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증발 - 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레나 모제 지음, 스테판 르멜 사진, 이주영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증발』. 자칫 제목만 보면 무슨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인가 싶어진다. 그러나 이 책은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논픽션이다. 증발은 증발이되 타인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매년 스스로 사라지는 10만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소위 세상의 주류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사업에 실패했거나 남들과는 가정환경, 타인에게서 이해받지 못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가 그러했듯 한 때 일본 역시도 경제 호황기가 있었으나 1989년 시작된 도쿄 주식시장의 급락세 이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이미 10년도 전부터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물가에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고 경기 침체는 실업 등으로 이어지면서 그 유명한 '일어버린 10'년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IMF 사태로 인해 중산층이 파괴되고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경험한 바 있는 우리는 일본의 사태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매년 무려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말 그대로 증발하고 그중의 85%가 자발적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이라니, 게다가 이들을 도와주는 업체까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사회적, 개인적인 다양한 이유들로 주변의 시선에서 체면이 손상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거나 또 자신의 문제가 타인에게까지 미칠것을 생각한 일본 사람들이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해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감춰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철저히 스스로를 숨긴 채 살아가고 이를 돕는 업체는 마치 야반도주를 하듯 그들의 행적을 세상에서 감쪽같이 지워버린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삶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회보장제도의 테두리에 있지 않으며 가명을 써야 하고 신분증이 없기에 마땅한 일을 구할수도 없다. 결국 매일매일 일용직을 전전해야 하는 삶은 오히려 자신이 각오했을지도 모를 삶의 한도를 넘어서는, 그래서 차라리 증발하고 싶다고 결심하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족이 있는 사람들-자식이나 부모, 아내 등-의 경우에는 더욱 심한데 가족들은 그의 존재를 찾을 수 없어 괴롭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고 증발한 이들은 그들을 볼 수 없다는 현실을 그 어느 요소보다 절실히 깨닫는다.

 

아주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차라리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긴 이들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 싶어진다.

 

특히나 지금 대한민국의 여러 상황들, 한 번 실패하면 절대 보통의 삶을 살 수 없게 되어버리는 우리의 경우를 생각하면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결코 간과할 수 만은 없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에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그렇지만 깊은 고민을 해보게 만드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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