책으로 출간되어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기도 했는데 해외에 포르투갈을 홍보할 '포르투갈 문화센터'를 만들고 이 책을 그 홍보책자로 출간하려던 마음이 비록 그의 생전에는 실현되지 못했으나 이렇게라도 출간된 셈이라 만약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이처럼 현재의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리스본을 알게 되고 또 궁금해서 실제로 가이드북 삼아 리스본 곳곳을 걷는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위의 사진처럼 책 속에서 페소아가 소개하는 리스본의 곳곳들이 지도상에 숫자로 표시되고 본문에서 언급될 때에는 지도상의 위치(숫자)가 함께 적혀 있는 형식인데 평면의 지도라는 점에서 실제 거리보다 더 멀고 도시 곳곳의 높낮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약 실제로 이 책에 의지해 페소아가 된듯 걸어보고 싶다면 현재의 모습도 한번 알아보고 가면 당황하거나 많이 힘들지 않고 더욱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세기 전 쓴 리스본의 여행기에 수십 년 전의 사진이 실려 있고 장소에 따라 현재의 운영시간과 입장료가 표기되어 있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책이라는 점에서 마치 마이클 포틸로가 브래드쇼의 책에 의지해 유럽 기차여행을 하듯 우리는 'Lisbon - What the Tourist Should See'에 의지해 페소아가 지녔던 리스본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도시를 구역별로 여행해보면 색다르지만 재미있는 리스본 여행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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