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조금은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를, 최근 화제가 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책이 아마도 『월간 샘터』가 아닌가 싶다. 매달 정해진 포맷으로,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월간 샘터'
2017년 9월호(열매달)에서는 역시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샘터 에세이>에서는 본업이 번역가는 아니지만 많은 독자들에게 '일본어 번역가'로
알려져 있는 오석륜 교수의 '번역의 인생학'을 만나볼 수 있다. 과외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대학교 3학년 시절 그 당시 교수님이 아르바이트
삼아 권해준 초벌 번역 일감은 고학생에겐 값진 부업이였고 전업으로 활동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게 해준다.
번역일에 대해 필자는 참으로 힘든 일이고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p.11)이라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인데 일본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저자가 모르는 말을 마주하고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인이나
전문가에게 물어 꼭 알고 넘어갔다는 일화를 보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동시에 결코 쉽지 않았음을 알게 한다.
<이달에 만난 사람>에서는 '혼(魂)자수'라는 용어를 통해서만 그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작가 이용주 씨가 소개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그의 자수는 처음 시도되는, 그래서 독창적이여서 적지 않은 혼란과 충격까지 준다니
흥미로운데 책에 소개된 그의 작품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동시에 과연 이 모습이 자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게 되는것 같다.
<이해인 수녀의 흰구름 러브레터>에서는 라틴어 단어 자체로는 '정지, 휴식,
머무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나 영성적인 의미를 담아 다각적으로 쓰인다는 '스타치오(statio)'와 관련한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이해인
수녀님은 이를 꼭 성당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차례를 기다리는 순간, 잠들기 전 일기를 쓰기 위해 생각을 모으는 일, 복잡한 마음을
성서나 시를 필사하며 선한 여유를 찾는 것,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고 좋은 글귀에서 감동받는 순간 등도 스타치오라는 것이다.
아울러 사람 사이의 만남에서도 이 스타치오의 순간들이 필요하다니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삶을 보다 소중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어쩌면 스타치오이자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 일이야말로 스타치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이 남자가 사는 법>에서는 연기자 봉태규 씨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9월의 특집인 '내가 가진 게 진짜 진짜야'에서는 6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길모퉁이 근대건축>에서는 인사동
길모퉁이에 자리한 '천도교 중앙대교당'이 소개되며 <할머니의 부엌수업>에서는 거제시 하청면의 칠천도에서 물질에 청춘을 받쳤다는 김성량
할머니의 군소무침과 조개 · 성게 미역국이 소개된다.
어느 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요즘 더 늦기 전에 시원한 계속으로 떠나보고 싶다면
<그곳에 가고 싶다>에 소개된 강원도 정선 덕산기 계곡을 소개해주고 싶다. 다만, 2020년까지 자연휴식년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도보 탐방객만 출입이 허용된다고하니 참고하자.
문화 · 예술 등에 이르는 다양한 소식들이 담겨져 있고 샘터에서 출간된 신간 소식이나 각종
경연대회 소식들도 알려주니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그 열매가 꽉찬 밤송이 같은 그런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