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생전부터 유명한 예술인도 있을테지만 때로는 사후에 그 진가를 인정받아 뒤늦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예술인도 있을텐데 빈센트 반 고흐의 경우에는 후자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상식을 지닌 사람치고 반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을텐데 이는 그만큼 반 고흐의 작품이 후대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며 그의 그림이 지닌
가치(단적으로 경제적 가치라 해도)만 봐도 미술계에서 그의 위상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생전에는 지독한 가난과 정서적인 불안, 실패한 사랑으로 힘들어 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1853년 네덜란드 브란반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반 고흐는 사실 위로 형이 한 명 있었으나 일찍 사망했고
빈센트란 이름 역시도 그 사망한 형의 이름을 따왔다고 하니 만약 그의 부모가 반 고흐의 이름을 다르게 지었다면 그의 삶도 조금은 달라졌을까하는
생각도 조금 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열여섯 살에는 숙부가 운영하는 화랑에서 일을 했고 이후 1972년 자신과 같은 일을 하게 된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면서 둘의 편지는 본격적으로 오가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해부터 10년 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시기 사이에 무려 800점에 이르는 대표작을 그렸는데 살아생전 남긴 편지 역시도 800통 이상의 편지를 썼고 그 중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무려 668통이 네 살 아래의 테오에게 보낸 것이라니 둘은 단순히 화랑에서 같은 일을 했다는 공감대 이상, 한 가족이자
형제라는 혈연관계 이상으로 의미있는 관계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몇 차례의 사랑에 실패하고 그로 인해 가족들과의 관계도 악화되고 그러면서 수차례 정신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거듭했으나 발작이 심해지고 그 가운데에서도 아를에 예술인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던 의욕이 독보이는 다양한 상황들의 연속에서 고흐는
동생과의 편지를 통해 이러한 불온하고 불안정한 감정들을 토로하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시금 그림에 대한 열정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반 고흐의 편지를 묶어 놓은『반 고흐를 읽다』는 단순히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묶음이 아니라 그의 내면, 예술혼, 인간적 고뇌, 종교적인 신념, 형으로서의 걱정 등을 모두 아우르는 내면의 진솔한
고백이자 일기 같기도 하고 그 자체로 자서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책의 초반 반 고흐의 대표작이 소개되는데 이는 반 고흐 자신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그림이라는
점에서 감상의 포인트를 잡아도 좋다. 어떤 심격의 변화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가 걸작이라 칭한 작품도 있으며 테오와 함께 그의 작품활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경우도 있고 반 고흐하면 유명한 <해바라기>와 함께 그의 대표작인
<자화상>도 수록되어 있는데 모든 그림이 편지와 함께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서 추후에 반 고흐의 그림을 이렇게 스토리와 함께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펴낸다면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짧지만 의미있는 구성이였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