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조예은 지음 / 마카롱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프트』는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표지에서도 어느 정도 느낌이 올테지만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그리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야기의 시작은 불길함이 흐르는 밤바다를 배경으로 란이라는 인물이 피범벅이 된 아이를 안고 도망치듯 해변을 걸어나와 동이 틀때까지 걷고 또 걷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사흘이 흐른 어느 날 한 고교생 커플에 의해 해변의 폐건물에서 한 구의 변사체가 발견된다. 더욱이 그 모습이 너무나 잔혹하고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는데 특이할 점은 얼굴 한쪽이 괴사했고 전신에는 멍이 들어 있어서 더욱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에 형사 이창이 투입되고 그는 변사체와 현장을 조사하게 되지만 그럴수록 뭔가 석연치 않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이다. 지나치게 많이 흐른 혈액의 양, 변사체에 난 상처와 일치하지 않는 흉기, 피해자가 말기 피부암이나 그 진행이 급작스럽다는 사실 등등...

 

오히려 이창은 이상의 사실들을 토대로 이 사건이 과거부터 오랫동안 추적해 온 사건과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하게 되고 이 모든 사건에는 다른 이에게 고통을 옮기는 능력을 가진 란이라는 인물이 있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에겐 특별한 능력, 그래서 남들은 우러러보고 마치 신처럼 생각할수도 있는 능력이 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당사자에겐 오히려 고통이자 저주가 될 수 있다는 비록 그것을 직접 느끼진 못했더라도 우리는 안다.

 

평범하다는 것이 너무 싫어서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지만 그것이 결코 행복으로만 작용하지 않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과거 이창은 이미 한 차례 기적을 목격한 바 있다. 그리고 조카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그 기적을 행해 줄 천령교의 교주를 찾던 중이였다.

 

그렇다면 이창이 기적이라 부르는 능력을 가진 란은 어떨까? 과연 그 능력은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대로 란에게 있어서도 축복일까? 아니다. 란에게 있어서 그 능력이란 바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고통 그 자체이다.

 

교주는 처음에는 란의 죽은 형인 찬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마치 자신이 기적을 행하는 것처럼 사람들을 속여 큰 돈을 벌어왔고 화재사건으로 찬이 죽자 그 능력을 이어받게 된 란을 이용해왔던 것이다.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이비 종교 단체의 폐해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요즘 천령교 교주가 보여 준 행태는 사이비 종교인의 전형일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그 뒤에 가려져 고통 받아 온 찬과 란 형제일지도 모르겠다. 아픈 이의 상처나 고통을 다른 이에게 옮겨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했던 찬과 란 형제. 그러나 옮기는 과정에서 고통의 배가 되고 결국 고통은 옮겨질 뿐 사라지지 않기에 새로운 희생자가 필요한 상황이기에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과 상처는 내가 받지 않는다고해서 사라지지 않고 또다른 누군가가 그대로 어쩌면 더 큰 고통을 받는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나에게서 사라졌을 뿐 세상 어딘가, 그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더 큰 무게로 존재하는 고통. 그 고통에 가려질 수 밖에 없었던 란 형제의 삶을 잘 그려낸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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