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학작품 중에서 특히, 소설작품 중에는 『츠바키 문구점』처럼 잔잔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가
참 많은것 같다. 또한 몇 대에 걸쳐서 가업을 이어오는 가게들이 이야기의 주요 배경이 되기도 하는데 그중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비교해보면 뒤쳐지는 듯한 업종이 있지만 오히려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로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선대에 이어 후대까지 내려오지만 그
과정에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후대는 그 가업을 이어받지 않으려 방황하거나 선대와 갈등을 겪는, 그러나 결국엔 이어가면서 그 일에서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고 또 차츰 선대의 정신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말이다.
어쩌면 『츠바키 문구점』역시도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다. 겉으로 보면 시골에 자리한 물건
구성에서도 한참 뒤쳐지는 문구류를 파는 상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집안 대대로 편지를 대필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츠바키
문구점. 가마쿠라에 위치해있는 이 문구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무려 에도 시대부터 특이하게도 여성 서사들이 대필을 가업으로 이어 온 아메미야 집안. 선대였던
할머니는 쌍둥이였고 어렸을 때 아메미야 집안으로 양녀로 들어왔고 이제는 선대의 손녀인 아메미야 하토코(이름 때문에 '포포'로 불린다) 츠바키
문구점을 이어 받아 대필가로서 살고 있는데 책에서는 하토코가 선대로부터 대필가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수련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한 분야의 장인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음을, 특히나 오랜 세월 이름을 떨쳐 온 대필가 집안으로서의 자부심은 그저 명성에 의지한 것이 아니라 실력이 밑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게다가 근처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구점이나 상품 구성이 화려하지 않은 여느 시골의 작은
문구점처럼 느껴지지만 대필을 업으로 한다는 점에서 연필만큼은 일반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을 제품까지 폭넓게 갖추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젊은시절 외국에서 방황하다 할머니인 선대의 죽음 이후 돌아와 가게를 이어받은 하토코는 어느새
몸에 배인 대필가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의 부음에 애도의 편지를 써주기도 하고 안부를 묻는 편지, 결혼식에 참석했던 지인들에게 이혼의
소식을 알리는 편지, 첫사랑에 안부를 묻는 한 남자의 편지, 절교를 선언하는 핀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연들이 소개되는데 그 사이사이
하토코가 선대로부터 대필가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 회상되고 사연마다 써야 할 필체나 사용하는 봉투나 우표가 다름을 보여주고 또 편지를 봉하는
방법, 먹을 갈고 붓을 잡고 글을 쓰는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 만나보기 어려웠던 생소한 부분들이 상세히 소개되어 흥미로웠던 책이다.
또한 책에서 의뢰받은 편지들의 일본어 원문이 이야기 속에서 하토코가 쓴 그 방식 그대로
'포포의 편지'라는 코너로 책의 부록처럼 엮어져 있기 때문에 참 좋았던것 같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드라마로 만들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NHK 일본 드라마 <츠바키 문구점>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도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