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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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언어유희를 떠올리게 한다. 살짝 말장난 같기도 한 제목이자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이불 밖은 위험해'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불 안에서 자신의 불안이라는 감정을 덮어두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 불안을 이불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 그래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에 적힌 글들이 아닐까 싶다.

 

2008년 ~ 2017년까지. 그때그때 썼던 기록들을 담았다는 이 책은 시간순으로 그 기록을 정리해두고 있진 않단다. 그러니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글이 최근 기록이며 어떤 기록이 가장 오래된 기록인지 딱히 알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읽고 있노라면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살면서 문득문득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온갖 생각들. 그저 누군가는 그 생각들을 생각으로만 흘러보내고 말뿐이지만 저자는 그 생각을 기록의 형태로 남겼고 독자는 이를 한 권의 모음집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각각의 기록들에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2008년부터 시작된 이 기록은 우리가 살면서 누구라도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사랑하기 전의 설레임, 사랑 그 자체와 사랑의 과정에서 겪는 외로움 등, 사랑 이후의 이별)과 그로 인한 감정들에 대해 어쩌면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제목에서처럼 그런 감정들로 인해 이불 안에서 슬퍼하고 불안해하는 등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감정들을 혼자서만 간직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이와 나눌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딱 그 정도까지는 이불 안에서의 감정 표현일 것이고 이것이 표현을 넘어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은 결국 저자 역시도 이젠 이불 안에서 이불 밖으로 나오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겪고 있는 감정들이여서 누군가는 현재 이불안에서 그 불안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언젠가는 불안의 밖으로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보이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대체적으로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이긴 하나 읽는 가운데 마치 포근한 이불이 마음 속 불안을 감싸 나의 마음까지도 포근해지게 만드는것 같아서 뭔가 독특하고 흥미로운 제목에서 선택한 책이지만 그 선택이 탁월했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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