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대단하다고 생각된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과연 나라면 어떨까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누군가에겐 소원과도 같은 일이라면 그 하루하루를 지루하다고까지 생각하는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는 책이 바로 김혜남 작가의 『오늘을 산다는 것』이다. 작가의 원래 직업은 의대를 좋아하고 국립서울병원에서 12년이 넘게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고 이후로는 여러 대학의 외래 교수이자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자신의 이름을 건 신경정신과의원의 원장이였던 분이다.

 

2008년에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통해 무려 60만 서른 살들의 지지를 받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6권의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작가이기도 한데마흔세 살이 되던 2001년에 파킨슨병을 진단받게 된다.

 

어쩌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시기에 절망적일수도 있는 병의 진단을 받고서도 작가는 병을 관리하면서 직업인으로서는 진료와 강의도 하고 책도 출간하고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활동도 열심히 하며 살아간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 간단하게 생각되지만 처음 병의 진단을 받고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하나도 하기 힘든 일을 몇 가지씩이나 해낸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그러나 2014년 병이 악화되면서 진료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결국 치료에 전념하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처음처럼 절망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충분히 즐기며 살기 위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게 된다.

 

 

『오늘을 산다는 것』은 그 가운데 탄생한 책으로 '김혜남의 그림편지'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에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 엮은 것이다.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제한된 활동범위와 시간이 오히려 그녀로 하여금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에 눈을 돌리게 했고 자칫 마음과는 다른 의도로 비칠 수 있는 문자나 카톡 대신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 것이 점차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과 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실 모르고 보면 이것이 과연 휴대전화 안에 그려진 그림문자인가 싶어질 정도로 놀라울 정도로 참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에게 봄나들이 가자며 보낸 것이 최초의 그림문자였다고 하는데 역시나 가장 첫번째로 소개된다.

 

자신은 비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긴 했으나 이에 좌절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딱딱한 문자가 아닌 정성이 담긴(실제 하나의 그림문자를 보내려면 평균 5분~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길게는 1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단다) 그림문자를 보내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힘을 얻게 되고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 건내는 편지가 어느새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되었다고 하니 삶을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간결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그림이다. 그리고 이 그림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면 이 한 장을 그리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였을까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어 숭고하기까지 하니 오늘을 산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일생의 축소판 같은 노력이 담긴 하루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 개인적으로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었으나 그중 이 책이 단연코 최고라는 생각이 들며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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